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나도 작가시대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작가

말기 암 환자의 시한부 날들의 기록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책구름 

#새벽4시 #살고싶은시간 #나은세상을위해_돕는사람 #선한영향력 #내가두려운건_죽음같은게아니다
새벽 네 시. 세상이 단잠에 빠져 있는 이 시간. 누군가는 생산적인 하루를 꿈꾸고, 또 누군가는 생을 간절하게 꿈꾼다. 작가 신민경은 새벽 네 시, 암과 사투를 벌이며 예민하게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글을 쓴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은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신민경 작가가 자신의 삶을 성찰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는 책에서 시한부 환자가 겪는 통증이나 우울감, 무기력,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글 안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고통이나 절망이 아닌 투철한 삶의 의지다.

어릴 적부터 병약했던 신민경 작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은 세상을 위해 돕는 사람, 사람 살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한 20대를 보냈다. 꿈은 그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대학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고도 과외를 뛰었으며, 대학방송국 아나운서, 웹진 기자 활동을 하거나 다양한 국제회의 스태프로도 일했다. 세계지도와 다이어리를 들고 국내외로 봉사 활동을 다니며 개발도상국에 사는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생의 순간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러다 2015년 유방암이 발병했다.

“수술 이후 오랜 시간 미뤄둔 유학을 다녀왔어요. 삶에 빛이 드나 싶었는데, 2017년 남동생 결혼식을 앞두고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럴수록 꿈은 더욱 절실해졌어요. 다시 유학을 준비했고, 도시개발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학원의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잘돼가고 있다고 믿었어요. 자신감도 충만했고요. 그러다 2020년 초 다발성 전이를 확인했습니다. 시한부 인생의 시작이었죠.”

이번에도 잘 견뎌낼 줄 알았는데 다발성 전이 통증 앞에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그제야 그는 꿈을 접고, 미뤄왔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정 무렵부터 새벽까지 글을 썼다. 살아 있는 순간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다.

“쓰는 내내 너무 살고 싶었다. 살아서 뭐라도 하고 싶다 생각했다. 하지만 괜찮다. 원래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는 법이고, 그게 삶인 걸 알았으니. (중략) 고통 속에 무릎 꿇고 엎드려 쓴 글들이 내가 세상에 진 빚을 갚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도한다.”
-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에필로그 중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요.

“지난 9월에 하반신 마비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어요. 방사선 치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의사선생님은 좀 불편한 정도라고 했지만, 선생님의 불편한 정도와 제가 겪은 고통은 너무 달랐어요. 일주일 정도는 거의 의사소통이 안 됐어요. 대화가 아닌 짐승처럼 말했던 거 같아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남은 시간은 좋아하던 걷기를 하면서 보내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려워요.”


현재 상태를 고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병원은 병실은 끊임없이 어제 오늘 내일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다. 누군가 입원이라는 걸 하고 퇴원이라는 걸 하면서”라고 썼지요. 병실 공동체라니. 작가님의 위트에 웃다가도 그 이면의 슬픔을 더듬어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요. 다양한 분들을 만났고 그분들과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었어요.”


의사로부터 “신변을 정리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작가는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버리거나 나누거나 팔았다. 그때 버리지 못한 것이 이 다이어리들이다.
작가님에게 새벽 네 시는 어떤 시간인가요.

“스무 살부터는 새벽 네 시 이전에 잠든 적이 거의 없어요. 수업 듣고, 아르바이트하고, 과제하면서 그날 쓸 수 있는 제 에너지를 탈탈 털어 쓰고, 새벽 네 시가 되면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다시 새 날을 살았어요. 그래서 새벽 네 시가 저에게 매우 특별해요. 이번에 글을 쓸 때도 매일 밤 열두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쓰고 잤어요. 그래서 3주 만에 다 쓸 수 있었죠.”


“나은 세상을 위해 돕는 사람”을 꿈꾸며 국내외로 봉사 활동을 다니고 치열한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담은 책을 쓰고 있다고요.


“출판사와 이야기 나누는 중에 제가 전 세계 40개국을 방문하면서 마주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특별한 순간들에 대해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대화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치료로) 힘들지 않을 때마다 써내려가고 있어요. 제목이 ‘오후 4시, 사랑하는 시간’이랍니다.”


