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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시크릿) 《나도 내가 처음이라》
힘이 나지 않을 때에는 그저 버티기!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10여 년간 가수, 배우, 라디오DJ로 활약해온 전효성이 작가에 도전했다. 대중에게는 한 명의 연예인이지만 그는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이자 가족과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는 딸이자 자매다. 연애에 웃고 우는 평범한 청춘이고, 함께 모여 수다 떨기 좋아하는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하다. 전효성은 현재진행형의 자신의 모습과 생각들을 글과 사진에 담았다. 온전히 자신만의 경험과 감정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의 긍정 방정식이 곳곳에 담긴 책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준다.

《나도 내가 처음이라》는 다섯 개의 목차와 에필로그로 구성돼 있다. 소제목만 읽어봐도 알 수 있듯, 전효성은 에세이를 통해 자기계발서 같은 충고나 조언보다는 은유적 물음을 던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너는 어때?’와 같은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독자의 공감을 얻어낸다.

에세이를 쓰는 몇 개월 동안 노래 가사를 쓸 때보다 더 열정적이었다는 그는 출간을 계기로 글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음을 ‘축복’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태어나 처음 맞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전효성은 이런 우리에게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 내가 보내는 시간과 공간에서 아주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아주 잘하고 있다. 힘이 나지 않을 때에는 다시 힘이 날 때까지 버티기만이라도 해준다면 할 도리는 다 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날의 자신은 물론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위로를 건네는 책. ‘내 삶을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건네고 싶다.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바다의 입장에서 서퍼는 먼지에 불과하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장기하가 1년간의 생각을 글로 써내려간 산문집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혹은 대중음악가로서 느끼는 일상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노래에도 일상의 것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했던 그는 책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는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건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바다 위에서 서퍼가 할 수 있는 일, 딱 그 정도가 세상에서 한 사람이 가진 몫이 아닐까. 서퍼는 바다의 입장에서 보면 먼지에 불과하다. (중략) 하지만 서퍼는 바다 위에서 즐겁다. 바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도, 작게나마 나름의 역할을 하며 재미를 찾는다.”

장기하는 음악이 아닌 글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바가 있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장기하의 자세가 가득 묻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누군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그의 모습은, 유명 뮤지션이지만 우리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는 별것 아닌 고통을 겪어온 사람이기에 본인 이야기가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을 캐치해 표현해내는 능력은 독자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이찬혁(악동뮤지션) 《물 만난 물고기》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찾아서 …


천재 감성의 아티스트, 악동뮤지션(악뮤·AKMU) 이찬혁이 소설가로 변신해 ‘예술’을 이야기한다. 이찬혁은 “평소 가진 생각을 음악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며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소설은 그의 반짝거리는 영감을 표현하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줬다.

“음악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 순간에 나는 다짐했다. 수많은 거짓과 모방이 판치는 그곳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사이에서 진짜가 될 수 있다면, 그때 진정한 예술가로서 음악을 할 것이라고.”

《물 만난 물고기》는 진정한 예술가로서 삶을 찾아 여행을 떠난 주인공 선의 이야기다. 시행착오 끝에 조금은 특이한 발상을 가진 소녀 해야를 만나게 된 선은 남은 여정을 소녀와 함께하며 그토록 찾아 헤맨 삶의 답을 풀어나간다.

이 소설은 2019년 악뮤 정규 앨범 〈항해〉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노래 가사 그대로 쓴 구간도 많고 주인공 대사에 자신의 메시지를 녹여내기도 했다. 다만 노랫말이 함축된 의미를 담고 있다면 소설은 노래를 기반으로 확장된 이야기를 보여준다. 갈등, 고민, 상실감 등 무거운 키워드를 다루면서도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그려냈다.

“난 음악을 들으며 걸을 땐 조금 다르게 걷거든. 예를 들면 ‘타닷타닷’이라든가 ‘퐁퐁퐁’ 걷는 거지.”

그의 소설에는 시각·청각·후각 등 오감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문장이 가득하고, 그 문장 하나하나에는 감성이 섬세하게 박혀 있다. 또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철학적 화두가 고스란히 배어 있어 마치 그와 함께 항해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박정민 《쓸 만한 인간》
우리 모두는 쓸 만한 인간입니다


최근 영화 〈기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박정민은 소위 ‘글 좀 쓰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박정민의 언희(言喜)’라는 칼럼명으로 에 연재한 그의 글은 매회 화제가 됐고, 이 글들은 《쓸 만한 인간》이라는 산문집으로 출간됐다.

