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오디션 新인류

마스터, 오디션의 마스터키 ②유희열의 빅피처

신선함과 낯섬, 무명과 유명 한 끗을 넘어라!

보통의 귀를 가진 우리는 ‘노래를 잘한다’ 혹은 ‘노래를 못한다’ 정도만 구분할 줄 알지, 어떤 음역대에서 어떻게 호흡을 하기에 그러한 발성과 스킬과 그루브가 나오는지 알지 못한다. 전국 팔도에서 노래 좀 한다 하는 소리꾼들이 대거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욱 그렇다. 수학경시대회나 과학경시대회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 경연에서, 누가 정답을 부르고 누가 오답을 노래했는지 측정하기는 어렵다.

이 난제 앞에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건 심사위원의 눈과 귀다. 이들의 눈살이 조금이라도 찌푸려지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기라도 하면 보는 이들도 덩달아 긴장한다. ‘지금 뭔가 문제가 있구나’ 싶어서. 화면을 통해 보는 시청자에 비해 심사위원은 현장에서 지원자의 호흡이 어디까지 차오르는지, 다리가 얼마나 후들거리는지 실시간으로 직관한다. 고작 3분 남짓한 시간에 지원자의 컨디션부터 연습량, 심지어 인성과 매너까지도 단박에 파악한다.


오디션, 지원자와 마스터의 이인삼각

그 와중에 신기한 점은, 노래 한 곡으로 우승 후보에 등극할 만큼 잘 부르는 지원자의 소리는 심사위원뿐 아니라 시청자도 만장일치로 알아본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단 한 소절로, 1절이 끝나기도 전에 듣는 이의 흉금을 울리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매료시켰을까. 말로 잘 설명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다시 심사위원의 입에 주목한다. 그들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언어로, 지원자의 탁월함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아 맞아, 그랬지’ ‘그래서 감동했지’ ‘역시 내 감이 틀리지 않았어’ 하고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원자와 심사위원의 이인삼각 경기다. 이 둘의 밸런스에 성패가 달려 있다. 먼저는 지원자의 재능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발견해 북돋워줄 코치가 필요하다. 이 둘의 호흡이 레이스 마지막까지 이어질 때, 경기는 환호와 함께 끝난다.

이 좁은 땅에 숱한 경연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그럼에도 매번 깜짝 놀랄 만한 신인들이 등장한다. 무명이라는 흙 속에 묻혀 있던 보석들이 경연을 거쳐 세공되고 다듬어져 마침내 진주처럼 영롱해질 때 우리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본 뒤의 감동을 느낀다.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다. 이 드라마에는 각본이 없고, 벌어지는 모든 일은 실화다. 드라마 같은 다큐, 영화 같은 예능이 오디션이다. ‘또 오디션이야?’ 하면서도 또 보게 되는 마력이 여기에 있다.


마스터의 성향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된다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 제작진은 마스터 섭외에 공을 들인다. 대한민국 오디션계의 역사를 바꿨을 뿐 아니라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태풍의 핵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마스터 장윤정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무명 가수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불러들인 〈싱어게인〉 역시 유희열 심사위원장이 〈슈가맨〉 제작진과 의기투합하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못했다. 대한민국 힙합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AOMG의 수장이기도 한 박재범은, 등장만으로도 〈고등래퍼〉나 〈쇼미더머니〉의 플렉스를 다르게 만든다. 마스터의 성향이 프로그램 전체의 성격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오디션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후진을 양성한다. 이른바 A/S까지 확실하다. 다음 세대에 가요계의 대부나 대모가 있다면 조용필, 이미자 같은 모습이 아니라 유희열, 장윤정 같은 모습일지 모른다.


