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잘러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작가

지시는 디테일하게, 보고는 두괄식으로

글 : 류버들 온라인팀 기자  / 사진제공 : 박소연 

한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우리는, 이제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한다. 면접관의 마음을 얻어 취업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전자도 어렵지만 상사와 클라이언트,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하는 후자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일터는 학교가 아니고 상사는 교사가 아니다. 이 복잡 미묘한 고차방정식을 홀로 풀어야 한다.


전작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로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풀라”고 역설했던 박소연 작가는 여기에 ‘말’ 한 글자를 보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를 펴냈다. 전작을 출간한 뒤 기업 강연 등을 갔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던 부분이 ‘직장 내 말하기’였다. 일상의 언어와 일터의 언어는 다르고, 일의 언어는 일의 성과와 직결된다. 기획, 보고, 회의 등을 앞두면 속이 울렁거리고 멘털이 쿠크다스처럼 바삭해지는 이들에게 반가운 참고서다.

박소연 작가는 전업으로 글을 쓰기 전 대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총괄 등을 맡으며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경제단체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최연소 팀장에 임명되고, 첫 해에 23개 팀 중 최고 고과를 받았다. 그의 업무는 국내외 리더들을 밀착 보좌하며 관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탁월한 리더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첫 번째는 ‘배우는 근육’이 뛰어났어요. 나이가 들면 근육 손실이 생기는 것처럼 배우는 능력도 같이 쇠퇴하잖아요. 그런데 뛰어난 리더들은 그야말로 근손실 없는 20대 학습 근육을 유지하고 있어요. 낯선 분야를 오히려 즐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조직에 느끼는 가치’가 남달라요. 자기가 몸담은 조직을 진짜 좋아했어요.”


to. 신입
자신 없으면 모호해진다. 일의 언어를 배워라


한 조직의 수장도 여전히 배우고, 새로움에 반응했다. 이런 경험은 자연스레 ‘상위 0.1%는 어떤 언어로 소통하고, 설득하고, 사람을 이끄는가’로 관심이 이어졌고, 그 고민의 결과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로 나왔다. 비단 상위 0.1%에 드는 수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업무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탁월하게 해내고, 조직원과의 관계에도 비틀림이 없다. 비결이 뭘까.

“딱 한 가지를 꼽아야 한다면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일이라는 건 나의 재능과 시간을 사용해서 상대방의 열망(WHY)을 이뤄주는 거잖아요. 그러니 상대방이 어떤 걸 원하는지 고민하면서 일하는 게 맞습니다. 여기서 ‘상대방’은 상사나 동료뿐 아니라 클라이언트나 소비자 모두가 될 수 있죠. 일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정답을 들고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해요. 이런 식이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도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박소연 작가의 비유에 따르자면 “무질서한 소음 속에서도 자기 이름은 들리고, 수백 명이 찍힌 단체사진에서도 자기 얼굴은 바로 찾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에 귀가 번뜩한다. 수많은 기획과 보고가 “상대방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걸 대답해주지 않아서 반려와 수정을 거듭”한다. 예를 들어 최근 매출이 떨어진 이유를 묻는 상사가 바라는 답은, 해결책이지 국제 정세가 아니다.

반대로 상사의 모호한 지시도 업무의 능률을 떨어트린다. ‘브레인 스토밍’을 핑계로 “돌아가며 한마디씩 해봐”라는 건 모인 이들의 뇌를 더 굳게 만든다. “지시는 디테일하게, 보고는 두괄식으로 간명하게” 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한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리더는 ‘의견을 제시해봐’라고 하기 전에 먼저 현 조직에 적용되는 ‘스마트한 업무 환경’의 정의가 무엇인지 개념을 잡아줘야겠죠.”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지시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그저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기보다는, 수시로 물어보고 체크해야 한다. 자신이 이해한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모르는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면 도리어 문제가 생긴다.

“보고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꼭 보고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만 상사를 찾아가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골치 아픈 일입니다.”

