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부심

배경연 배키맴 대표

생쪽매듭 쿠션, 이렇게 세련될 수가!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전통 매듭이 이토록 세련될 수 있을까.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기다란 쿠션을 요리조리 꼬아 만든 핑크색 쿠션에 ‘전통’이라는 말을 붙이기 전까진 전통 매듭을 활용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매듭공방 배키맴이 세상에 내놓은 ‘생쪽매듭 쿠션’ 이야기다.

기쁨과 환희의 의미를 가진 생쪽매듭은 생강쪽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나의 꽃과 같은 모양이지만, 다양한 디자인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매듭이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쿠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매듭을 놀이처럼 즐기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배경연 배키맴 대표는 전통이라는 빗장에 가려 고루하고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어온 매듭을 현대적 감성으로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다.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온 우리나라 전통 공예인 매듭이 그의 손을 거치면 예술이 된다. 매듭은 주머니나 노리개, 생활도구, 장신구 등을 통해 오랜 시간 사람들의 손길을 타고 전해져왔지만, 의복과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점점 그 쓸모를 잃어가고 있다. 매듭 공예를 배운 지 10년 남짓 된 배 대표는 잊혀가는 전통 매듭의 맥을 이으며 전통에 현대적 감성을 녹여 실생활로 이끌어내고 있다.

매듭공방 배키맴은 배경연 대표의 영어 이름인 배키에 ‘매듭짓다’라는 의미로 명사형 어미를 붙였다. 맴은 엄마, 혹은 마음으로도 읽힌다. 풀자면 ‘배키 엄마의 마음이 담긴 매듭’이란 뜻이다.


김현주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한 국화매듭 쿠션.
#기쁨과 환희 담긴 생쪽매듭

배키맴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웹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지내면서 배움에 목말라 있던 중에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매듭을 접했어요. 단순한 선을 엮어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매듭에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매듭 공예를 배운 건 30대 초반이에요. 황순자 선생님과 임근희 선생님에게 사사했고, 현재는 한국매듭공예연합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어요. 2012년 초부터 공방과 블로그를 열어 매듭 관련 정보를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하다가 3년 전 ‘배키맴’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본 생쪽매듭 쿠션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전통 매듭을 현대 감각에 맞춰 실용적으로 활용한 좋은 예죠.

“전통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고 싶어서 다양한 분야와 접목을 꾀한 거죠. 가구 디자이너의 나무 의자에 실타래를 엮어 만든 매듭 쿠션을 붙이고, 금속공예 작가의 반지에 매듭 장식을 달았죠. 캘리그래피 작가가 나무를 깎아 만든 브로치나 목걸이에 매듭으로 줄을 만들어 붙이기도 했고요. 그러다 탄생한 작품이 바로 생쪽매듭 쿠션이에요. 기존에 있던 매듭 쿠션에서 모티브를 따왔죠. 매듭은 워낙 작아서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해요. 하지만 쿠션처럼 크게 만들면 그 모양을 배우기 쉬울 거라 생각했어요. 또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쿠션에 매듭을 접목시키면 누구나 재밌게 활용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수많은 전통 매듭 기법들 중에서 ‘생쪽매듭’을 쓴 이유가 있나요?

“생쪽매듭에는 기쁨과 환희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노리개 장식에 주로 쓰이는 매듭이죠. 클로버 모양을 기본으로, 응용하기에 따라 다각형을 그려낼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생쪽매듭은 꼬았을 때 오동통하게 꽃모양이 살아나요. 쿠션을 만들면 품에 안길 정도로 부피감이 있어 딱 맞죠.”


장식품인 매듭을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쿠션의 감촉을 살리기 위해 바느질 선이 없는 양말 소재에 솜을 넣어 뱀처럼 기다랗게 만들었어요. 누구나 쉽게 놀이처럼 매듭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죠. 처음에는 솜을 넣기가 쉽지 않았어요. 공장에서는 압력이 센 기계로 넣어서 쿠션으로 쓰기엔 너무 빽빽한 느낌이 있었죠. 폭신하고 말랑한 쿠션 느낌을 주려고 일일이 손으로 솜을 넣고 꿰매느라 고생했어요.”


크라우드 펀딩 반응은 어땠나요.

“지난해 텀블벅 펀딩을 시도해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원데이 클래스도 함께 진행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클래스를 접어야 했지만요. 30~40대 고객이 주를 이뤘고 20대 여성분들도 있었어요. 젊은 사람들에게도 전통 매듭을 알릴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뿌듯했고, 책임감도 느꼈죠.”


김혜민 작가와 협업해 만든 매듭의자.
#전통 매듭,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

매듭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매듭의 매력을 설명한다면.

“매듭은 손바닥만 한 주머니에 실과 가위, 매듭송곳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어서 제약이 없어요.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라는 점에서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매듭 DIY 키트가 잘 팔리고 있어요. 비대면 수업도 인기고요. 종이접기나 뜨개질처럼 취미로 우리 전통 매듭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매듭과 접목해볼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전통 매듭을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활동이 있다면요.

“교육용 교재를 제작하고 있어요. 매듭 기법 도안 전자책을 만드는데, 감개매듭을 응용할 수 있도록 원리부터 기본 과정을 세세하게 그림과 사진, 동영상으로 소개합니다. 재작년에 초안 작업을 시작했고 올해 출판을 계획하고 있어요.”


배키맴의 지향점은 뭔가요.

“매듭은 종이접기와 비슷해요. 한 가닥 선이 꼬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바뀌어요. 변형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죠. 전통 매듭이 현대인도 즐길 수 있는 재밌는 놀이의 하나가 되면 좋겠어요. 창작의 재미는 제 삶의 동력이에요. 그동안 저는 관심사에 따라 삶을 여러 방향으로 바꿔왔어요. 떠오르는 대로 만들어가는 거죠. 매듭이 주는 기쁨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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