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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불편러?

“엄마, 그건 에이지즘이에요.”

“선배, 얼평 장난 아닌데요?”

‘에이지즘’은 나이로 차별하는 ‘연령차별주의’, ‘얼평’은 ‘얼굴평가’의 줄임말이죠. 저는 요즘 자기 검열의 나사를 바짝 조이지 않고 말하면 종종 이런 지적을 받습니다. 위의 말은 고등학생 아이에게서, 아래 말은 후배에게서 들은 말이랍니다. 여기에는 각각 이런 속뜻이 숨어 있습니다.

“엄마, 그 말에는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이 담겼어요.”

“선배, 타고난 부분에 대해 평가를 하는 건 옳지 않아요.”

세상이 변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단어가, 표현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고 태클이 걸리곤 합니다. 그때는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안 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시끌시끌하죠. 한쪽에서는 “그 표현은 차별어다” “그 단어는 비하어다”라며 일일이 지적하고, 또 한쪽에서는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피곤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우리 사회 언어 감수성이 확, 높아졌습니다. 언어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건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말과 같습니다. 다수, 주류, 권위주의, 권력자 중심의 세상 중심축이 소수, 비주류, 다양성과 개성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사회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프로 불편러’. 매사 예민하고 별것 아닌 일을 과대 해석하면서 유난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이 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부정적입니다만, 이번 달에 만난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나는 프로 불편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입니다”라고 공언합니다. 신 교수는 20년 전부터 우리 사회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대학생 열두 명으로 구성된 ‘신지영의 언어탐험대’를 이끌고, 《언어의 줄다리기》에 이어 최근엔 《언어의 높이뛰기》를 펴냈습니다. 그는 “개인의 언어 감수성이 진보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면서 다 같이 언어의 높이뛰기 막대를 뛰어넘자고 제안합니다.

이번 달 《topclass》 스페셜 이슈는 ‘언어 감수성’입니다. 언어 감수성이 드러나는 현장과 원인, 이를 키울 수 있는 책 소개까지 풍성하게 담아봤답니다. ▲ MZ세대의 말하기- 홍승우 대학내일 센터장 ▲단체 카톡방에 숨은 가짜 찾기– 유튜브 〈픽시드(Pixid)〉 ▲ 용서로 이어지는 사과하는 법- 유튜브 〈희렌최널〉 최영선 ▲게임 언어는 어떻게 일상을 파고들었나– 이동은 교수 등을 만나 언어 감수성의 현장을 담았고 ▲고려대학교 언어탐험대를 만나 치열한 대담을 나눴습니다.

이번 달 콘텐츠를 읽고 나면 독자님들의 언어생활은 이전과 달라지실 거라 확신합니다. 반팔, 벙어리장갑, 장애인, 요린이, 산린이, 여교수 같은 단어가 입에서 나오다가도 컥, 걸릴 테니까요. 언어 감수성을 높인다는 건 내 말로 인해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가 없는지를 살핀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다 같이 언어 감수성의 높이뛰기 막대를 1cm만 높여보면 어떨까요?
  •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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