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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낯선 특별함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안예은의 노래에는 서사가 있다.
그가 노래에 담아내는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대중가요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노랫가락을 음미하며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영상처럼 삶의 장면 장면이 선연하게 떠오르는데, 그 안에 슬픔이 있고 한이 서린다.
여기에 아쟁같이 쟁쟁한 그의 음색이 더해지며 노래에 혼이 살아난다.
안예은 자체가 장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다.
#장르가안예은 #케이팝스타시즌5준우승 #자체가와일드카드
#독보적음색 #사극풍발라드 #대중성과개성사이


안예은의 무대는 종종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창법에서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데, “독특하지만 대중적이지 않다”거나 “낯설지만 특별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안예은을 처음으로 대중에 각인시킨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5〉에서도 그랬다.

안예은이 자작곡 ‘홍연’을 선보인 첫 무대에서 심사위원 박진영과 양현석은 “독특하고 개성 있지만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반면 유희열은 “재밌게 들었다”는 평으로 말문을 열며 “콘셉트가 굉장히 세다. 생소하다. 뻔한 코드인데 노래를 묘하게 부르니 ‘모던 사극 주제곡’을 들은 것처럼 신선하다. 이런 가수가 우리나라에 없어서 신선한 거다”라며 일종의 프리패스권인 ‘와일드카드’로 탈락 위기의 그를 살려냈다. 유희열은 이후에도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하다” “만약 여기서 떨어져도 예은 씨 같은 사람이 음악을 오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안예은은 “만약 오디션에 나가지 않았다면 음악을 안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꿈과 생계의 갈림길에서 나선 오디션은 그에게 마지막 발악과도 같았다.

“꿈을 포기한 상태로 출전한 오디션이었어요. 생계 걱정에 취업하려고 자격증도 알아봤었죠. 음악에 미련이 남아 오디션까지 갔지만, 떨어지면 진짜 포기하려 했어요.”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를 기회는 얻었지만, 카메라는 좀처럼 그를 비추지 않았다. 몇 달 동안 통편집을 당해 주위에선 “합격한 게 맞냐”고 물을 정도였다.

“우승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은 내 얼굴을 대중에 알리는 지름길이라는 거예요. 음악을 꾸준히 해도 될까 말까 한데, 방송은 한 번만 출연해도 뜰 수 있다고 주위에서 그랬죠. 당시 저는 홍대 라이브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고, 텅 빈 바에서 홀로 노래한 적도 있어요. 방송을 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디션에 나갔지만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죠.”



오디션 무대가 가르쳐주는 것들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그는 오히려 힘을 빼고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매 순간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며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참가자들이 부른 기성곡 사이에서 그의 독특한 창법과 감성이 묻어나는 자작곡은 유독 튀었다. 경연 기간 동안 총 일곱 곡의 자작곡을 불렀는데, 매일 새로운 곡을 쓰며 자신을 다독였다.

“오디션에서 자작곡은 유리한 면이 많아요. 직접 쓴 곡을 통해 캐릭터가 만들어지니까요. 자작곡을 잘하면 진짜 막강하지만, 무난하게 가는 길은 귀에 익숙한 기성곡일 때가 많죠. 다만 기성곡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모든 음원사이트를 뒤져서 자기와 어울리는 곡을 찾을 때 저는 제 곡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묻혀 지낸 안예은에게 빛은 의외의 순간에 찾아왔다. 자작곡 ‘미스터 미스터리’를 선보인 무대에서 말 그대로 포텐이 터졌다. 박진영은 “밴드를 완전히 사유화했다. 연주가 완벽히 살아 있다. 어쩜 그렇게 차지게 음표를 살리고 박자를 가지고 놀 수 있느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양현석 역시 “노래 3분 동안 두 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여줬다”며 “안예은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극찬했다.

“색이 강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개성 강한 나만의 색’으로 뒤엎은 한 방이었다. 이후 기성곡마저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음색에 심사위원들이 안예은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결과는 〈K팝스타 시즌5〉 준우승으로 이어졌다.


