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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한 저음 스무 살 이영지

“넌 걸어가야 돼. 걸어가되 보폭 크게 넓히고. 속도는 중요치 않은 장기전임을 눈치채고 더 멀리 봐야 돼. 멀리 봐 …
뛰는 놈 위의 나는 놈. 위의 길이 보이는 나는 이영지.”
- Mnet 〈GOOD GIRL〉 ‘나는 이영지’ 中-
© 메인스트림
#고등래퍼3 #나는바오밥나무 #최연소우승자 #흙속의진주 #어디서배운거야_그런힙합

지극히 평범했다. 딱,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만. 단정한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소녀는 일순 돌변했다. 그가 비트에 낱말을 태우는 순간 장내는 술렁였다. 톤부터 강렬했다. 극도의 저음, 단어 사이에 배어 있는 리듬은 밀도 높게 서로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멘토 더 콰이엇은 이영지를 두고 “흙 속의 진주”라고 평가했다.

첫 방송부터 그는 화제였다. “힙합은 넥타이 풀어헤쳐야지” “학교를 자퇴해야 힙합이지”라고 말하던 또래에게 “어디서 배운 거야? 그런 힙합?”이라고 받아치는 당찬 모습은 그야말로 ‘사이다’였다. “이런 게 힙합 정신”이라는, 장난 반 허세 반인 참가자들과는 달랐다.

개성 강한 헤어스타일, 의상, 액세서리 등으로 참가자들이 스스로를 표현했다면 이영지는 오직 실력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파워풀하면서도 허스키한 저음으로 또박또박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귀에 쏙쏙 박혔다. 말이 빨라지며 발음이 뭉개질 수도 있었는데 이영지는 그렇지 않았다. 청중의 귀에 진입하는 주파수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절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영지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할머니 손에 자랐다. 〈고등래퍼 3〉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진짜 나’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실은 무대였다. 그는 가사에 “아빠의 삶은 어때? 마지막으로 봤었던 건 언제였었나. 난 아마도 조금 외로웠나봐. … money, 그게 그리 당신을 숨 막혀 떠나게 만들었다면 알레르기 생길 정도로 벌어 놓길 약속할 테니, please come back home my daddy”라고 짧은 메시지를 띄웠다. 아픈 가족사를 털어놓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그는 오히려 음악으로 승화했다. 결핍이 스스로를 갉아먹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양분으로 이용해 그 자리마저 꽃으로 피워냈다.

그의 무대는 유독 실수가 없었다. 타고난 재능에 거듭된 연습이 더해져서다. 이영지는 “두려움을 자극제로 전환해 부스터로 활용했고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열심히 하게 됐다”며 “두려워 못 할 것 같아도 악으로 깡으로 하며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10초가량의 네 마디 랩 가사를 적는데, 쓰고 뒤엎고 울고를 반복하며 네 시간 만에 완성했다. 멘토 코드 쿤스트는 파이널 공연 준비 당시 “처음에는 영지가 파이널까지 올 거라고 아무도 예상 안 했을 테지만 영지의 성실함이 파이널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영지는 이 기세를 몰아 〈고등래퍼 3〉 우승까지 이뤄냈다. 〈고등래퍼〉 시리즈 중 최연소 우승자, 첫 여성 우승자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경력 6개월의 새내기 래퍼가 이룬 쾌거였다. 이영지는 힙합 리얼리티 뮤직쇼 Mnet 〈GOOD GIRL〉에 출연하며 퀘스트마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5월에는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연단에 올라 “한계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스스로가 작게 보이지만 장래에는 바오밥나무처럼 크게 자라날 나무라고 믿는다는 내용이었다.

“저는 바오밥나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디까지 뻗을 수 있고 커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자라가고 살아갑니다. 어차피 제 뿌리가 얼마나 많고 깊은지 저도 모를뿐더러 남들도 모르죠. 파헤쳐보기 전까지는. 그래서 저는 저를 믿고 도전하고 무모할 뿐이에요.”

이영지는 래퍼들이 흔히 사용하는 랩 네임도 없다. 그냥 이영지다. 딱히 이름을 대체할 필요가 없어서랄까. 그저 끼를 발산하며 힙합에 이영지를 새겨가고 있다. 2002년생, 이제 스무 살. 브레이크 없는 이영지의 에너지는 무한 질주 중이다.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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