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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30호 무법자 이승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 그냥 그냥. 그 누구도 내게 간섭 마. 다 똑같은 말도 하지 마. 여긴 나만의 것 It’s my world.
더 이상 이젠 나를 찾지 마.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 걱정 따윈 필요 없어 나.”
-JTBC 〈싱어게인〉 ‘Chitty Chitty Bang Bang’ 中-
© JTBC
#싱어게인 #넌어느별에서왔니 #심사위원멘붕 #방구석아티스트 #결국은우승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 부류의 참가자가 있다. 남다른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화제성 이후에 지속성을 보여주지 못해 사라지는 지원자, 매 라운드마다 점진적인 상승세로 결국 무대에서 폭발하는 지원자. 〈싱어게인〉의 우승자 이승윤은 후자의 경우다.

‘찐무명’조로 등장한 그는 “누구지?”로 시작해 경연이 거듭될수록 “도대체 너 누구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가 재해석한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을 듣고 난 뒤 김이나 심사위원은 “나 안 해! 나 못 하겠어!”라며 심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효리가 불렀을 때는 흥겨운 댄스곡이라 생각했는데, 이승윤이 부른 이 노래에서는 새삼스레 “날 따라와”라며 손짓하는 가사가 들렸다. 원래 알고 있던 노래임에도 ‘이런 노래였나?’라고 다시 듣게 됐다. 그게 이승윤의 힘이다. 그는 노래를 해체한 뒤 자기 방식대로 조립하는데 그 후엔 전혀 다른 장르가 되어 있다. 그 장르에 이름을 붙일 수 없어, 그의 별칭은 ‘장르가 30호’가 됐다.

심사위원장 유희열은 그의 “족보 없는 음악”에 고개를 내둘렀고, “아마도 이런 성향이 30호를 그 (무명의) 자리에 있게 했는지도 모른다”는 호평 같은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어쨌든 오디션은 ‘새로운 루키’를 발견하기 위한 자리이고,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뿐 아니라 보는 이들의 뒷골을 저릿하게 만들었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혼란과 혼돈 속에 결국 30호 가수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즐거워 보였다. 애초 그의 목표는 “(상대로 나온 이무진과) 둘 다 잘해서 심사위원을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방구석 음악인, 세상과 소개팅하다

이승윤은 스스로를 “방구석 음악인”이라 불렀다. 방구석에서 음악을 깨작거리면서 세상의 탁월한 뮤지션을 흠모하며 배 아파하던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익숙함과 신선함 중 신선함의 비율이 컸던 이승윤은 점차 자신의 신선함에 사람들이 익숙해지게 만들었고 결국 그를 기다리며 기대하게 했다.

탈락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이승윤은 다음 라운드에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선곡했다. “살아남아 오히려 생각이 많아진” 그는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자신이,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자신과 같이 변방에서 음악 하는 이들도 함께 이런 무대에서 즐길 수 있도록 “주단을 깔고 기다리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노래가 끝나고, 충격이 스쳐간 자리에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유희열은 “내가 프로들의 무대를 많이 보지만 최근 몇 년간 봤던 무대 중 최고였다”는 평을, 이선희는 “보컬의 색으로 여는 장르가 아닌, 음악 자체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인재”라는 극찬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극찬에 갇히지 않았다. “틀을 깨는 음악인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BTS의 ‘소우주’를 선곡하기도 했다. 별이 쏟아지는 무대에서 부른 그 노래는 그의 자작곡인 ‘게인 주의’를 떠오르게 했다.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승윤은 밴드 활동 시절 “너와 나는 빅뱅의 부싯돌, 넌 이미 우주야”라고 노래한 바 있다. “넌 그 자체로 빛나며, 이미 꽉 찬 우주”라는 메시지는 그의 무대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미 이해리, 선미 등 주니어 심사위원은 처음부터 그의 무대마다 “반했다” “최고다”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그가 자신을 “배 아픈 가수다”라고 소개할 때부터 그 시기와 질투가 자양분이 될 것이라 격려했던 김이나 심사위원은 “본인이 애매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애정이나 인정을 받아들이면 더 멋있어질 것 같다”는 말을 남겨 이승윤이 눈물을 쏟게 만들기도 했다.

1989년생 이승윤은 올해 서른셋이다. 그는 “나의 깜냥을 알기에 슈퍼스타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20대의 많은 시절을 그의 말마따나 ‘야생’에서 보냈다. 지금 그는 노래 한 곡을 부르면 유튜브에 500만 뷰가 나온다. 오디션 우승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지금도 그는 침착하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관찰하며, 들뜨지 않으려 한다. 슈퍼스타가 아니면 어떤가. 〈싱어게인〉은 그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소개팅’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제 그의 애프터가 시작됐다.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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