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꾸族

‘식물집사 리피’ 이끄는 김혜인 코스믹그린 CDO

플랜테리어, 반려식물의 위로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자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란다나 옥상, 집 안 곳곳에 화분을 두고 식물을 가꾸며 심신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 채널 ‘식물집사 리피’는 반려식물의 집사를 자처한다.
식물 친화적 시선에서 공간을 바라보고,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식물과 교감하는 맞춤형 식물 큐레이터다.
꽃집에서 율마가 잘 팔리던 때가 있었다. 부드러운 연둣빛 잎, 바닥에 두면 무릎까지 오는 제법 큰 크기, 풍성한 잎에 길쭉하게 자란 수형이 멋스러워 웬만한 집 인테리어가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만족감도 잠시, 한 달 사이 율마는 연둣빛 풍성함을 잃고 쭈글쭈글 말라갔다. 갈색 잎이 된 율마는 누가 봐도 ‘나 죽었소’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소위 ‘식물 똥손’이다. 매일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주고, 가끔 베란다에 내놓고 볕도 쬐여주었건만, 왜 내 손에만 닿으면 식물이 죽어가는지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식물집사 리피’를 만나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내가 ‘율마에게 몹쓸 짓을 했구나!’

“율마의 정식 명칭은 골드크레스트 윌마, 줄여서 윌마라고 부르죠. 북아메리카에서 온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관엽식물이에요.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식물로, 통풍이 원활하지 못하면 쉽게 죽을 수 있어요. 율마는 물을 좋아해요. 겉흙이 살짝 말랐을 때 화분 받침에 물이 조금 나올 정도로 주면 돼요. 여름에는 3~5일에 한 번,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이때 주의할 점은 잎에 분무하는 것을 삼가는 거예요. 끝부분이 검게 변할 수 있거든요.” (식물집사 리피의 DM 중)

식물집사 리피는 식물에 관련한 정보를 흥미로운 콘텐츠로 구성해 제공하는 식물 전문 인플루언서 채널이다. ‘리피(leafy)’는 ‘녹음이 우거진’이라는 뜻의 형용사. 우리말로 ‘잎이’라고도 발음돼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 초록의 잎이 무성한 식물을 돌보는 집사이자 가드너는 식물집사 리피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생명을 집에 들인다는 것은 진지한 일이에요. 식물에 정을 주기 시작하면, 동물보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아요. 식물의 여린 면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고운 결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효과가 있죠. 식물을 통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 디테일하게 바라볼 수 있고요. 정서적 안정감, 같이 보살핌을 받는 기분이랄까요.”

92년생, 앳된 얼굴의 김혜인 코스믹그린 CDO(최고디자인책임자) 겸 이사는 식물집사 리피의 브랜드 디자인과 콘텐츠 총괄을 맡고 있다. 코스믹그린은 친환경 비료를 만들며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연구하는 기업. IBK기업은행의 창업육성플랫폼 ‘IBK창공(創工)’ 구로 3기 육성 기업으로,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가 함께 육성을 맡고 있다. 김혜인 이사는 작년 12월 코스믹그린에 합류했다. 식물집사 리피라는 채널 이름을 만든 이도 바로 그다.

“흔히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을 ‘집사’라고 하죠. 식물도 정을 붙이는 생물이니까 ‘반려식물’이라고 하는데, 식물을 잘 돌보고 키우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식물집사’라 이름 붙였어요.”


물, 바람, 햇빛을 좋아하는 율마. 하지만 잎에 분무하는 건 금지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한 생명을 들이는 일

우리나라 식물 시장은 한정적이고 타깃 층도 좁은 편이었다. 게다가 어떤 조건에서나 잘 자라고 비교적 손쉽게 키울 수 있는 공기정화식물이 스테디셀러처럼 팔리다 보니 한정된 정보만 유통되기 마련. 점점 커지는 홈 가드닝 시장에 비해 정보는 빈약했다. 반려식물에 대한 전문 지식의 갈증을 풀어준 곳이 식물집사 리피다.

