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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을 깨우는 목소리 완성형 지소울

“오늘 이곳에서 난 불러. I will be my own hero. 지금 이 순간까지 내 모습은 과거에 두고.
be my own hero, be my own hero. 여기까지의 내 모습은 모두 과거에 두고. I will be my own hero.”
- Mnet 〈쇼미더머니 9〉 ‘Hero’(쿤디판다 feat. 지소울·저스디스) 中-
© 워너뮤직코리아·굿프로젝트
#보이스코리아2020 #원곡생각안나는무대 #음색장인 #세련된감성 #칠전팔기

오디션은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경쟁에 경쟁을 뚫고 최종 한 자리에 닿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은 물론 남들에겐 없는 결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특히 기성 가수의 노래로 도전장을 내미는 참가자라면 원곡 가수를 지우고 자신을 철저히 입히는 관문을 거친다. 〈보이스 코리아 2020〉에 참가한 지소울(본명 김지현)은 이 길을 거쳐 우승까지 도달했다.

〈보이스 코리아〉는 무대를 등지고 앉아 있는 코치들이 참가자의 노래만 듣고 마음에 들면 버튼을 누르는 게 규칙이다. 참가자는 네 명의 코치 중 최소 한 명의 선택을 받아야 다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다.

지소울이 첫 무대에서 부른 곡은 이소라의 ‘제발’.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코치 보아와 다이나믹 듀오가 버튼을 눌렀다. 나머지 코치 성시경과 김종국 역시 1절이 끝나기 전에 돌아서며 지소울은 올턴을 얻었다. 다이나믹 듀오는 “첫음절 듣고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이거 끝났다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번째 무대에서 선택한 곡은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현장에 있던 원곡자 선우정아는 눈가가 촉촉해지며 “노래를 쓴 사람 입장에서 내용과 심정을 이렇게 표현해줬으면 하는데 저보다 훨씬 잘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이소라와 선우정아가 누구인가. 모두 자기만의 색이 강하다 못해 ‘제2의 ○○’조차 나오지 않는 가수다. 노래에 담긴 감성 역시 짙어 웬만한 실력이 아니고서는 원곡자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지소울은 두 사람을 완벽히 지웠다. 3분의 무대에는 오로지 지소울만 있었다.


심사위원도 가르칠 게 없는 음색장인

노래에 지소울만 남을 수 있었던 건 단연 음색 때문이다. 그의 노래에는 흑인 R&B 감성이 짙게 배어 있다. 팝송을 한국어로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세련되고 깊이 있는 보컬, 곡의 해석 능력은 공기를 진한 여운으로 휘감는다. 그가 ‘음색장인’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어딘지 설움이 묻어난다. 쉽지 않았던 그의 음악 인생이 켜켜이 쌓여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지소울은 2001년 SBS 〈영재육성프로젝트 99%의 도전〉에서 박진영에게 발탁됐다. 어린아이가 흑인 감성이 충만하다는 극찬을 받으면서. JYP 연습생 시절 친구 조권(2AM), 선예(원더걸스)가 먼저 데뷔하는 동안에도 그는 묵묵히 연습에 매진했다. 연습생 신분에도 실력 하나만큼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 JYP의 ‘공공연한 비밀병기’였다. 미국 진출을 위해 유학생활까지 해온 그가 데뷔한 건 2015년. 장장 15년이란 연습생 생활에 비해 돌아온 보상은 기대보다 작았다. 이후에도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잊힌 실력자가 존재감을 입증하는 무대도 된다. 지소울은 후자였다. 누구보다 한길을 걸어온 그는 어떤 마음으로 〈보이스 코리아〉에 섰을까. 데뷔는 했지만 히트곡, 인지도가 없는 그는 중고 신인에 가까웠다. 〈보이스 코리아〉에 출연하기엔 이미 클래스가 달랐다. 심사위원들이 코칭할 부분이 없을 만큼 완성형에 가까웠다. 어쩌면 그가 왕좌 자리에 오른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즌 1, 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시청률은 그의 진가를 완전히 드러내 보이기에 부족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되던 과거 경연과 달리 7주간만 진행됐다. 지소울은 〈보이스 코리아〉의 후광을 온전히 맛보지 못했고,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Hate Everything’ ‘Another Sad Love Song’을 발매하고 드라마 〈시지프스〉 OST ‘stay’로 세상에 말을 걸었다. 〈쇼미더머니 9〉 쿤디판다 ‘Hero’ 무대에 저스디스와 함께 피처링에 나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최근에는 직접 작사·작곡한 애절한 감성의 발라드곡 ‘사랑이 공평할 순 없을까’를 발표했다. 지소울의 매력적인 음색과 벤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어우러져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노래다.

지소울의 목소리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심연까지 닿는 섬세한 목소리다. 한 소절이면 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소울을 깨우는 데.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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