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꾸族

《오늘 하는 셀프 인테리어》 저자 강동혁

생활 밀착형 인테리어, 미대 오빠가 가르쳐줄까?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본업은 화실 운영자, 부업은 인테리어 컨설턴트. 강동혁 씨는 본업보다 부업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숱한 인테리어 전문가들 속에서 그가 돋보이는 건 비전문가의 생활 밀착형 인테리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대 오빠의 감각은 얹기만 했을 뿐.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에서 ‘브러쉬오프’로 활동하는 그는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테리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서울 종로 마을버스 09번을 타면 비탈진 고개를 따라 종점에 다다른다. 인왕산과 수성계곡의 그림 같은 풍광을 배경으로 옹기종기 지어진 집들. 오래되고 허름한 한 빌라 내부에 들어서니 겉보기와 달리 주인의 세련된 취향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거실 한 면을 장식한 템바보드가 독특한 실내 분위기를 자아내고, 맞은편엔 감각적 초록색 포인트 벽이 눈에 띈다. 거실 한가운데 자리한 나무 테이블 위에는 다도세트와 향이 놓여 있다.

방문을 하나둘 열자 화이트와 베이지 톤의 정갈한 침실과 그레이 계열의 소파, 카펫이 자리한 모던한 분위기의 방이 나온다. 발걸음을 옮기니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진한 우드 톤의 싱크대와 포근한 조명이 더해진, 흡사 화보 촬영장을 연상케 하는 주방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마저 한 세트 같다.

이곳은 《오늘 하는 셀프 인테리어》 저자 강동혁 씨의 손길로 채워진 40년 된 18평(59㎡) 빌라다. 그가 몇날 며칠 손수 벽과 몰딩을 칠하고 조명을 설치하며 곳곳에 애정을 쏟아부은 곳이기도 하다. 취향 가득한 가구와 소품을 하나씩 배치했을 때의 그의 희열이 온전히 전해지는 듯하다. 이사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는 아침마다 화분 위치를 바꾸며 소품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그는 이 과정이 “번거롭기보다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강동혁 씨가 손수 페인팅한 거실의 초록색 벽.

고단한 청춘, 덜 불행하고 싶어 시작했을 뿐

인테리어 컨설팅으로 유명세를 타고 책까지 냈지만, 사실 그는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대를 졸업하고 공공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길에서 가방도 팔아보고 월세 보증금을 탈탈 털어 렌털 스튜디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날고 기는 전문가가 포진한 인테리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오히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만 보니 일하는 스타일도 일반인 같다. 인테리어 정통 방식을 연구하기보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에서 마음에 드는 패턴이나 이미지를 모아 인테리어에 적용하고, H&M홈, 자라홈 등에서 세일 기간을 이용해 소품을 구입하는 등 가성비 높은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있다.

인테리어에 눈뜨게 한 건 8할이 결핍이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온 부산 청년이었다. 주머니 사정으로 친구들과 같이 살거나 기숙사, 친척집을 전전하며 서울살이를 해냈다.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건 사치였다. 겨우 갖게 된 첫 독립공간은 월세 25만 원짜리 5평(16㎡) 남짓한 원룸이었다. 비록 현관 앞에서 집 안 속속들이 보이는 작은 곳이었지만 소중했다. 그렇게 집 아닌 방을 옮겨 다니는 생활이 시작됐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 스튜디오 창고를 방 삼아 거주하기도 했다.


강동혁 씨가 2년 동안 여섯 차례나 바꾼 11평 오피스텔. 페인트로 변화를 주자 같은 공간이 다른 결의 화사한 분위기로 거듭났다.
회사를 그만둘 때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간이 바뀔 때마다 삶이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시도한 건 11평(36㎡) 오피스텔. 금전적 여유가 없어 셀프로, 2년 동안 여섯 차례 변화를 주며 그 과정을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고가의 가구를 구입하는 대신 소품이나 페인팅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게 특징이었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결핍이 컸어요. 덜 불행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준 거죠. 그걸 원동력 삼아 이래저래 해보며 성취감도 생겼어요. 가끔은 그런 부분이 의식돼서 조급해질 때도 있었는데 이제 다 없어졌어요. 오롯이 편한 마음으로 절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가뜩이나 현실도 암울한데, 생존의 터전인 작은 원룸까지 칙칙한 건 오늘날 청춘의 모습이기도 했다. 내 공간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그의 마음에 랜선 넘어 또 다른 청춘들이 공감한 것일까. 점차 응원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나아가 친구들 집을 꾸며주기로 했다. 20대 또래 친구들의 공간은 고만고만한 방 한 칸이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공유됐고, 그의 포트폴리오가 됐다.