안예은표 사랑가

“세상에 처음 날 때 / 인연인 사람들은 /
손과 손에 / 붉은 실이 / 이어진 채 온다 했죠.”
- ‘홍연’

“어디에 있습니까 / 무엇을 하십니까 /
불현듯 생각이 나오 /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
무엇도 하지 않고 / 가끔은 그리워하오.”
- ‘윤무’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
이리 보낼 수 없는데.”
- ‘상사화’



안예은의 노래에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담긴다. 그가 음계로 그리는 생은 나약해서 가엽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특히 첫 소절에서 탄성을 자아낼 때가 많다. 구어체 가사를 즐겨 쓰는데, 여러 곡이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점도 그의 노래를 찾아 듣는 재미 중 하나다. 상대에게 읊조리듯 내뱉는 말에 단조의 선율을 더해 ‘안예은표 사랑가’를 완성시킨다.

그중 ‘홍연’은 안예은에게 여러모로 효자곡이다. 오디션 프로에서 안예은을 알린 최초의 곡이자, 노래방 애창곡 순위 10위까지 오를 만큼 많이 불려 큰 수익을 안긴 노래이기도 하다. 사극의 주제가 같은 이 노래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을 바라보는 공길의 시점을 그린다.

“어려서부터 사극을 좋아했어요. 저는 비극을 좋아하는데, 이뤄지지 않은 사랑을 아름답게 봐요. 비극적 사랑에 대한 환상이죠. 실제로 겪으면 누가 좋겠습니까마는(웃음).”

이후 사극 드라마 OST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데뷔 3개월 만에 드라마 〈역적〉의 OST 대부분을 맡으며 프로듀서로서의 재능도 증명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의 세 번째 OST 주자로 발탁돼 주인공 ‘평강’의 테마곡을 부르며 OST 강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역적〉의 OST ‘상사화’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서 부르면서 주목받았다.

“원래 임영웅 님 팬인데, 제 곡 ‘상사화’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았죠. 지난번에는 운 좋게 〈사랑의 콜센타〉에서 함께 무대를 할 기회도 있었는데 쑥스러워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왔어요. 다시 만난다면 ‘고음 없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울부짖는 듯 절절한 안예은의 음색은 국악을 만났을 때 찰떡처럼 녹아든다. 〈불후의 명곡〉에서 국악인 송소희나 이봉근과 함께한 콜라보 무대는 1년이 넘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즐겨 보는 인기 영상이다.

“국악인의 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며 국악에 흥미가 생겼어요. 창법 자체가 시원하고 통쾌해요. 구어체 가사나 내용도 흥미롭고요. 나중에 국악을 학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국악의 내용과 형식, 시조와 운율, 그때 썼던 말투까지 모두요.”

안예은은 송소희의 곡 ‘달무리’에 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안예은표 사극풍 발라드에 송소희의 구슬픈 목소리가 더해져 진한 울림을 자아낸다.

“‘달무리’는 달무리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곡이에요. 달무리는 달의 온도가 내려가 주변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구름을 끌어들여 만들어진 과학 현상이라고 해요. 내일 비가 온다는 표시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달 자체가 가진 낭만이 있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안예은이 작사를 처음 시작한 건 열여섯 살 때다. 데뷔 앨범 수록곡 ‘Nipping Wind’의 가사를 그때 썼다. 안예은은 ‘그 시절에만 쓸 수 있는 글’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작곡을 배우고 쓴 가사가 있어요. ‘먼 미래에 우리는 함께 걷지 않을 거야. 가만히 앉아서 전화를 걸면 볼 수 있고’라는. 영상통화도 없을 때예요. 그런 상황이 슬펐나 봐요. 전화 걸면 어디에서나 목소리 들을 수 있으니까 실제로 만나는 일이 줄어들 거고, 같이 안 걸을 거고, 웃음소리도 덜 들을 거고…. 지금 코로나 시국과 닮아 있죠.”

쇼트커트 머리에 교복 치마 대신 체육복 바지, 실내화. 인형보다 비비탄 총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보다 만화나 록밴드에 빠져 사는 아이. 안예은은 자신의 학창 시절을 이렇게 묘사했다.

“저 스스로를 소수자라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심장이 약해 체육시간마다 번외로 분류됐어요. ‘할 수 있다’고 말해도 ‘넌 안 돼’라고 저지당하기 일쑤였죠. 또래 친구들에게도 ‘너는 다른 여자애들과 다르다’며 배척당했어요. 남자와 여자,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했죠.”