그는 이 책에서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겪고 느낀 것들을 재치 있는 필력으로 풀어냈다.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이 책은 “유쾌하고 재밌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읽고 넘길 에세이는 아니다. 한 겹 더 깊숙이 파고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의 메시지가 날카롭게 담겨 있다. 일상의 모든 것을 깊이 사색하며 써내려간 이야기이기에 무심하게 던지는 듯한 유머 속에서도 독자들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박정민은 이 책에 대해 “누군가를 향한 외침이 아닌, 나를 위해 외친 주문이라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쓸 만한 인간》은 그의 성장기이자, 스스로 변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의 기록인 셈이다. 자신을 위한 글임에도 그의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준다. 이는 배우라는 특별한 직업을 넘어 그의 글이 ‘괜찮아질 그때’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우리 모두 쓸 만한 인간’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체만 봐도 ‘이건 누구 작품이네’ 하고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글. 박정민의 글이 그렇다. 아주 가벼운 에피소드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되, 깃털처럼 가볍게 읽힌다. “글씨만 쓸 줄 아는 그저 평범한 당신의 옆집 남자”라는 그의 소개글처럼 《쓸 만한 인간》은 박정민이 마치 옆에서 말을 건네는 듯 친근한 느낌이다. 동시에 그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글이기에 독자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핫펠트(원더걸스 예은) 《1719》
17과 19 사이의 머뭇거림


싱어송라이터로 화려하게 변신했던 핫펠트가 《1719》라는 자서전을 통해 또 한 번 변신에 도전했다. 제목 ‘1719’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핫펠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인 2017년부터 2019년을 의미하는 동시에 해가 지는 시간인 17시부터 19시 사이를 뜻하기도 하고, 성년이 되기 직전인 17세에서 19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핫펠트에게 가장 어둡고 지독했던 3년이자 낮과 밤의 경계, 아이와 어른의 경계이다.

《1719》는 그 사이에서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불안정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을 통해 은유로 표현한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솔직한 문체로, 짧지만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구성했다. 책 앞부분에는 머리말 대신 ‘안내문’이 적혀 있다. 안내문에는 “무거운 얘기는 부담스러운 분들, 우울한 얘기는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다시 책을 덮으셔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기로 결정하셨다면, 아래 빈칸에 서명해 주시고, 부디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핫펠트의 솔직한 이야기를 마주할 자세를 정비하고 끝까지 읽겠다는 책임감을 가진 채 첫 장을 넘기게 된다.

핫펠트는 자신의 감정을 글로 모두 적어내기까지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한두 글자 쓰기도 벅찼지만 어느 순간 감정을 단단한 벽돌처럼 하나씩 쌓아올릴 수 있게 됐다고. 책을 써내는 과정은 곧 그에게 성장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1719》에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고통스럽고 천천히 익힌 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적당히 품을 내주는 것부터 나를 이야기하는 법까지. 그는 스스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언어 역시 누군가에게 쉼터가 되길 바란다.





전소민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
나에게 글은 유일한 표현


배우 전소민이 쓴 책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는 사랑에 대한 현재와 과거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쌓인 감정을 풀어낸 책으로, ‘사랑할 때 느꼈던 소중하고 예쁜 감정들’ ‘이별 후 느낀 애틋하고 아픈 감정들’ ‘살면서 알게 된 자신만의 깨달음’ 등 세 파트로 이뤄져 있다. 사랑 앞에서 한없이 솔직하고 내던졌던 마음, 슬퍼하고 두려웠던 모든 순간들을 기록한 그의 글을 보고 있으면 친한 언니의 연애담을 엿듣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사랑 앞에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배우, 예능 출연자로서 사랑을 받기만 해왔을 것 같은 그가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는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책을 읽다 보면 다른 면이 보인다. 뜨거운 사랑과 차디찬 이별을 동시에 담은 이 책은 배우 전소민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에세이 장르로 출판됐지만 그의 글은 에세이와 시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산문보다는 운문 형식에 가깝고, 그렇다고 시라고 하기엔 형식이 아주 자유롭다. 화려한 비유 대신 일기 문체를 닮은 진솔한 글은 읽기에 편안하다.

전소민에게 글은 ‘유일한 표현’이다. 하얀 여백은 늘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주고 담아준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는 늘 자정이 넘은 시간에 노트나 컴퓨터 앞에 앉아 백지에 마음을 뱉어냈고, 그렇게 빼곡히 쌓아간 메모장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하나의 책이 되어 대중에게 사랑할 용기를 안겨준다.
  •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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