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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리·송재원 ‘스튜디오좋’ 대표

만화 덕후 부부, ‘빙그레우스’ 세계관으로 마케팅 판도를 바꾸다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스튜디오좋’ 남우리(오른쪽), 송재원 공동 대표.
제일기획에서 각각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로 일하던 두 사람은 5년 전 광고대행사를 창업, 직원 26명을 거느린 회사로 키워냈다.
요즘 광고업계의 트렌드는 세계관 마케팅이다. 쉽게 말해 브랜드 자체의 세계관을 확립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전략이다. 게임이나 케이팝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던 것이 최근 광고에서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대표 기업이 빙그레다. 지난해 2월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난데없이 등장한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왕자님은 순식간에 광고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로, ‘인스타그램 계정 관리를 잘해야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5개월 만에 팔로워는 14만 명으로 급증했다.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덕분에 인스타그램에서 고군분투하는 왕자님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팬덤까지 생겼다.

기발하고 파격적인 빙그레우스 광고를 제작한 곳은 ‘스튜디오좋’. 부부이기도 한 남우리·송재원 공동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각각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두 사람이 단출하게 시작한 회사는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26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번듯한 광고대행사로 성장했다. 특히 탄탄한 스토리 중심의 세계관은 광고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


빙그레우스 외에도 판매 제품의 패턴 디자인을 이용한 홈플러스 SNS 광고 ‘소비패턴’,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등장시킨 램 광고 ‘클레브’ 등 선보이는 광고마다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2002년에 사라진 LG유플러스의 인기 캐릭터 ‘홀맨’을 부활시켰다. 식물인간처럼 방전된 채 누워 있다가 충전 후 18년 만에 깨어났다는 설정에 MZ세대가 반응하면서 다시 옛 인기를 되찾아가는 중이다.

한 편의 만화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독특한 구성, 허를 찌르는 유머는 그들의 전매특허다. 브랜드에 맞는 세계관을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을 탄생시키며 이야기를 무한 확장해나간다. 제품을 대놓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서사를 더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광고와 차별화된다.


세계관 광고 열풍을 일으킨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왕자.
빙그레왕국의 후계자 ‘빙그레우스’라는 설정이 기발합니다.

남우리(이하 남) : “우리가 원래 이런 만화를 좋아해요. 보통 덕후라고 하죠?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들이 댓글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 계정에서 놀 수 있게 해주면 파급력이 대단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날부터 빵 터졌어요. ‘해킹당한 거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는데, 그것도 우리가 의도한 거였어요.”


빙그레우스를 계기로 세계관 광고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요, ‘스튜디오좋’이 구상한 세계관 광고를 정의한다면요.

남 : “세계관 광고는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다만 예전에는 영상 하나로 끝났다면, 우리는 그걸 실재하는 세상처럼 만든 거죠. 화자를 내세워 이야기를 끝없이 생산하고, 그 사이사이에 복선과 연결고리를 배치해 스토리텔링을 쫀쫀하게 만들려 노력합니다. 소비자들이 그 안에 모여서 자발적으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고, 결국 제품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고요.”


탄탄한 서사가 전제되어야 가능할 텐데요,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나요?

송재원(이하 송) : “없습니다.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다듬어갑니다. 저를 포함해서 직원들이 대부분 만화 덕후라서(웃음). 서로 닉네임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아마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남우리 대표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엄청 읽어요. 여기 쓰는 돈이 한 달에 30만 원이 넘을 정도로요.”

남 :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 제 아이디어의 원천이에요. 막장 드라마에 공통적인 요소가 있는 것처럼, 여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가져다 써요. 가령 빙그레 왕국에는 빙그레우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왕실 일을 해온 투게더리고리 경이 있어요.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보면 왕실에 꼭 그런 존재가 등장하죠. 그래서 빙그레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투게더를 그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빙그레우스의 세계관이 유독 큰 화제가 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남 : “우리 경쟁 상대는 다른 광고가 아니라 로맨스 판타지류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아주 디테일하게 작업합니다. 짧은 광고라도 완성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 흠집 잡히면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요. 지향점이 좀 다르다고 할까요?”

송 : “만화 덕후들을 자극할 포인트를 곳곳에 숨겨둡니다. 그걸 찾아서 올리고 공유하고 다음 걸 궁금해하고 그러면서 저절로 콘텐츠가 확장돼요. 그게 다른 광고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푹 빠져 있는 분야를 광고로 만들다 보니 더 열심히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판매제품의 패턴 디자인을 이용한 홈플러스 인스타그램 광고 ‘소비패턴’.
작품에 종종 ‘B급 감성’ ‘병맛’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만.

