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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케팅

최명화 블러썸미 대표

요즘 팔리는 것들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소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주체가 달라졌다. 과거엔 구매력이 있는 4050세대가 주체였다면 지금은 정보력이 강한 2030세대가 소비시장을 움직인다. ‘돈’보다 ‘정보파급력’이 한 수 위인 셈이다. 2030 MZ세대는 막강한 정보파급력으로 한 기업을 혼쭐 낼 수도, 돈쭐을 낼 수도 있다. 전대미문의 까다롭고 거대한 이들 세대는 마케팅 시장에서 ‘바람직한 괴물’로 불린다.

LG전자 최연소 여성 마케팅 상무를 지낸 최명화 블러썸미 대표는 MZ세대를 ‘캣슈머’로 지칭한다. 그는 “개의 시대가 가고 고양이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충직하고 단체 생활을 좋아하며 예측 가능한 개를 닮았다면, MZ세대는 면밀하게 관찰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강한 애착을 보이는 고양이를 닮았다는 것.

25년 차 마케터인 최 대표는 지난해 말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을 펴냈다(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기자 공저). 무신사, 젠틀몬스터, 오프화이트, 파타고니아, 곰표 등 요즘 세대의 감성을 꿰뚫어 성공한 사례를 담았다. 그는 현재를 마케팅의 카오스 시대이자, 르네상스 시대라고 본다. 판이 바뀌는 시대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판도를 똑똑하게 읽어내면 더 큰 기회를 잡지만, 그렇지 못하면 고꾸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새 판의 승기를 잡기 위한 비결은 뭘까. 그는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인재”라는 것. 이들을 왕처럼 떠받들려 하지 말고,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참여할 기회를 주라고 한다. 다시 말해 고객을 마케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바라보라는 얘기다.

최명화 대표에게 요즘 팔리는 것들의 비밀은 뭔지, 시대가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기본은 무엇인지, 또 여성 마케팅 임원으로서 최연소의 역사를 써간 저력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빅데이터 시대입니다. 데이터가 풍부하다는 점에서는 마케팅에 유리한 측면도 있는데요,
마케터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과거보다 마케팅이 너무 어려워졌어요. 지금은 마케팅의 르네상스 시대이자, 혼돈의 시대, 더 나아가 지옥 같은 시대라고 얘기해요. 방식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단절이라고 할 정도로 기존의 방식 상당수가 먹히지 않아요. 구매 고객 여정이 깨져버렸고, 비교우위의 마케팅도 통하지 않아요. 돈이 많다고, 채널 점유율이 높다고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느 뇌관을 건드려야 하는지 알아내기 힘들어졌어요.”


곰표나 빙그레의 성공사례는 그런 면에서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사람들은 곰표 맥주가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니까 ‘왜 갑자기 팔리지?’ 하고 피상적으로 보는데, 그게 아니에요. 곰표는 2~3년 전부터 MZ세대와 친구가 돼 있었어요. 한 회사가 곰표 상표를 도용해 티셔츠를 만든 걸 우연히 보고 역발상으로 성공한 사례예요. 패딩, 팝콘, 파운데이션 등 다양한 컬래버를 통해 신선하고 엽기적이면서 재미있는 이미지가 생겼죠. 이걸 MZ세대는 SNS에서 놀이처럼 퍼 날랐고요. 그러니까 곰표가 맥주를 만들면 ‘내 친구가 맥주도 냈어?’ 하고 친근하게 여기는 겁니다. 빙그레는 더 적극적이에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다 인스타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멋진 왕자님을 등장시켜 빙그레 세계관을 만들었잖아요. 허당 왕자님이 투게더 모자를 쓰면 MZ는 반응합니다. ‘웃기다’ ‘재밌다’ ‘힐링된다’면서요.”


두 브랜드 모두 친숙한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왔다는 점에서 BTS 팬덤과 닮아 있군요.

“요즘 잘되는 것들의 상당수가 그래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엄청난 콘텐츠를 준비했다가 갑자기 ‘짠’ 하고 내놓는 게 아니에요. 몇 년 동안 꾸준히 SNS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MZ세대와 논 거예요.”


‘이건 도대체 왜 잘 팔릴까?’ 하는 상품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데 도대체 저건 왜 안 팔리지?’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만.

