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아들아, 엄마가 틀렸다

“엄마, 사딸라 밈 봤어요?”

“사딸라? 그게 뭔데?”

“옛날 드라마 〈야인시대〉인가 거기서 남주가 유행시켰다는데, 진짜 웃겨요.”

“밈? 밈은 그런 데 쓰는 말이 아니야. 밈(Meme)은 문화유전자라는 뜻인데,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학적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과 대별하는 의미로 처음 쓴 거거든.”

“아닌데…. 유튜브 웃기는 짤인데.”

2년 전쯤인가요, 10대 아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국문학과 출신에, 언론사 경력 19년 차 글쟁이인 저에겐 일종의 직업병이 있는데요, 문맥에 적합하지 않은 낱말을 들으면 ‘지적질’의 욕구가 스멀거립니다. 뭔가 잘못 먹다 턱, 걸린 사람처럼 말이죠. 사회생활에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꾹 참고 넘어가도, 아이들에게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우리말 교육’의 명목으로 짚고 넘어가는 편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지적질’이 머쓱해질 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세계관’ ‘맛집’이라는 용어에서도 그랬답니다. 아이가 ‘나이키의 세계관’을 운운하기에 또 지적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세계관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야. 한 세상을 구성하는 거대한 서사, 패러다임 같은 걸 아우르는 큰 개념이거든.”

결과적으로 ‘밈’도 ‘세계관’도 제가 틀렸습니다. 목에 힘주고 잘난 척하다가 10대 아들한테 보기 좋게 K.O.패를 당한 거죠. 그걸 1년여가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들 아시겠지만, ‘밈’은 비의 ‘깡’이나 2PM ‘우리집’, 제국의 아이들 ‘후유증’ 뮤직비디오처럼 재미로 소비되는 영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세계관’ 역시 브랜드나 유튜브 등 협소한 의미에서도 사용되지요. ‘빙그레의 세계관’ ‘유튜버 강유미의 세계관’ 식으로요.

소비 주체로서 MZ세대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과거에 10대는 힘이 없었습니다. 열정과 패기는 있었지만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다릅니다. 거대하고, 빠르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은 세상의 돈줄을 움직입니다. 이들에게 선택받으면 네트워크망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대박 나지만, 반대로 찍히기라도 하면 한 방에 훅 갑니다. 소비시장에서 힘의 역전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힘의 균형추가 4050에서 2030으로, 더 나아가 1020으로 서서히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달 에서는 ‘요즘 소비’를 들여다봤습니다. ▲N차 소비 ▲녹색 소비 ▲기부 소비 ▲플렉스 소비 ▲잔돈테크 등 MZ세대의 소비 특성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잡아내 ▲자판기에서 사고파는 중고 거래 앱 ‘파라바라’ ▲버려지는 못생긴 농산물로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를 만들어 지구를 구하는 ‘지구인컴퍼니’ ▲폐섬유로 가방을 만들어 수익금으로 아픈 소방관을 돕는 ‘119레오’ ▲자린고비 생활을 하면서 사고 싶은 건 꼭 사고야 마는 플렉스 소비의 끝판왕, 유튜브 〈현동이채널〉 ▲돈을 쓸 때마다 잔돈이 자동으로 내 계좌에 쌓이는 잔돈테크 ‘티클’을 만든 이들을 만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자본주의 키즈인 MZ세대는 소비에 대한 철학이 분명합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한편 쓸 때는 쓰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환경을 중시하고, 공정성 이슈에 민감하며, 착한 기업에 지갑을 엽니다. 어떤 면에서 이들이 소비 주체가 되는 세상에서 희망을 봅니다.
  •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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