남 : “B급 감성이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병맛’이라는 말은 듣기 불편하고요. B급이 정서나 감성의 문제라면, 병맛은 퀄리티 저하의 의미가 담긴 것처럼 들려요. 뭔가 맥락 없이 콘텐츠가 바뀌거나 그냥 웃기려고 하는 것,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병맛이거든요.”


창업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남 : “유튜버들이 한창 뜰 때였어요. 그중에는 광고 제작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이 큰 회사에서 수십 명이 모여 광고를 만드는데 디지털 세상에서는 유튜버 한 명을 못 이기더라고요. 가만히 보니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제품의 스펙이나 광고적인 메시지 전달은 확실히 부족했어요. ‘그러면 내가 디지털 쪽으로 가서 여기서 배운 광고 브랜딩 기법을 접목하면 승산이 있겠구나’ 생각했죠. 회사에서 더 빨리 나올 수 있었는데 남편을 설득하느라 1년이 걸렸어요(웃음).”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광고는 전통 광고 제작과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 같습니다.

남 : “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저는 제일기획에서 5년, 남편은 3년을 일했어요. 당시 제 연차가 높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존재감이 별로 없었죠. 수십 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일하다 보니 막상 제품이 출시돼도 별다른 감흥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브랜드나 제품에 쏟는 애정의 강도가 달라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우리 손을 거쳐야 하잖아요. 댓글을 보며 실시간 반응을 살피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요.”


토이킹덤, 일렉트로마트, 엣홈이라는 세 브랜드를 가족 계정처럼 운영하는 이마트 인스타그램 광고.
첫 고객은 어디였나요.

송 : “운동화로 유명한 ‘컨버스’였어요. 컨버스의 클래식 브랜드인 ‘척테일러’ 시리즈 광고를 맡았죠. 저도 좋아한 제품인데 요즘 고등학생들이 그걸 ‘아빠 신발’이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이걸 10대 층에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 ‘날씬한 척’ ‘공부하는 척’ ‘쿨한 척’ 이런 식으로 ‘척 시리즈’ 영상 광고를 만들었어요. 접속자가 폭주해 홈페이지가 다운됐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알려지면서 MZ세대 일을 많이 하게 됐어요.”


두 분은 MZ세대인가요?

남 : “간당간당 걸친 세대? 제가 서른넷이고, 남편은 서른다섯이에요. 광고기획사 대표치고는 젊은 편이라 MZ 대상 마케팅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송 : “MZ세대의 감성을 잘 알아야 하니까 대중문화를 관심 있게 관찰합니다. 우리는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역할이잖아요. 재료가 충분해야 연결할 거리가 많아지죠.”


올해 시작한 이마트 인스타그램 광고도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 : “이마트 안에 있는 토이킹덤, 일렉트로마트, 엣홈이라는 세 브랜드를 가족 계정처럼 운영하고 있어요. 토이킹덤이 할아버지, 일렉트로마트가 아빠, 엣홈이 딸이에요. 할아버지는 현재 판매 중인 인형을 가지고 구시대적 인식을 담은 동화의 내용을 하나씩 바꿔나가요. 동심을 간직한 아빠는 일렉트로마트에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밖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히키코모리 성향의 딸은 엣홈 제품으로 집을 방공호로 꾸미고 있어요. 세 식구가 완전히 다르죠. 그런데 이게 요즘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최종 목표는 이렇게 한집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가족이 손잡고 스타필드에 가도록 하는 거예요. 거기 가면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이 다 있잖아요. 이마트 계정은 원래 MZ세대의 방문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 빙그레우스 못지않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어요.”


2002년에 사라진 LG유플러스의 ‘홀맨’을 부활시켜 인기몰이 중이다.
회사 이름이 특이합니다. 발음도 어렵고요.

남 : “전에 회사를 다닐 때 남편이랑 둘이 익명으로 ‘좋대로 만드는 광고’라는 SNS 계정을 운영했어요. 브랜드와 사회적 이슈를 합쳐 유머러스하게 푸는 방식이었는데 꽤 인기가 있었죠. 창업 후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광고주도, 소비자도, 만드는 우리도 모두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자는 뜻으로요.”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은가요.

남 : “우리 애가 지금 세 살인데 뽀로로, 타요에 푹 빠져 있어요. 재미있는 건, 거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 제품으로 나와 있다는 거예요. 왜 웃긴지 모르겠는데, 아이가 어느 대목에서 혼자 빵빵 터지는 것도 신기하고요. 소비자를 저렇게 몰입하게 만들고, 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진정한 세계관 광고가 바로 거기 있더라고요. 우리 롤모델입니다(웃음).”

송 : “광고주의 생각이 곧 세계관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광고로 풀어내는 게 우리가 할 일이고요. 우리에게 쓴 돈이 아깝지 않도록, 광고주가 원하는 세상을 충실하게 구현하려 합니다.”
  • 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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