“제품 자체는 정말 훌륭한데 잘 안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시장이 너무 넓거나 욕심을 너무 낼 때가 그렇습니다. 작은 브랜드, 시작하는 브랜드일수록 뾰족해야 하는데 용기를 못 내죠. ‘우리 브랜드는 값도 싸고 빨라요’ 식으로 너무 많은 메시지를 던지려 해요. 특히 상품을 똘똘하게 만들어놓으면 더 욕심나죠. ‘20대에게는 이런 면이 좋지만, 50대에게는 이런 면이 좋아요’ 하면 망할 확률이 큽니다. 버버리, 휠라가 바닥을 치고 다시 살아난 비결은 딱 하나예요. 전선을 줄인 것. 버버리는 라인업을 정리했고, 휠라는 10대 소비자에만 집중했습니다.”


명품의 구매력은 기성세대가 강할 것 같은데요, 신기합니다.

“MZ는 돈이 없어요. 지갑이 얇은 거 맞아요. 이들이 가진 건 정보파급력입니다. 요즘 핫한 구찌도 마찬가지예요. 정작 지갑을 열어서 사는 건 4050세대예요. 젊은 사람들이 SNS에 올리고, 중고로 구매하고, 리미티드 에디션을 언급하는 식으로 열심히 알리면 브랜드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그러면 ‘요즘 대세’로 인식되면서 4050세대가 구매해요. 화장품 설화수의 주요 고객은 4050이지만, 모델은 늘 30대예요. 안마의자 바디프렌드의 모델도 BTS죠. LG전자에서는 실버들을 위한 휴대폰을 ‘실버폰’이라고 했다가 폭망하고, ‘와인폰’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박 났어요. 휠라도 그래요. 10대를 정조준했지만 20대도 사고, 젊어 보이고 싶은 3040도 삽니다.”


25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지요.
LG전자 마케팅 상무, 두산 총괄전무, 현대자동차 마케팅 전략실장 등을 거쳤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마케팅의 기본은 뭔가요.


“차별성과 진정성은 변하지 않아요. 차별성은 수직적 비교급에서 수평적 차별화로 바뀌는 양상이고, 진정성은 과거보다 더 강화되고 있어요. 디지털 세상의 이점 중 하나는 속속들이 다 알 수 있기에 숨을 곳이 없다는 거잖아요. 잘난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해졌어요. 나다움이 보다 더 강조되죠.”



MZ세대의 지향대로라면 인류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를 것 같다는 안도감도 듭니다.

“완전 동의해요. MZ세대가 바꿔가는 패러다임의 팬입니다. 이들은 환경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제로 기부도 더 많이 해요. 1인당 기부액은 기성세대보다 적지만, 기부에 참여하는 인구 자체가 굉장히 많아요. 팀장님에게 보고서가 잘 통과됐으면 3000원을 기부하는 식이죠.”


MZ세대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합니까.

“일단 공부를 꾸준히 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수시로 접하다가 좋은 기사나 글이 보이면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요. 회원이 저 혼자인 밴드를 개설하고, 그 안에 스무 개가 넘는 방을 만듭니다. M&A, 마케팅 컬래버레이션, 브랜드 리바이탈라이제이션 식으로. 저장하면서 꼭 한 줄짜리 인사이트를 적어둬요. 거기에 주옥같은 콘텐츠가 쌓여 있습니다. 또 좋은 사이트나 유튜브채널, 뉴스레터를 주기적으로 챙겨 봐요. 늘 관찰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동네 상점의 간판 하나가 바뀌어도 스스로에게 ‘왜 바뀌었을까?’ 하고 질문해요.”


이직을 자주 한 편인데요, 이직의 판단 기준은 뭐였나요.

“내가 이바지할 수 있는 회사인가, 마케터로서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거였어요. 회사에 이바지한다는 건 마케터로서 성장한다는 거니까요.”