“사실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어요. 신선한 게 지나치면 낯설어지거든요.
아마 지금까지 30호 지원자가 잘 안 된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몰라요.
그런데 그 한 끗, 그 한 끗을 넘으면 완전히 달라져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거든요.
오늘 무대는 저희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싱어게인〉 30호 가수 이승윤의 ‘치티치티뱅뱅’ 무대를 보고 -

유희열은 2009년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진행하고 있다. 13년 동안 매주 찾아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스케치북처럼 백지 같은 이 프로그램에는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만 있다면 아이돌부터 인디밴드, 10대 가수부터 80대 아코디언 연주자, 개그맨과 배우까지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다. 유희열은 〈음악도시〉 〈올댓뮤직〉 〈라디오천국〉 등 라디오 DJ를 하던 시절부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을 부지런히 발굴해 청취자에게 소개했다.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DJ이자 MC를 맡은 그의 본분이었다. 그는 소개팅 주선자처럼 양측을 오가며 시간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기를 바랐다. 작금의 현실은 쉽지 않다. 음원 시장의 재편 속도가 시시각각 바뀐다. 기존 뮤지션들도 차트에 진입하기가 어렵다. 재야의 고수들이 대중에게 다가오는 진입장벽은 높기만 하다.

유명과 무명, 그 한 끗 차이를 넘기 위해 유희열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최근 종영한 〈싱어게인〉은 이름부터 ‘무명가수전’이다. 그는 매주 〈스케치북〉을 통해 실력파 뮤지션들의 무대를 본다. 하지만 단 몇 팀이 소개되는 이 무대에도 많은 이들을 담지 못한다. 히트곡 한 곡을 내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가수,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지만 그 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는 가수 그리고 그조차 본 적 없는 찐무명 뮤지션들…. 2009년 〈슈퍼스타K〉라는 대국민 오디션이 시작한 이래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소수를 제외한 지원자들은 대부분 허공에 붕 떠 있다. 〈싱어게인〉은 이른바 오디션 그 후를 보듬는 일종의 A/S 프로그램이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여기에는 장르 불문 다양한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분들이에요. 사실 살아남는 일이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기회조차 못 가진 분이 많거든요.
무명 가수들의 실력과 이들의 가능성을 저희가 발굴하는 게 아니라 목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싱어게인〉 제작보고회에서 -

오디션이라는 장르는 사실 잔혹하다. 매 라운드마다 살아남는 자와 떠나는 자가 생긴다. 그리고 그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게 심사위원이다. 이 혹독한 서바이벌은 유희열을 만나 돈독해졌다. 그는 무대에 선 지원자들을 동료 뮤지션으로서 존중한다. 심사하기 이전에 이들의 음악을 감상한다. 그리고 그 감상의 호불호가 갈리는 게 취향 탓인지, 실력 탓인지를 분별한다. 전자라면 기꺼이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고, 후자라면 정직하게 알려준다.

유희열이 시즌3부터 합류한 〈K팝스타〉는 YG, JYP, 안테나 등 각 엔터 업계의 수장들이 직접 심사에 뛰어들었다. 소속사에 캐스팅되면 바로 데뷔할 수 있는 특혜가 있었다. 그래서 더 까다로웠다. 누구는 YG 스타일, 누구는 JYP 스타일로 갈렸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다년간 단련한 프로듀서의 눈으로 지원자들의 옥석을 가려냈다. ‘공기 반 소리 반’ 같은 유행어도 이때 나왔다. 유희열은 조금 달랐다. 그는 지원자들을 동료 혹은 후배로 대했다. 자신이 멘토링하던 지원자가 떨어질 때, 담담하던 지원자와 달리 그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꼭 다시 만나요. 그때는 내가 피아노 쳐줄게요”라면서.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있고 태도가 좋은 친구가 있다면 저는 태도가 좋은 친구를 고릅니다.
왜냐하면 함께할 시간이 길기 때문이죠.”

- 〈K팝스타 시즌3〉을 시작하며 -

쇼엔터계의 냉혹함을 맛본 그는 지원자 못지않게 절치부심했다. 〈슈가맨〉 프로젝트도 그런 맥락이었다. 노래의 운명에 자신의 운명이 집어삼켜진 ‘슈가맨’들을 소환했다. 양준일이 대표적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소개한 셈이다. 〈싱어게인〉은 〈슈가맨〉 프로젝트의 확장판으로 보인다. TOP 10에, TOP 3에 들지 못했더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노래를 한 번 더 들려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외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복됐다. 이들은 적어도 출연 이전보다는 이후에 좀 더 환대받으며 노래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유희열의 소개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S도 계속된다. 〈K팝스타〉로 안테나에 영입된 정승환·권진아·이진아·샘 김 등은 지금도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숱한 이름이 잊혀갔지만 적어도 유희열은 잊지 않는다. 이것이 그와 함께 음악을 하는 희열이다.
  • 2021년 04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