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로 지구를 구하다

“고기와 밀가루를 멀리하면 오래 살 수 있지만 그렇다면 딱히 오래 살 이유가 없다.”

가수 라비가 던진 말이다. 한때 깊은 공감을 했으나 그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려 한다. 고기를 가까이하면서도 오래 살 수 있다고. 비결은 콩·현미·귀리 등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다. (차돌박이처럼) 구워 먹는 ‘슬라이스’, 육즙이 살아 있는 ‘버거 패티’ 등이 언리미트 대표 제품이다.

언리미트를 출시한 지구인컴퍼니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생긴 농작물로 가공식품을 만들며 유명세를 탄 푸드 스타트업. 못생긴 농작물이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가공식품을 만들더니 이제 고기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민금채 대표는 “이왕이면 지구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만들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지구를 아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민 대표의 바람처럼 언리미트는 제조 과정에서 폐기처리물 제로를 이뤘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한 언리미트 햄버거 패티는 목표 금액의 6239%를 초과 달성해 투자금 6200만 원을 모았다. 펀딩 참여자 중에는 채식주의자나 필환경 실천인도 있다. 맛에 대한 단순 호기심이나 가볍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어 참여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아무렴 어떠랴. 맛있으면 됐지. 맛이 괜찮았다면 다시 먹으면 된다. 맛있게 먹는 행위에 참여한 사실만으로 당신은 특별한 소비에 동참한 것이다.


#매거진 기자 #농산품 마케터

지구인컴퍼니 전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여성 매거진 기자를 시작으로 다음(카카오)에서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어느 날 제주에서 재배한 귤을 다 팔았는데 농부분이 고맙다고 고구마를 보내 오셨어요. 기분이 묘했죠. 전 제 할 일을 했을 뿐이고, 다른 품목을 판매할 때는 이렇게까지 감사 인사를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배달의 민족으로 자리를 옮겨 밀키트 사업을 총괄하며 알게 됐죠. 감자, 파프리카 등 꽤 많은 농작물이 버려진다는 사실을요.

농산물 재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 지구인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자두병조림_미니사과피클

지구인컴퍼니의 첫 출발은 ‘농산물 재고 줄이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구인컴퍼니를 만들 때 제로웨이스트와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죠. 처음에는 수확 시기에 제철 원물을 저렴하게 팔았어요. 문제는 금방 발효돼 썩는 자두·복숭아·포두·밤 등이 남는 경우예요. 이런 제품을 자두병조림, 미니사과피클, 귤스프레드로 만들어 판매한 게 인기를 모았어요. 주로 팔리지 않고 남은 못생긴 농작물로 만들었죠. 열여섯 개 농가의 재고가 제로가 됐는데 양으로 따지면 1020톤 정도 돼요.”


#못생긴 농작물

농부들이 참 좋아했겠어요.

“농사에는 누구보다 자부심이 있어도 판매는 약한 분들이 많았어요. 한 농부는 30년 동안 배 농사를 지었는데 매년 70~80톤 생산하면 40톤이 남았대요. 가공식품으로 만든 것도 창고에 쌓여 있고. 그래서 배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을 시도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제가 다 팔아보겠다고, 안 팔리면 그때 다른 작물로 바꾸시라고 설득했어요. 결국 두 달 동안 다 팔았는데, 그분이 울면서 얘기하셨어요. 배를 포기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계속 농사지을 수 있게 됐다고요. 참 다행이었죠. 못생긴 농작물 소비가 문제없다는 건 요즘 소비자들은 다 인식하고 있잖아요. 사실 새로운 개념도 아니죠. 다만 지구인컴퍼니는 원물보다 가공식품에 집중했을 뿐이에요.”


#식물성 고기 #임파서블 버거

최근 대체육 ‘언리미트’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농작물 재고 줄이는 게 점점 입소문이 났어요. 농부들이 쌀, 콩, 깨를 팔아달라고 하더라고요. 미숫가루, 요거트, 스무디로 가공해 팔았는데 반응이 거의 없었어요. 곡물은 안 되는 건가 싶던 찰나, 미국에 출장을 갔습니다. 미국에서 식물성 재료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나도 곡물로 고기를 만들어야지’ 생각한 전환점이었죠. 그게 2018년이에요.”


