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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쾌변》 박준형 변호사

생생한 서초동 활극을 담았습니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카카오브런치 #오늘도쾌변 #생각하는_그_쾌변아닙니다 #상쾌하고_즐거운_변호사 #쉽고_솔직하고_재밌게
법률 사안은 어렵다. 방대한 전문 지식은 둘째치더라도 용어 하나하나가 거의 암호 수준이다. 한국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자어가 판을 치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사용할 법한 말투투성이다. 인터넷에서 법률을 쉽게 해설하는 변호사 글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고리타분한 내용에 어느새 손가락은 ‘뒤로 가기’ 버튼을 찾고 있다.

그런데 박준형 변호사의 글은 다르다. 카카오 브런치에 필명 ‘생계형 변호사’로 글을 쓰는 그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 봉사와 희생 속에 고고하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 같은 삶에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원활한 생계유지가 인생 제1목표이자 제1관심사다. 때문에 그의 글은 대다수 변호사의 “어려움이 있을 때 저를 찾으세요” 하는 영업용이나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세요” 같은 지식 전파용 글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쉽게 쉽게 읽힌다.

그의 글에서는 변호사 하면 떠오르는 화려함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 법원 저 법원 기웃거리며 재판 다니는 보통 변호사, 의뢰인들과 지지고 볶고 옥신각신하는 영업 활동만 있을 뿐이다. 생계형 변호사의 일상을 낱낱이 보여주면서도 글쓴이 특유의 허를 찌르는 드립은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독자는 변호사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인임을 인식하고 점점 글에 녹아든다.

평범한 변호사의 생계 활동을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은 제7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오늘도 쾌변》은 그 자조 섞인 이야기를 묶은 에세이다. 변호사에서 ‘작가’ 타이틀을 더하고 시끌벅적한 서초동을 누비는 박준형 변호사, 아니 박준형 작가를 만났다.



필명 ‘생계형 변호사’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죠.
‘생계형’과 ‘변호사’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입니다.


“변호사에 환상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걸 깨고 싶었어요. 저만 해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변호사가 일만 열심히 하면 재력은 당연히 따라오는 직업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보통 변호사는 월급에 맞춰 사는 직장인과 비슷했어요. 생계를 걱정하는 일반 사람처럼요. 여느 직업군이 그렇듯 변호사도 상위 몇 프로만 잘 살아요. 그런 점에서 ‘당신이 힘든 부분에서 나도 힘들고, 내가 겪은 하루를 당신도 겪었을 것’이란 동변상련을 갖고 싶었어요. 저의 넋두리가 누군가의 넋두리가 되길 바란 거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글’을 매개체로 삼았나요.

“어느 날 외근하고 밤에 사무실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혼자 불을 켜고 일을 시작하는데 그날따라 현타가 온 거예요. 변호사 8년 차였습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다들 이렇게 사나?’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복잡한 마음이 들어서 다른 사람은 어떤지 궁금하더라고요. 제가 평소 제 얘기를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앉혀놓고 넋두리하기엔 창피하고 어색했어요. 글로 쓰면 말보다 정리가 되고 타인과 대면하지 않아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어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그 피드백을 기대한 거죠.”


“글로 쓰면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새로운 페르소나의 발현을 기대한 건가요?

“실제 저와 밖에서 저의 이미지는 분리돼 있어요. 변호사란 업무 특성상 딱딱한 일이 많아 고객에게 편하게 말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일할 때 사용하는 문체에 제가 하고 싶은 드립을 넣기로 했어요. 진지하다가도 생각지 못한 요소가 들어오면 신선하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현실에서는 말과 행동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으니 글로 편하게 분출하고 시도하는 거죠.”


변호사로서 쓰는 글과 작가로서 쓰는 글에 어떤 간극이 있나요?

“법조계는 쉽고 길게 풀어써도 되는 말을 종종 한자어로 짧게 축약하기도 하고, 평소 잘 안 쓰는 말을 사용하기도 해요. 가령 ‘당부를 논함에 있어서’ 들어보셨나요? ‘옳고 그름을 얘기한다’는 뜻인데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법조계에서 꽤 많이 사용하는 말이거든요. 저도 변호사가 되고 배웠어요. 상호 관계를 표현할 때도 ‘나와 상대 혹은 그쪽 사람’이라고 하면 되는데 ‘일방·타방’이라고 하죠.”


글쓰기 플랫폼이 많은데 브런치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브런치를 통해 책이 나오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심사를 거쳐 자격을 얻어야 해요. 보통은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쓰는데 블로그는 불특정 다수가 쓰고 읽다 보니, 상대적으로 심사과정을 거치는 브런치가 더 전문성이 있어 보였어요. 주제를 갖고 정돈된 글이 많잖아요.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달라서 저도 의미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랐고요. 또 브런치는 띄어쓰기, 맞춤법 검사 등이 지원돼서 기능 면에서도 편리해요. 그리고 매년 출판사와 연계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열 명의 작가(혹은 열 개 작품)를 선정해 실제 출간 기회를 줘요. 저도 그동안 써온 글에 목차, 취지, 대상 등을 붙여 제출했더니 운 좋게 수상작으로 선정됐고요. 출판을 앞두고는 글의 양이 책으로 내기에 부족해서 4개월 동안 밤마다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어요. 2019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해 2020년에 책이 나왔는데 ‘어어…’ 하며 얼떨결에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첫 책을 받았을 때 기분이 참 특별하죠?

“책이 나온 순간부터 주변에서 ‘작가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정말 어색하고 민망했어요. 지금도 어디 가서 스스로 작가란 말을 안 써요. 작가 타이틀은 전업으로 하는 분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 변호사도 어색하지만 점차 익숙해졌듯 작가도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책이 나온 후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동료들은 ‘재밌다’ ‘시원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내가 차마 못 한 말을 해줬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또 주변에 ‘나도 글을 써볼까?’ 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저는 무조건 도전하라고 해요. 출판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되거든요. 처음부터 자신감을 갖는 경우는 드무니, 생각이 들었을 때 뭐라도 일단 써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을 해야 일이 생기잖아요.”


나만의 글쓰기 원칙이 있나요?

“쉽게 쓰자, 나답게 쓰자, 재밌게 쓰자, 세 가지예요. 이런 원칙은 본업에서는 할 수 없는 접근이에요. 법조계 용어로 어렵게 쓰는 글은 쉽게 읽히지 않아요. 주관적이면 안 되고 반드시 객관적으로 써야 하죠. 재미는 당연히 없어요. 그래서 일에서 못 쓰는 글을 자유롭게 풀어보려고 해요.”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평소 ‘말투가 시니컬하다’ ‘생각이 부정적이다’라는 말을 들어요. 그때는 ‘왜 그러지?’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쓴 글을 보니 사실이더라고요. 아마 직업에서 비롯됐을 거예요. 일이 터지면 비관적으로 본 상태에서 수습하는 경우가 많으니 렌즈 자체가 그런 거죠.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글을 쓰고 수정하며 들여다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글을 쓰고 삶에 변화가 생겼나요?

“처음부터 도전보다 반은 취미로, 반은 넋두리로 시작해서 큰 자각은 못 했어요. 재밌는 걸 해보려고 한 건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 거죠.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약간의 보람과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새로운 영역에 시도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었고 내가 할 수 있단 걸 느꼈어요. 다른 분야도 도전할 의지가 생겼고요.”
  •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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