최초,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비결은 스스로 보기에 어디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약하다는 걸 안 것, 내가 지질하다는 걸 일찌감치 안 거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의지가 강하거나 꾸준히 동기 부여가 되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이런 성향 때문에 후회도 많고, 미련도 많고, 실패하면 오랫동안 헤매기도 했어요. 제 장점은 그런 걸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 거예요. 무언가가 안 됐을 때 ‘이렇게 했어야 돼’ 식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스스로의 지질함을 인정하면서 두 발 물러났다가 비틀비틀 한 발 다가갈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성취의 경험이 쌓이면 지질함을 자각하는 강도가 희석되지 않나요?

“성질은 다르지만 여전히 지질해요.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은데요? 그래서 더 노력하고 더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러썸미는 여성 리더들을 위한 CMO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꿈꾸는 지점이 있다면요.

“개개인이 자신에 맞는 전략으로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키우면 좋겠어요. 자기답게. 지금 시대는 정신줄을 놓기 쉬운 환경이에요. 너무 많은 외부 자극들이 사람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닌 방관자로 살게 하죠. 별 자각 없이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다 보면 나는 내쳐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나의 스토리가 나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나를 나답게 꽃피우면 좋겠습니다.”



MZ세대와 고양이의 닮은 점

1. 자기한테 관심이 많다
자신을 중심으로 소우주가 돈다는 생각이 강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며, 하루 종일 그루밍하는 등 자기를 보살피는 일에 관심이 많다. 반면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2.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개와는 달리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주인이 좋아도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반가운 내색을 하지 않고, 서운한 점이 있어도 응시하면서 먼발치서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3. 한번 꽂히면 엄청난 팬심을 보인다
무언가가 일단 마음에 들면 아주 사소한 대상이라도 강한 애착을 보인다. 털뭉치 하나를 가지고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하루 종일 놀기도 한다.

4. 가르치려 드는 걸 싫어한다
개는 훈련이 잘 통하지만 고양이는 대놓고 가르치려 들면 도망가는 경향이 있다.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서 관심을 보일 만한 지점을 뾰족하게 공략해야 한다.

5. 예측 불허의 면면이 많다
이전에는 통했던 소통법이 갑자기 안 통하기도 하고, 이전엔 좋아했던 행동을 갑자기 싫어하기도 한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반응이 많기 때문에 유형화해서 분석하기 힘들다.




달라진 마케팅 법칙 세 가지

1. 구매 여정이 깨졌다
과거에는 고객 구매 여정이 존재했다. ‘고객이 브랜드를 알게 된다 → 친숙해진다 → 좋아하게 된다 → 구매한다 → 재구매한다’가 그것. 이 여정의 순서가 파괴됐다. 처음 들어본 브랜드인데 인스타 인플루언서의 추천에 바로 구매하기도 하고, 재미와 흥미로 즉석 구매하는 경우도 늘었다.

2. 가치 비교가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A가 B보다 좋다’라는 가치의 비교급이 통했다. 더 얇고, 더 크고, 더 싸다 등이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르다’는 차별의 개념이 더 중요해졌다. ‘우리 자동차는 커요’보다 ‘강아지를 태울 수 있어요’가 통하는 시대다.

3. 결과 예측이 힘들다
과거에는 ‘이 정도 인지도의 모델을 세워서 이 정도 예산으로, 이 정도 제품력을 지녔으면 이 정도의 시장점유율이 가능할 거야’가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3~5년 전부터 이런 예측이 힘들어졌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사 광고의 경우, 막대한 모델료를 지불한 할리우드 스타의 광고보다 한 무명인의 시승기 효과가 훨씬 더 컸다.




요즘 마케팅, 이래야 통한다!

1. 친구들을 만들어라, 컬래버하라!
혼자 있으면 외롭듯, 브랜드도 마찬가지. 우리 브랜드를 다른 상품,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라. 어떤 친구와 어울리는지를 자꾸 보여줘야 친숙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2. 시장이 내 얘길 하게 하라!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재감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 제품에 대해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면 유리하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내놓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시장이 나를 위해 떠들게 만들지?’를 고민하라.

3. 작은 시도를 끊임없이 해봐라!
끊임없이 새로운 파일럿 프로젝트로 부딪쳐보는 게 답이다. 파일럿을 시도해보면서 SNS 댓글, 구매 버튼이 발생한 지점, ‘좋아요’가 많은 페이지 등 스몰 데이터를 얻어라. 진짜 필요한 데이터는 스몰 데이터에 숨어 있다.
  • 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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