그러니 작은 성취라도 보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상사 입장에서는 실무자가 말하지 않는데 ‘애쓰는 걸 알아주기’는 불가능하다. 긍정적인 보고의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도 누적된다. 단 보고는 ‘두괄식’으로. 장황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상대는 ‘최악’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혹 최악이라도 너무 두려워 말자. 박소연 작가는 “담당자가 사고를 쳐봐야 자기 직급 수준의 사고일 뿐, 조직의 운명을 뒤흔들 정도의 일은 그 정도의 권한과 위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직원의 사기를 북돋는다. 그러니 어깨 펴고 똑바로 서서 상사를 만나라고 말이다.


to 리더
신입은 아이가 아니다. 직원을 어른으로 대하라


언택트 시대에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비대면으로 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단순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구나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통해 일을 배우던 시대는 지났다. 주 52시간 근무 시대, 빠른 소통이 바른 소통이다.
박소연 작가가 책에서 선례로 제시한 기업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긴밀하게 연결되었지만 느슨하게 구성된 조직’으로 인재들에게 최고의 자유와 보상을 준다. 이 점이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을 넷플릭스로 끌어모으는 이유다.

넷플릭스가 직원에게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너희를 관리하지 않을 거야. 어른으로서 최고로 대우하고 자유를 존중할 테니 우리 가치와 미래를 따라와줘.”

여기에 기존 상사들과 90년대생 신입들의 세대 갈등을 봉합할 키가 있다. 그는 “한국 사회는 밀레니얼을 어른으로 대하기보다는 미성숙한 수습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된 권한과 가이드를 주지 않는 등 아이처럼 대하면서 아이처럼 군다고 비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직원을 아이로 대하는 리더는 일상이 피곤합니다. 베이비시터처럼 매사에 챙겨야 하니까요. 리더는 고단한데 직원은 점점 어려집니다. 자기 스스로 판단하거나 책임을 지지도 않고, 시킨 일 이외에는 하기도 싫어하거든요. 눈을 비비고 다시 봐주세요. 그들은 어른입니다. 어른처럼 대하면 어른처럼 행동합니다. 자유와 권한 그리고 책임을 주세요.”

‘막내니까 복사해 와라’가 아니라 ‘비품 관리 담당을 맡기는 것’이다. 명확한 업무 분담은 사원을 책임감 있게 만든다. 그렇다고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 업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건 여전히 리더의 몫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일정 조율 중 그가 보낸 메시지가 생각났다. 그는 메시지 말미에 “확진자와 동선 겹치지 않는 하루 보내세요^^”라는 문장을 적어 보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흔한 인사가 아닌, 2020년 9월을 사는 우리네 안부의 핵심을 적은 모호함 없는 인사말이었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말, 존중과 친절을 담은 말이 결국 ‘일의 언어’의 핵심이다. 그의 책 마지막 챕터인 〈단순하게, 마음을 얻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니까.”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법

1. 사생활 공유가 소통은 아니다
상대방의 결혼, 애인, 출산, 자녀, 몸무게, 배우자 소득 등은 묻지 않는 게 원칙이다. 깊은 비밀을 공유해야 끈끈한 동료 관계가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 조언은 유료다
사생활을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이후에 따라오는 조언 때문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사생활 상담은 지인에게 하는 게 맞다.

3. 일에 대한 소통은 정확하게
업무에 대한 상담을 하는 직원에게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라든지 “좀 더 고민해봐”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분야가 유망한지, 지금의 방식이 맞는지, 무엇을 전문화하는 게 좋을지, 부서를 옮기는 게 좋을지 등을 고민하는 직원에게 그나마 가장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건 리더다.

4. 그렇다고 노이로제에 걸리지는 말자
경영진은 경영진이라서, 밀레니얼은 밀레니얼이라서 맞춰줘야 한다면 중간 관리자는 양쪽의 불만 쓰레기통이 된다. 함께 일하기 좋은, 말이 통하는 동료가, 선배가 되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다. 높은 직급이 권력이 아니듯, 낮은 직급 역시 권리는 아니다.
  •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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