#진짜 소고기를 기준 삼다

사실 식물성 고기는 맛없다는 편견이 많지 않나요?

“제가 먹은 임파서블 버거는 맛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식품공학자, 셰프에게 막상 그 맛을 설명해야 하는데 난감하더라고요. 당시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맛없는 걸 만들 수는 없고, 약간 거짓말을 했죠.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부위별로 떼어다가 만든 패티를 건네며 말했어요. ‘이게 임파서블 버거예요’라고. 진짜 고기를 기준으로 개발을 시작한 거죠. 제가 원하는 맛을 내기까지 1년 반이 걸렸지만요.”


#건강 지키면서도 고기는 먹고 싶어

주로 어떤 분들이 찾나요?

“건강하게 먹기를 원하는 30~40대가 많아요. 저는 식물성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고기를 먹는 걸요. 고기는 먹고 싶은데 가볍게 먹고 싶은 분들이 선택하길 바라는 거죠. 그래서 맛있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햄버거병이 문제가 되면서 안전하게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대안이 되고 있어요.”


#폐기처리물 제로

식물성 원료라 제품 자체가 환경친화적일 것 같아요.

“소를 사육하는 데 3~10년이 걸려요. 물론 그 사이 소가 자라는 토지나 사료(곡물)를 먹고 배출하는 배변, 메탄가스 양도 엄청나겠죠. 저는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소가 자라는 3~10년의 과정을 없애고 곡물로 바로 고기를 만드는 거죠. 언리미트 생산에서 유일한 폐기처리물은 해바라기유예요. 그마저도 비누공장에 재판매하고 있어 폐기처리물도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어요.”


#합리적 가격 #맛있는 고기 #환경에도 긍정적

그린슈머나 가치 소비와도 궤를 같이하네요.


“지구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지구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렇지만 그 의미를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일전에 재고 농작물로 분말수프를 만든 적이 있는데요. 모든 걸 친환경 요소로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어요. 당시 ‘보노스프’가 우리 제품보다 반이나 저렴했거든요. 좋은 의도로 만들었으니 우리 제품을 이용하라고 생산자 중심에서 강요한 꼴이었어요. 언리미트 마케팅에는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합리적 가격에 맛있는 제품이 알고 보니 환경에도 긍정적이네?’ 그런 순서여야 지속 가능한 소비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식물성 고기라도 비싸고 맛이 없으면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테니까요.”


#건강식 관심 커진 중국 수요 늘어

대체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떤가요.

“국내 육류 시장 규모가 17조 원 정도예요. 대체육이 그 1%만 차지해도 1700억 원 규모가 될 거예요. 채식주의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면서 플렉시테리언을 대상으로 하면 그 시장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미국, 홍콩,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육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홍콩과 중국 등에서는 건강식에 관심이 커지면서 언리미트 수요도 늘고 있어요.”


#구워 먹는 슬라이스 #햄버거 패티

언리미트는 어디서 만나볼 수 있나요?

“주로 B2B로 납품해요. 서브웨이, 샐러디, 썬더버드 등 일곱 개 브랜드에 언리미트 메뉴가 있어요. 지구인컴퍼니 홈페이지에서 구워 먹는 슬라이스, 햄버거 패티도 판매하고요. 못생긴 농작물이나 언리미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창업 이후 매년 열 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도 열 배 성장이 목표고요.”


#K-푸드 #떡갈비 #만두

지구인컴퍼니의 향후 계획은요?

“어쨌든 많이 파는 게 목표예요. 많이 팔아야 못생긴 농작물 재고도 없앨 수 있으니까요. 국내 곡물을 많이 활용해 만들고, 또 그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미국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 버거의 패티와 달리 아시아인 입맛에 맞춘 떡갈비, 만두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지구인컴퍼니
· 설립 2017년 못생긴 농작물 판매, 2019년 언리미트 출시
· 슬로건 소비자와 생산자와 지구가 함께 상생하는 비즈니스
· 성장률 2017년부터 매년 10%씩 쑥쑥 성장 중
· 직원 수 36명
  • 2021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