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디어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

북저널리즘, 뉴스의 시의성에 책의 깊이를 더하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한 권을 읽는 데 20~30분이면 충분하다. ‘이게 책이야?’ 싶을 정도로 크기도 부담 없다. 그럼에도 독자가 알아야 할 정보만 한데 모아 내용의 깊이도 적당히 만족스럽다. 책보다 얇고 뉴스보다 깊은 스리체어스의 북저널리즘 시리즈다. 출판계도 언론계도 사양 산업이라고 우려가 짙어지는 마당에 둘을 결합한 과감한 시도다.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는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주제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뉴스의 시의성과 책의 깊이를 결합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북저널리즘을 기획했다. 일반 도서를 발행하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북저널리즘은 2개월이면 독자와 만날 수 있다. 종이책·전자책 형태로 나온 발행물은 현재 270여 종에 이른다.

최근에는 종이책·전자책에 국한됐던 북저널리즘의 개념을 뉴스레터, 오디오, 오프라인 모임 등으로 확장했다. 매일 정리된 뉴스를 보내주는 건 물론 활자 중심의 콘텐츠를 오디오북·오디오뉴스, 오프라인 강연·토론 등으로 원하는 방식에 따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요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형식보다 콘텐츠 자체라는 판단에서다. 북저널리즘은 공급자의 발행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소비자의 요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다
북저널리즘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국회 보좌관으로 7년가량 일했어요. 그전부터 활자 다루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2012년 19대 총선이 끝나고 2014년 스리체어스를 설립했죠. 인터뷰 매거진, 단행본을 위주로 출판하다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인터뷰하며 고민이 시작됐어요. 휴대전화가 발달하며 대부분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하는데, 김범수 의장은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흥할지 생각하더라고요. 문제를 정의하거나 해석하는 시각도 달랐죠. 그렇게 보니 제가 관심 있는 언론·출판의 흐름도 크게 변하고 있었어요. 책과 언론을 결합한 북저널리즘을 구체화한 계기죠.”


#책도 뉴스도 아닌
새로운 개념을 시도한 건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 북저널리즘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주류였어요. 책의 깊이와 뉴스의 시의성을 결합한 지식 콘텐츠를 만들 거라고 말해도 ‘그래서 책이야, 뉴스야?’라고 되물었으니까요. 5년, 10년 뒤 하나의 장르가 되면 책도 뉴스도 아닌 고유명사가 될 거라고 설명했고요.”


#취향대로 골라 듣는 서비스
책, 오디오, 뉴스레터, 모임 등 서비스 형태가 꽤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를 지향하며 도서 중심으로 시작했어요. 점차 서비스 범주를 확대해 지금에 이르렀고요. 학령기를 지난 성인도 자기 계발의 욕구가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접근하려면 책, 뉴스, 커뮤니티 등으로 서비스가 단절돼 있죠. 우리는 욕구가 같다면 묶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적 성장 같은 욕구를 위해서라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책이든 뉴스든 관계없잖아요. 편한 방식으로 취하면 되죠. 책을 읽어도 되고, 뉴스를 구독해도 되고, 오프라인에서 토론을 해도 좋아요. 대학에서 교육이란 목표를 위해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고, 페이퍼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전문가의 기자화
콘텐츠 생산자는 누구인가요?


“출판되는 책 형태는 전문 식견이 필요해요.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필자를 선정하는 건 기존 출판과 같아요. 독자 입장에서 알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쓴 걸 보고 싶을 거예요. 다만 해당 주제를 뉴스처럼 시의성 있게 다루죠. 북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건 ‘전문가의 기자화’입니다.
또 에디터들이 취재하고 집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일 발행하는 뉴스나 오디오뉴스도 에디터가 직접 작성하고 녹음해요.”


#간결한 완결성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에디터 중에 언론사 기자 출신들이 있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팩트 체크는 너무 당연하고, 최대한 짧게 전달하려 노력해요. 미국 소설가이자 신문기자였던 마크 트웨인은 ‘미안합니다.