“사람들은 ‘플랜테리어’라고 하면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로 한정해 생각해요. 가구와 소품, 생명 사이 어딘가에 있는 말로요. 예뻐서 식물을 들였지만, 물만 주면 될 줄 알았지만, 자꾸 식물이 죽는다면 전문 지식이 필요한 거예요. 반려식물을 더 오래,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사람들은 리피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식물집사 리피의 인기 콘텐츠는 단연 ‘반려식물 도감’과 ‘식물 처방전’이다. 식물을 선물 받았는데 도통 이름을 모를 때, 또 생육 환경이나 물 주는 시기를 알지 못해 매번 죽어가는 반려식물을 바라만 보던 이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요즘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몬스테라나 스투키, 고무나무는 물론 아레카야자나 유칼립투스, 올리브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유통된 지 얼마 안 된 열대 식물 정보들로 가득하다.

“리피의 주 독자층은 2030세대예요. 부모님과 함께 살던 환경에서 벗어나 독립했거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이들이죠. 요즘은 이국적인 식물이 인기가 많은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온도에 예민한 열대 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에요. 식물의 자생지 파악은 가드닝의 기본입니다. 식물의 고향을 알면, 어떤 온도에 두는 게 좋을지 빠르게 감을 잡을 수 있죠.”

식물집사 리피의 콘텐츠는 다음 카카오 1boon과 네이버 포스트, SNS에 주로 유통된다. 인스타그램에서만 리피를 따르는 팔로워가 11만 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으로 인기를 끈 데는 맞춤형 식물 관리 상담이 주효했다. 김혜인 이사를 비롯해 코스믹그린의 전문 인력이 다이렉트메시지(DM)를 통해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진행한 상담 횟수만 수천 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식물 MBTI 테스트’와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에게 맞는 식물을 추천해주는 등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식물의 시선으로 공간 바라보기

서울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김혜인 이사는 건축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중 공간의 확장성 측면에서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때 동네 유휴 공간을 활용해 도시 텃밭을 가꾸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반려식물을 키우면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코스믹그린에 합류해 김혜인 이사가 주도적으로 이끈 사업은 사무실 공간에 자그마한 식물원을 만드는 일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손이 많이 가요. 그런데 사무실 공간은 하루에 할 일이 빠듯하게 정해져 있는 일터여서 식물 키우기가 추가 업무처럼 느껴질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찾아가 가드닝을 하고 식물을 관리해주고 있어요.”

그는 “집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키우면 안 되는 식물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할 때는 건물의 겉과 구조, 창을 내는 방향만 봤지만 지금은 식물 입장에서 공간을 바라보고 분석한다. 식물 집사다운 말이다.

“제 역할은 ‘경량화된 신발’이라고 생각해요. 가벼운 신발을 신으면 더 빨리 뛸 수 있듯,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코로나로 지쳐 있는 이들에게 반려식물을 통해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요. 올해는 어려웠지만, 2021년은 싱그러운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가고 싶습니다.”


11월 홈 가드닝 tip

1. 흙 깊게 찔러보기
겨울철엔 수분 증발이 더디기 때문에 물 주는 주기를 늘려야 합니다. 평소에는 겉흙(화분 2~3cm 정도의 깊이)이 젖었는지 확인하고 줬다면, 겨울에는 속흙(화분 2/3 지점 정도의 깊이)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을 이용하면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2. 물을 떠서 하루 정도 실온에 뒀다가 주기
겨울철, 차가운 수돗물은 식물 뿌리를 놀라게 하거나 아프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루 정도 물을 실온에 뒀다가 주면 식물이 더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3. 분무, 물주기는 낮에
차가운 밤에 물을 주는 것은 식물 뿌리와 잎에 냉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해가 뜨는 아침에서 낮 사이에 물을 주는 것을 권장해요.

4. 장비 적극 이용하기
바람도 빛도 잘 들지 않는 계절,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미풍)를 이용해서 인위적으로 대류를 일으키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 햇빛과 비슷한 파장을 내도록 만들어진 식물 LED등을 이용하면 부족했던 빛을 더 쬐여줄 수 있죠. 취미나 육아가 장비 도움을 받듯 가드닝도 장비를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5. 보온재와 가림막으로 찬바람 직접 맞지 않게
바깥에서 겨울을 나는 식물이 걱정된다면? 보온재로 화분을 감싸고, 가림막으로 찬바람을 직접 맞지 않도록 가려주세요. 살얼음 같은 바람을 직접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식물의 겨울나기에 제법 큰 도움이 됩니다. 평소 쓰지 않던 천이나 헌 옷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요.
  • 2020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