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꾸族

정희숙 똑똑한정리 대표

정리, 나를 직면하는 시간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정희숙 똑똑한정리 대표는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라고 말한다.
정리가 방 꾸미기의 시작이라는 말인데, 여기서 정리는 단순히 ‘수납’이나 ‘비우기’가 아닌, ‘물건의 제자리를 찾는 일’이다.
물리적으로는 “물건에 주소를 부여해 질서를 구축해야 하는 일”이자 심적으로는 “마음을 풀어내는 일”이 그가 정의 내린 정리다.
지금 삶이 괴롭다면,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매일 해도 끝이 없는 게 집 안 정리다. 버릴 건 버리고, 넣을 건 차곡차곡 집어넣는데 도통 끝나질 않는다. 점점 쌓여가는 물건을 보면서 “정리는 해서 뭐해~” 하며 포기하기 일쑤다.

‘미니멀리즘 신드롬’을 선도한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정리의 힘으로 ‘버리기’를 주창해왔다. 물건이 늘어날수록 정리할 일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출간되는 책들만 봐도 그렇다. 버리기를 통해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마치 정리의 전부인 것마냥 이야기한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를 쓴 정희숙 대표는 “버리기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버리기는 정리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 중 하나지만, 버리기가 곧 정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집 안 정리는 물건을 제대로 잘 쓰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리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정리의 장점은 공간을 넓히는 것이에요. 같은 크기의 공간이라도 정리법에 따라 넓거나 좁게 느껴집니다. 정리를 제대로 하면 공간을 살릴 수 있어요. 여기서 공간을 살린다는 말은 물건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정리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정희숙 대표는 마흔 살에 정리 컨설팅을 시작해 2000여 곳의 집을 정리하며 경험을 쌓았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나 방송인 박명수, 가수 화사의 집을 정리해주는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네이버 TV에서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를 운영하며 한국정리컨설팅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의 정의를 먼저 짚어볼게요. 정리란 뭔가요?

“예전엔 정리의 대상을 물건에 국한시켰어요. 차곡차곡 넣으면 그게 정리라고 여겼죠. 하지만 지금은 공간과 사람을 봐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왜 이 방을 정리하려고 할까, 왜 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이 사람을, 이 사람이 사는 공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정리는 곧 ‘나’를 돌보는 일입니다.”


정리로 나를 돌본다니, 재밌는 발상입니다.

“정리를 업으로 가져가며 깨닫게 된 점이 있어요.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아가지만, 정리를 안 하는 사람은 과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살아간다는 것이죠. 물건의 기준도 과거형이에요. 예전에 입던 옷, 사용했던 물건을 가득 넣어두고 살지요. 모두 집착이에요.”


집착이라기보다 추억을 소중히 여긴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추억은 물건이 아니에요. 버리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정확하게 세워야 해요. 먼저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그릇은 모두 꺼내세요. 물건에 얽힌 좋은 기억도, 아픈 기억도 떠오를 거예요. 과거를 품은 물건은 과거로 보내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현재라는 시간을 입혀주세요. 그러면 지나간 과거, 언젠가 올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돼요.”


결국 정리의 시작은 자신을 직면하는 일이군요.

“정리는 멈추기의 시작입니다. 공간은 결국 사람의 마음과 같아요. ‘이렇게 살면 안 돼, 이렇게 살 순 없으니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멈춰서야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되는 거죠. 못 버리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환경이, 삶이 그 사람을 이렇게 만든 거죠. 정리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해요. ‘미쳤나 봐요, 이걸 왜 여기에 뒀지?’”


어떤 사람들이 정리를 요청하던가요?

“정말 다양해요. 남편과 사별한 후 우울증으로 집 밖에도 안 나가는 주부, 내면의 허기로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 매사 자신이 없어 정리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싱글 직장인, 아이 키우느라 정리는커녕 자신을 돌볼 기운조차 없는 엄마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죠. 처음에는 그들의 공간을 보고 막막했는데, 어느새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때론 의뢰인과 손 붙잡고 엉엉 울기도 하고요. 깨끗하게 정리 정돈된 공간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나름의 이유로 집의 주인이 사람이 아닌 물건이 돼버린 거죠.”




그렇다면 정리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정리를 의뢰하는 사람들 중에는 호기심으로 신청하는 이들이 있어요. 남들이 하니까 한번 의뢰해보는 거죠. 무엇보다 ‘지금 왜 정리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상담을 가보면 저장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문도 열 수 없을 정도로 방과 베란다까지 물건들로 꽉 차 있죠. 그런 분들은 무조건 ‘도와달라’고만 말해요. 그럴 땐 차분하게 앉혀놓고, 내가 사는 공간이 나의 집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공간이 곧 나라는 확신이죠.”


그다음은요?

“무조건 집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라고 말합니다. 그러곤 물건에 대한 기준을 세워요.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사용하는 물건으로 기준을 바꿔서 바라보면 보입니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거죠. 물건에 대한 집착은 일종의 불안이에요. ‘과거 집착형’ 혹은 ‘미래 불안형’이 저장강박이나 쇼핑중독으로 나타나고요. 쌓여 있는 물건을 바라보는 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에요. 짐이 너무 많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욕구 혹은 미련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해요.”


정리가 일종의 치유 과정이기도 하네요.

“맞아요. 불편하더라도 직면해야 시작이 가능합니다. 버리라 말라 할 필요가 없어요. 보여주면 스스로 정리하게 되죠. 공간이든, 물건이든, 삶이든. 집 안을 정리하는 일은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갖는 것과 같아요. 물건에 속박당하지 않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많아야 합니다.”


정리 후에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핵심은 공간과 여유의 비율이 맞아야 한다는 거예요. 버리는 양에 비해 들어오는 물건이 많아지면 유지가 힘들어요. 물건의 양에도 제한이 필요하죠. 우리 집에서 물건의 과거-현재-미래를 정해보세요. 지금 쓰는 물건과 예전에 썼던 물건 그리고 앞으로 필요할 상황을 대비해 미리 구입한 물건까지. 이 셋의 비율이 적절하게 맞아야 해요. 물건을 새로 산 만큼 버리는 것도 늘어나야 하는 거죠.”


인터뷰를 마치고 정희숙 대표에게 ‘당신에게 정리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짧게 답했다. 마흔 살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지금의 자리에 이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행운의 열쇠가 그에겐 ‘정리’다. 정리를 통해 인생이 바뀐 경험을 한 그가 이제 ‘정리의 기적’을 세상에 나누고 있다.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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