신민경 작가는 매일 밤 머리맡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두고 잔다. 라이언이 프린트된 노란색 비닐 안엔 유서와 수의, 영정사진이 들어 있다. 그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비닐 속 유서를 꺼내 왼쪽 뺨 옆에 펴둔다. 다시 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때 해야만 했던 일이 있었다면, 지금은 지금 할 일이 있지요.
작가님에게 지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글쓰기가 아닌가 합니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삶의 기록이요.


“실존주의 작가이자 철학가 장 폴 사르트르는 ‘문학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대요. 그 말이 처음부터 100% 다 와닿은 건 아니었어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요. 그런데 장 폴 사르트르와 50년간 계약결혼 관계를 맺은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의 진정성 있는 세계관에 영향받아 자신의 글쓰기를 반성하고, 사명감을 갖고 소신 있게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요. 저 역시 글을 잘 못 쓴다고 계속 도망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고, 제 글도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게 죽을 때까지 남은 과제도 그게 아닐까 해요.”


책에 “사실 내가 두려운 건 죽음 같은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진행되는 나에 대한 믿음의 상실, 자신감의 상실 같은 것이다”라고도 썼지요.


“저는 어딜 가나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어요. 한번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교수님도, 학부모도 제 사정을 다 봐주면서까지 안 그만뒀으면 하셨죠. 저는 그렇게 ‘단디’ ‘똑띠’라는 말을 들으며 ‘애살 있게’ 일하는 저 자신을 너무 좋아했어요. 한데 아프고 나서부터는 공부도, 일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힘든 시기, 가장 큰 위로가 된 건 뭐였나요.

“저는 굉장히 까다로워요. 도움도 잘 안 받으려 하고 받아도 자존심은 안 상했으면 좋겠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주지 않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주더라고요. 그걸 진정한 위로라고 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 말없이 같이 있어주는 게 위로가 돼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상대방이 받고 싶은 위로를 알아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기적은 꿈을 가진 자의 것이라고 하지요. 책에 “그래도 혹시 가능하다면, 건강하게 살아볼 기회를 딱 한 번만 더 주세요. 좋은 어른이 될게요”라고 썼습니다. 다시 건강하게 일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꿈을 꾼다면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뒤돌아보면 무척 구체적으로 준비한 것들을 이룰 확률이 높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걷게 된다면 매일 플로깅을 하고 싶어요.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건데 조깅을 하면서 청소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위해 조깅을 하면서도, 달리는 내내 보이는 쓰레기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지구온난화나 기후위기는 우리 삶과 다 연결돼 있어요. 자신의 건강에 엄청난 에너지와 관심을 쏟는 만큼 세상의 위기에도 에너지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로깅을 10분, 11분, 12분 이런 식으로 늘려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신도 덩달아 건강해질 거예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 뛰고 설렙니다. 작은 일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요.”


지금을 견뎌낸 먼 훗날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You deserve it. 넌 역시 신이 특히 사랑한 우수 학생이었어.’ 평생 죽음에 관해 연구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아픈 아이들을 자주 만났대요. 왜 자신이 이렇게 아파야 하냐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줬대요. 신이라는 선생님이 특별히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남들보다 더 힘든 과제를 준다고요. 그러면 아이들은 울다가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하네요.”


신민경 작가.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필명은 ‘freegarden’이다. 프리는 자유로운, 가든은 정원을 뜻한다. 정성으로 가꾼 그의 글 공간에서 자유롭게 머무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인연의 시작은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람인데 나를 멈추게 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진다는 것. freegarden처럼 제 공간에 자유롭게 머물다 가기를, 관심을 갖고 찾아봐주시길 바라요. 아마 찾아보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가 지난 10월 11일 브런치에 남긴 글에는 세상을 향한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눈을 뜨는 순간마다 사랑하세요. 지금 당신의 삶이 무지개와 반짝임으로 가득하지 않다손 치더라도…. 삶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거였어요.”

마음으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라는, 신민경 작가가 내미는 다정한 위로다.
  • 2021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