짧게 쓸 시간이 없어 길게 썼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짧고 간결하되 그 안에서 완결성을 갖추려면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어야 하고, 스킬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간결한 완결성’이라고 불러요. 짧은 내용 안에서 기승전결이 분명해야 하죠.”


#사고의 틀 #MZ세대
뉴스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선정 기준을 갖고 아침마다 아이템 회의를 해요. 우선 내 삶과 관련 있는 주제인지 ‘관계성’을 봅니다. 다음은 ‘사고의 틀’이에요. 사실 전달을 넘어 이후에 비슷한 일이 생길 때 적용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려 합니다. 가령 미·중 무역전쟁 뉴스를 볼 때 미국과 중국의 내부 상황이나 외교 관계를 숙지하게 되면, 이후 관련 뉴스에 그 틀을 대입할 수 있어요. 지식과 교양을 제공하는지, 신선한 주제 또는 접근인지, 독자의 참여가 가능한지, MZ세대를 위한 뉴스인지, 그리고 관심이 없어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당위가 있는지도 함께 검토합니다.”


#기성 미디어와 뉴 미디어, 공존의 방식
뉴 미디어 시각에서 접근하면서, 기성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뉴스의 내용, 문장 등은 과거에도 지금도 기성 언론이 제일 잘 다뤄요. 그럼에도 요즘 젊은 세대는 언론사의 뉴스를 읽기 어려워하고 불신하는 경향이 있고요. 기성 언론사의 잘못이라기보다 독자의 환경이 바뀐 거죠. 뉴스는 그날그날 파편화된 글 형태로 나오잖아요. 과거 독자들은 미디어가 제한돼 있고 매일 신문을 읽어 맥락을 파악하고 있으니 뉴스가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반면 요즘 독자는 볼 게 많잖아요. 이것저것 보면서 불연속적으로 뉴스를 접하다 보니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거죠. 뉴 미디어는 독자 입장에서 한눈에 보기 쉽도록 뉴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기성 언론이 잘 갖춰진 시스템에서 직접 취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뉴 미디어가 재가공하고 있어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텍스트도 정기 구독 시대
북저널리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점은?


“읽고 보고 듣고 쓰고 만나는 지식 플랫폼을 추구합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량 늘었는데,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어요. 영상, 음원 시장에서 파악할 수 있듯 콘텐츠의 질만 좋으면 값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패턴이 정착되고 있잖아요. 텍스트도 그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아 정기 구독 시장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북저널리즘의 대표 콘텐츠 3


1. 《미래의 교육, 올린》
교육 종사자들이 스터디용으로 많이 구입한 콘텐츠입니다. 미국에 있는 공과대학 ‘올린’은 교육 혁신으로 유명한 학교예요. 신문에도 많이 소개됐는데 지면 제한 때문에 짧게만 소개됐죠. 우리가 만든 콘텐츠는 실제 올린 프로그램 참가자가 쓴 것으로, 좀 더 깊이 있게 나아갔어요.

2.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우리가 몰랐던 Z세대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으로 어렵지 않게 접근해서 호응이 높아요. 《DBR》의 ‘Gen Z’ 스페셜리포트를 기획한 경영 전문 기자가 썼는데요. 밀레니얼도 잘 모르는 Z세대의 특성을 기반으로 Z세대의 소비 성향, 경험과 취향 등을 분석했습니다.

3. ‘New Rules’ 시리즈
일하는 여성을 위한 리더십 가이드 시리즈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더 잘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BOOK JOURNALISM
· 슬로건 젊은 혁신가를 위한 콘텐츠 커뮤니티
· 창간 2017년 2월
· 서비스 주기 책(종이·전자) 월 10여 종, 뉴스레터 월~금, 오디오북 월 1건, 오디오뉴스 하루 3건, 오프라인 모임 월 3~4회
· 주요 독자층 전체 구독자의 70%가 2535세대(책은 별도)
· 임직원 구성 에디터, 개발자, 디자이너 총 14명
· 독자 누적 유료 독자 10만 명
· 수익 모델 정기 구독 수입, 책·콘텐츠 개별 판매
  •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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