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코로나 시대의 정리

2000년, 〈러브하우스〉라는 TV 프로그램 코너가 있었습니다. 신동엽이 진행하고 건축가 박창하가 설계를 맡은 이 코너는 MBC 〈구해줘 홈즈〉와 tvN 〈신박한 정리〉의 짬뽕 버전입니다. 지저분하고 위험해 보이던 집 곳곳이 리모델링을 통해 새집처럼 바뀌는 장면, 기억나시나요? ‘따라라라라~ 따라라라’의 배경음악과 함께 뽀샵 화면으로 ‘짠~!’ 하고 ‘after 집’이 나타나는 장면. 우중충하던 집이 불과 몇 주 만에 머물고 싶은 집으로 바뀌는 모습은 ‘램프의 요정’ 지니의 마법 같았죠. 〈러브하우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리모델링 열풍이 일었습니다.

코로나19는 20년 만에 ‘러브하우스’를 소환하고 있습니다. 집콕 시간이 긴 홈루덴스족의 출현으로 ‘머물고 싶은 우리 집’을 가꾸는 이들이 확 늘었습니다. 집 꾸미기 열풍으로 이어진 거죠. 2016년 28조 원대였던 인테리어 시장은 올해 들어 38조 원 규모로 껑충 뛰었습니다. 4년 만에 무려 40% 가까이 성장한 셈입니다.

최근 ‘러브하우스’ 열풍의 양상은 20년 전과 사뭇 다릅니다. 당시에는 외형의 리모델링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마음을 담은 인테리어에 중점을 둡니다. 인테리어의 첫 단계인 ‘정리’ 역시 마음 돌보기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어떤 물건을 버리고 어떤 물건을 간직할지의 기준을 정하는 일은 결국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공간의 정리가 곧 마음의 정리였고, 물건을 비우는 것은 결국 나를 비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비워야 차오를 공간이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도요.

본질에 집중하는 미니멀라이프는 코로나 시대의 산물만은 아닙니다. 일본과 유럽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는 4~5년 전부터 심플족(族)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요. 이들은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정리합니다. 여기서 정리란 비단 물건만을 지칭하진 않습니다. 인간관계도, 일도 최소한만 남겨두고 구조조정해 본질에 집중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이런 조류가 코로나19로 인해 광범위하게 퍼진 거죠. 결국 코로나 시대의 집 꾸미기란, 버릴 것은 버리고 나다움으로 공간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런가 하면 ‘미들노트세대(middle note genera-tion)’가 바꿔가는 인테리어 시장의 동향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취향과 개성이 뚜렷한 3040세대를 지칭하는 미들노트세대의 인테리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 등 온라인에서 얻은 광범위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앱에서 견적 및 의뢰를 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인테리어를 구현해 랜선으로 집들이를 합니다.

이번 달 에서는 ‘요즘 집꾸族’을 다뤘습니다. ▲정리전문가 정희숙 똑똑한정리 대표 ▲원룸 셀프 인테리어 전문 강동혁 컨설턴트 ▲개성 담은 아파트 인테리어를 도와주는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 ▲식물을 품은 인테리어, 플랜테리어 전문가 ‘식물집사 리피’ ▲인테리어 지도 ‘인지도’를 만든 정우성 대표 등을 만나 요즘 집 꾸미기의 동향과 각 인물의 휴먼스토리를 담아봤습니다. 인테리어에 정답은 없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곧 나’라고 하지요. 이분들의 스토리가 독자 여러분의 집을 자기만의 색깔로 채워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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