그는 여성과 인권, 동물권에 관심이 많고, 세상의 모든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한다. 안예은이 쓴 가사에는 성별이 없다. 누군가를 지칭할 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쓴다.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방을 높이는 말이라는 이유에서다.

안예은이 사회를 향해 품은 관심은 종종 창작으로도 드러난다. 최근 작업한 앨범 〈카코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인 디스토피아의 유의어로 ‘절망향’을 뜻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힘을 내 벽을 부수고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됐어요. 사회가 정한 규율에 반문하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라는 목소리를 높였고요. 종종 SNS에 이런 글을 올렸는데, 지금은 조심하고 있어요. 뭐든 감정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관심 가지고 공부해야죠.”



독서를 통해 내면의 나와 부딪치고

안예은은 몇 해 전 트위터에서 일었던 ‘여류작가 책 읽기’ 운동을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장편 소설 《지복의 성자》를 읽고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책인데 인도의 수많은 내전과 싸움이 담겨 있어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에서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전쟁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며 사는 그들의 모습을 알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책은 그에게 자신 안의 무수한 자기를 찾아가는 길동무다. 평소 독서를 즐기고 콘텐츠를 탐닉하는 그는 곳곳에서 창작의 깃발을 세운다.

“책은 삶의 시야를 넓혀주고 곡을 쓰는 데 영감이 되기도 해요. 한 단어에 꽂혀 가사를 쓰기도 하죠. 최근에 낸 3집 1번 트랙 ‘속삭임의 회랑’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 《댈러웨이 부인》에서 가져온 말이에요. 영국에 실제로 있는 회랑인데, 작게 말해도 저 끝까지 들려서 붙은 공간의 이름이라고 해요. ‘문어의 꿈’은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썼고요. 책을 읽으며 내면의 나와 부딪치고 얘기 나누며 삶의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대중성과 개성, 그 언저리에서

데뷔 5년 차. 안예은은 이제 자신의 색으로 무대를 채우는 데 능수능란하다.

“오디션에 나가기 전엔 제 색이 없는 게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색이 강하다고들 해요. 그런데 ‘색이 너무 세서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한 ‘홍연’이 노래방 인기차트에 올라가는 걸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아요. 대중의 취향이 다양해진 거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보편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 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을 더 눈여겨봐주는 거죠.”

4월 2일 안예은의 새 앨범이 발매된다. 미지의 섬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 장의 앨범 안에 다섯 곡이 한 편의 서사로 읽힌다고 귀띔해줬다.

“요즘에는 앨범을 통으로 듣는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앨범 전체를 들어줄까 고민하다가 만들었어요. 앨범에는 동화책처럼 삽화가 들어가요. 음악만으로 느끼는 감정과 일련의 스토리를 알고 듣는 것은 다르니까. 틀을 정하기보다 뷔페처럼 여러 가지 즐길 거리를 준비했어요.”

그의 꿈은 ‘뮤지컬 음악감독’을 향한다. 뮤지컬 전체를 아우르는 음악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어쩌면 이번 앨범이 그 꿈을 향한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안예은은 여러 인터뷰에서 데뷔 때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것을 고백했다. 치료받는 과정에서 2집, 3집을 냈고, 지금은 우울의 늪에서 한 발 또 내딛어 새로운 길을 향하는 도약점에 있다.

“우울증이라는 친구는 평생 같이 갈 동무예요. 가끔 작아졌다 커졌다 할 뿐이지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그게 음악적으로 표출되니까 신기해요. 요즘 만드는 곡에 ‘더 밖으로 나와라, 뛰어라’라는 능동적인 단어를 쓰는 건 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안예은에게 ‘우울증’이 길벗이라면, 음악은 험난한 삶의 여정에서 비상구 같은 존재다. 나만의 길을 걷기 위해 꼭 필요한 비상구. 음악가의 길에서 안예은은, 우울이 찾아올 때마다 음악이라는 출구로 비상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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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다좋아요.   ( 2021-04-02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완전 안예은 찐팬이 아니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없겠네요.
 근데 어쩌다가 조선일보랑 인연을 맺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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