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꾸族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천편일률적 아파트에 나만의 취향과 스토리를!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대한민국 국민 50%가 거주하는 아파트. 그럼에도 왜 아파트 인테리어는 믿고 맡길 만한 브랜드가 없을까.
윤소연 대표의 이 단순한 생각은 아파트멘터리로 이어졌다. 최저가보다 ‘가심비’로, 과시보다 본인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미들노트세대(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인테리어·패션·디자인을 선호하는 세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인테리어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것. 2015년 이후 아파트멘터리를 거쳐간 집은 600여 곳.
올해 12월까지 예약이 꽉 찰 만큼 불황에도 아랑곳없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도시를 빽빽이 채우고 있는 아파트를 두고 혹자는 말한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같다고. 하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삶이 어려 있다. 일상에 지친 몸을 뉘어 숨고르기를 하고,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밥을 먹고,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하루하루. 50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라면 500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깃드는 셈이다.

종합 인테리어 회사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 대표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자칫 획일화될 수 있는 아파트에 각각의 취향을 불어넣는 것. 그는 개개인의 삶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논픽션 다큐멘터리와 같은 점에 착안, 회사명을 아파트멘터리로 정하고 각각의 스토리를 아파트라는 무대에 펼쳐보기로 했다.

방송국 PD로 일하던 그가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든 건 신혼집을 꾸미면서다. 인테리어를 결심했지만 당시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믿고 맡길 만한 브랜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계 역시 거주하는 이용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예산에 맞춰 시공업자를 모아 셀프 인테리어에 나섰고 2주에 걸쳐 원하는 집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전부 블로그에 공개했고, 《인테리어 원 북》으로 책이 출간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미들노트세대의 취향 존중

“최근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에서 열 가구가 한번에 의뢰를 해왔어요. 모두 같은 구조인데도 인테리어 목적이나 표현하는 방식도, 의미도 다 다르더라고요. 각각의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다르니 결과물도 다르게 나왔죠.”

어느 집은 주방 수납장을 중요하게 여겼다. 주말마다 함께 요리를 즐기는 데서 큰 행복을 느끼는 가족이었다. 다른 집은 주방 상부장을 제거해 공간을 트고 밝은 타일 시공을 요청했다. 멋스러운 집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이 큰 부부였다. 대학생 자녀를 둔 또 다른 부부는 젊은 감각을 선호하며 과감한 포인트를 시도했다. 그 결과 똑같은 모양의 집은 저마다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이 담긴 고유 공간으로 변했다.

아파트멘터리의 주요 고객은 미들노트세대. 자신만의 느낌 있는 콘셉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구하며 실질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공간과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다. 주로 대도시나 수도권 아파트에 거주하는 3040 맞벌이 가정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과시를 위한 소비보다 자신과 가족의 내적 만족에 가치를 두며 이를 위해 기꺼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미들노트세대의 취향을 반영하는 데 역점을 둔다. 각자가 원하는 집의 이미지가 분명하기에 특정 스타일을 강요하기보다 이를 구현해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아파트멘터리를 찾는 고객도 늘었다. 해외여행에 지갑을 열던 미들노트세대가 대체 소비 영역으로 인테리어 시장을 선택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이미 12월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 올해 아파트멘터리의 매출액은 이미 100억 원을 달성, 내년은 3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아파트 리모델링 후 모습.
화이트 실크벽지를 이용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원목 소재의 마루와 필름지를 이용해 아늑한 느낌을 더했다.

인테리어는 최저가보다 합리적 가격이 중요!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에서 도배·마루·필름·조명·타일 등을 강조한다. 이 다섯 요소가 아파트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아파트멘터리는 이를 패키지로 모은 ‘파이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고객의 취향에 따라 새시·중문·가벽·커튼 등을 더하기도 한다.

종합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아파트멘터리가 최근 론칭한 별도의 서비스는 주방·욕실(예정). 셀프 인테리어족들도 도배, 조명 등의 작업은 어떻게든 직접 할 수 있지만, 주방·욕실만큼은 절대적으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그렇다. 공간을 설계하고, 싱크·후드(팬)를 시공하고, 가스·수도를 연결하는 건 웬만한 고수가 아니고선 일반인이 건들기 어렵다. 셀프 인테리어 유경험자 윤 대표도 유일하게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주방·욕실이었다.

아파트멘터리의 지향점은 ‘합리적 가격의 고퀄리티 서비스’다. 다른 영역은 최저가 제품이 고객을 사로잡는 방법이 되지만, 인테리어는 어떤 자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공자의 숙련도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도배·마루·타일·싱크·새시 등 파편화된 영역이 합치되어 완성을 이뤄야 하는 아파트 인테리어에서 어느 하나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인테리어 전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아파트멘터리가 최저가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도, 업체 마진율이 높지도 않아요. 저희도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고 저가의 비숙련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지만 아파트멘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닌 거죠. 음식이나 액세서리를 떠올려보세요. 만 원짜리와 10만 원짜리는 품질과 가치에 차이가 있잖아요. 요즘은 인테리어 영역에서도 점차 그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소재 아파트 주방의 리모델링 후 모습.
벽과 마루를 화이트 톤으로 맞추고, 거친 질감이 살아있는 진한 그레이 톤 무광 타일로 모던함을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분위기 가운데 팬던트 조명을 포인트로 뒀다.

집을 가꾼다는 건, 인생을 가꾸는 것

윤 대표와 나눈 모든 이야기는 “공간이 삶을 바꾼다”는 의미로 귀결됐다. 실제로 인테리어 후 새로운 주방에 어울리는 소품을 고르며 전에 없던 취미를 갖게 된 사람, 예쁜 공간에 맞춰 기품 있는 행동을 결심한 사람을 그는 수없이 봐왔다. 근사하게 바뀐 집에 손님을 초대하며 온기를 더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간이 주는 힘에 의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그이기에 더욱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는 “내 집을 갖게 되고 그런 집을 예쁘게 꾸미면서 자신감이 확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며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면 인생이 새로워지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집은 나만의, 가족만의 공간이다. 바깥에서 힘들고 고단했던 하루도 집에 오면 스르륵 녹는다. 더욱이 나를 감싸는 집이 취향을 한껏 담아 꾸민 공간이라면 편안함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가 미적 효과뿐 아니라 심리적 위안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이 그 집에 머무는 사람의 성격과 관계도 드러내는 걸까. 윤소연 대표는 이 이야기를 전했다.

“인테리어를 결심한 가족을 보면 대부분 단란하더라고요. 집을 꾸민다는 게 가정을 꾸미는 과정이라 그런가 봐요.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쉽사리 집도 꾸밀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집을 고쳐가며 가족 간에 대화를 많이 하기도 하고요. 집을 가꾸는 사람일수록 인생을 가꾸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아파트 인테리어, 이것만 해도 달라진다!

새집도, 오래된 집도 아닌 애매한 연식의 아파트.
전체를 건드리자니 비용이 급증하고 그냥 두고 살자니 눈에 거슬리는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도배·마루·필름·조명·타일 시공을 고려해보자.
특히 입주 5~15년 사이 아파트는 이 중 꼭 필요한 부분만 고쳐도 만족도가 상승하는 ‘가심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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