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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와 몽자

한때 우리 집은 동물원이었습니다. 팬더마우스 26마리, 달팽이 300여 마리, 거북이, 관상용 새우, 철갑상어, 지렁이, 개미, 햄스터 두 마리…. 아, 닭 세 마리도 있었네요. 아이가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려진 병든 병아리 세 마리를 주워 왔는데 이게 닭이 됐습니다. 때는 3월, 학교 앞에서 500원짜리 병든 병아리를 파는 시즌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엄마한테 된통 혼나고 초코파이 박스 안에 버려둔 참이었나 봅니다. 어릴 적 엄마가 제가 사온 100원짜리 병아리를 튼실한 닭으로 키워내셨듯, 같은 방법으로 돌봐줬습니다. 겨울 이불을 뜯어 목화솜을 꺼내 어미 품을 만들어주고, 아스피린을 다져서 영양가 많다는 좁쌀과 함께 으깨어 먹이니 놀랍게도 병아리 세 마리는 모두 새빨간 벼슬이 돋은 닭으로 자랐답니다.

이외에도 메기, 붕어, 쥐며느리, 메뚜기, 잠자리 등 살아 있는 생물이라면 무엇이든 집으로 가져와 정성스레 키워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전제를 달았습니다. 교감이 잘되는 동물은 절대로 안 된다는. 지렁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도 이렇게 온 신경이 쓰이는데, 강아지와 고양이는 오죽할까 싶었죠. 하지만 둘째 아이의 한결같은 소원 빌기, “초등학교 때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면 제 인생에서는 강아지와 뛰노는 어린 시절을 가질 수 없는 건가요?”라는 눈물 어린 호소에 넘어가 결국 입양을 하고 말았습니다. 뽀글거리는 흰색 털이 매력적인 푸들. 이름은 단지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염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수준으로. 푸들은 영리한 대신 주인에 대한 애착이 심한 견종입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요. 제가 직장맘이다 보니 단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고,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아무리 애정을 쏟아도 단지의 분리불안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상하게(?) 잘 따르는 친정집으로 입양을 보내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단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하루 두 시간씩 산책하며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답니다.

눈물로 단지를 보낸 둘째는 새 아이를 들였습니다. 갈색 털이 매력적인 푸들 몽자. 네, 맞습니다. 77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속삭이는 몽자〉의 그 몽자 맞습니다. 표정이 풍부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하며, 반응이 즉각적인 몽자는 단지와 꽤 닮았습니다. 둘째 아이가 혼자 킬킬대며 웃는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몽자 채널을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번 달 《topclass》는 ‘랜선 집사’를 스페셜 이슈로 다뤘습니다. 반려동물의 지위 승격을 축하하자는 의미를 담았죠. 법무부는 지난 7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이끌어낸 결과입니다.

랜선 집사를 오래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같은 종이라도 얼마나 제각각 다양한 성격을 가졌는지를. ‘강아지는 이래’ ‘고양이는 저래’라는 일반화가 얼마나 오만한 착각인지를. 동물이 가진 각 개체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깊어지면, 그 시선이 인간 세계로 옮아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포용하게 될까요? 모쪼록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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