좌) 장식용 나뭇가지를 구매해 직접 전구를 달아 만든 조명.
우) 거실 벽에 붙인 템바보드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좌) 강동혁 씨는 평소 우드 톤을 좋아한다. 거실 나무 탁자 위에 피운 향은 그의 힐링 포인트.
우) 그레이 톤의 모던한 방에 조명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명은 기분에 따라 빨주노초파남보 바꿀 수 있다.

공간에도 강·중·약 순서가 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그가 강조하는 건 순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덜어내기. 전체적으로 튀고 눈에 거슬리는 물품을 비우는 게 첫 단계다. 버릴 수 없다면 빈곳에 따로 모아두는 것도 좋다. 다음은 색이다. 가구나 소품을 한꺼번에 사지 않는 한 디자인, 소재를 모두 맞추기 어려운데 이때 색만 맞춰도 한결 안정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물품은 크기에 따라 ‘강·중·약’ 비율을 맞추는 것이다. 가령 거실에 소파를 두면(강) 작은 선반이나 테이블(중), 작은 소품(약) 순서로 리듬을 맞춰야 답답함이 덜 든다.

“인테리어를 결심하면 수납장, 조명 같은 걸 먼저 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색을 맞추면서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크기를 배분해야 돼요. 흔히 비슷한 크기의 물품을 차례로 배열하면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경우 하나만 틀어져도 지저분해 보일 수 있어요. 옷 입을 때를 떠올리면 쉬워요. 컬러감에 맞춰 셔츠와 바지를 입고 어울리는 가방, 액세서리를 착용하듯 집 안을 맞춰보세요.”

셀프 인테리어에서 제일 힘든 건 단연 페인팅이다. 내 집이 이렇게 넓었나 싶을 정도의 인내심을 요하는데, 쓱쓱 바르기 위해 물을 섞으면 발림성은 좋으나 여러 번 칠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따른다. 다소 뻑뻑해도 농도는 진한 게 좋다. 꼼꼼한 마스킹도 필수다. 여기저기 페인트가 묻는 걸 방지하는 과정으로, 마스킹테이프를 붙일 때야 귀찮지만 사전 작업이 철저하면 마무리 단계에서 뒤처리 시간이 줄어든다.

그의 공간은 다양한 색이 반영돼 있다. 많은 이들이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를 선호하는 것과 다르다. 그는 색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 공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화려한 색과 포인트로 패션을 완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 톤은 깔끔하고 안정적인 반면 공간의 단점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강동혁 씨가 인테리어 컨설팅을 진행한 공간들.

침구·소품으로 다른 공간 만드는 마법

강동혁 씨는 유독 원룸을 많이 다뤄왔다. 그의 셀프 인테리어가 시작된 지점이기도 하다. 원룸의 슬픈 현실은 방과 주방의 경계가 모호해 침대에 누우면 현관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공간을 분리하면 원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가림막으로 주방과 거실만 나눠도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 원룸을 최대한 넓게 쓰기 위해 공간을 트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

“원룸에 살 때 싱크대 옆에서 자는 현실이 끔찍했어요. 그래서 천으로 싱크대를 가려봤는데 훨씬 깔끔하고 큰방에서 자는 듯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작은 막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온 거죠.”

가림막을 살포시 쳤다면 다음 타자는 침구 커버와 소품이다. 특히 침구만 바꿔도 원룸 인테리어는 빛을 발하는데,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이불보다 얇은 담요를 톤별로 구매해 분위기에 따라 바꿔주면 저렴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그는 “꼭 비싼 값을 치르지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공간을 재연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명품을 휘감아도 그 가치를 다 보여줄 수 없는 사람과 저가 보세를 입어도 완성된 패션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듯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저렴한 제품이라도 감각으로 보완하면 된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발품을 팔아 감각을 높인다면 공간이 변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저야 이제 속도가 빨라지고 요령도 생겼지만 처음 시도하는 분들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며 포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을 보면서 1년 내내 스트레스받느니 며칠 고생하고 기분 좋게 사는 거죠.”

조금 투박하면 어떤가. 나의 취향을 곳곳에 심으며 추억도, 정도 커진다. 오롯이 나를 위한 예쁜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은가.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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