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대표

“2세대 투자자는 가치주 아닌 성장주에 투자합니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주식 투자도 내 집 마련처럼”. JTBC 〈돈길만 걸어요-정산회담〉에서 김현준 대표가 한 조언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내 집을 장만한 사람이 집값 올랐다고 바로 팔지 않듯, 집을 사서 갖고 있는 심정으로 기업이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똘똘한 한 채’에 장기 투자하는 부동산 보유 전략과 유사하다. 행간에는 내 집을 알아볼 때처럼 투자할 기업을 꼼꼼히 따져보란 의미도 담겨 있다. 좋은 투자란 무엇인지,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대표에게 들어봤다.
국내 30%, 해외 40%의 주식 수익률. 더퍼블릭투자자문의 지난해 실적이다. 제법 높은 수익률에 남다른 노하우가 있을 것 같지만 정작 김현준 대표는 “투자에 지름길은 없다”고 단언한다. 철저한 기업 분석과 시장의 흐름을 읽는 기민함이 필요할 뿐이다.

김 대표가 투자의 길에 들어선 건 고려대학교 가치투자동아리 ‘KUVIC(큐빅)’을 접하면서다. 대학 시절 교내에 붙은 신입회원 모집 포스터를 보고 문득 “주식은 하지 말라”던 펀드매니저 출신 아버지의 조언이 떠올랐다. 그는 묘한 반발심이 생겼다. ‘아버지는 이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나는 더 잘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동아리에서 투자의 기초를 닦은 그는 졸업 후 VIP투자자문(VIP자산운용의 전신),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에서 주식 운용을 맡아 일하다가 2014년 동아리 회원들을 주축으로 더퍼블릭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첫해 누적 수익률은 55%. 그것도 겨우 10개 종목에 집중한 결과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높은 가격에 파는 원리는 같았다. 차이라면 제대로 분석해서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한 것. 자연스레 리스크는 줄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대한민국 2세대 가치투자자’라고 불립니다.
1세대 가치투자자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과거 전자공시시스템이 미비하고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가 낮은 시절에는 좋은 기업이면서 저평가된 주식이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개인 투자자들조차 재무제표를 알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언급하는 때예요. 이런 환경에서 저렴한 주식은 저렴한 이유가 있겠죠. ‘가치투자’와 ‘가치주투자’를 분리할 필요가 있는데요. 전자가 가치 있는 곳에 가치보다 낮게 투자해 차익을 남기는 개념이라면, 후자는 표면 밸류에이션이 낮은 곳에 투자하는 것으로, 성장주 투자와 반대되는 개념이에요. 가치주에 집중한 1세대 투자자들은 기간에 비해 성과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다소 비싸 보일지라도 성장주에 투자하는 2세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높게 가져갑니다. 저 역시 가치주투자의 문제점을 빨리 깨달았고요.”


저평가된 주식의 함정을 조심해야겠군요.
그렇다면 대표님만의 투자 원칙이 있나요?


“저는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줄 기업에 집중해 장기 투자’하는 걸 선호합니다. 메가트렌드 속에서 헤게모니를 가진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에 강하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러한 주식을 찾으면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반드시 수익을 거둬요. 문제는 이런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저평가돼 있을 때는 더욱 드물고요. 그래서 운용역들에게도 ‘1년에 하나의 종목만 발굴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집중해서 성과를 만들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투자자는 누군가요?

“필립 피셔요. 워런 버핏의 투자 스승 중 한 명입니다. 워런 버핏은 훌륭한 투자자지만 상장주식보다 인수합병의 귀재죠. 필립 피셔는 경영자, 기업 문화, 연구개발, 마케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 요소를 중시하는 투자자였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며 정량적 데이터만으로는 장기 수익을 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즈음, 제가 가야 할 길이 필립 피셔에 있어 보였어요. 그의 책은 항상 새로운 영감을 주더라고요. 필립 피셔는 ‘넓은 시장, 뛰어난 제품, 훌륭한 경영자가 있는 기업을 사라’고 매우 쉬운 투자법을 제시했어요. 재밌는 건 그의 아들 켄 피셔의 말이에요. ‘넓은 시장, 뛰어난 제품, 훌륭한 경영자가 있는 기업을 일시적인 결함이 있을 때 사라’면서 아버지의 투자법에 화룡점정을 더했죠.”


투자 관점에서 최근에는 어떤 분야에 주목합니까?

“저는 메가트렌드에 주목해요. 어려운 산업군의 1등 기업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군의 2~3등 기업에 투자하는 게 훨씬 성과가 좋습니다. 단 1~2년의 짧은 유행이 아니라 헬스케어, 모바일 콘텐츠같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타는 분야여야 해요. 바이오처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언택트처럼 모두가 열광하는 분야도 배제합니다. 오히려 투자 관점에서 저평가돼 있는 건 콘택트 분야예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여행, 엔터, 레저 등이 소외돼 있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한쪽으로 치우진 건 다시 가운데로 회귀하기 마련입니다. 단 코로나19 피해주를 살 때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망하지 않을 기업, 이 위기가 지났을 때 시장 점유율을 유지 또는 확대할 기업,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할 수 있는 이른바 ‘보복 소비’가 일어날 기업에만 투자해야 합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보이겠어요.

“초보 투자자들은 오른 것은 빨리 팔고 내린 것은 계속 갖고 있으려고 해요. 조금의 수익은 금방 실현하고, 큰 손실은 기다리다 못해 잊어버리는 심적 회계에 빠지게 되는데요. 아마 그 수익조차 무용담과 함께 술집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커요. 시장에서 오르는 것과 떨어지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오르는 것은 오히려 더 갖고 있고, 떨어지는 것은 빨리 팔아야죠. 저는 ‘유행하는 상품, PB들이 추천하는 상품, 신문에 나오는 상품은 피하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합니다. 모두가 아는 금융상품은 기초자산 가치가 변하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올라 있거나 조건이 나쁠 거예요. 결국 손실로 귀결되고요. 이것만 피해도 손실 볼 일은 줄어들어요.”


좋은 주식 고르는 법이 따로 있나요?

“좋은 주식은 멀리 있지 않아요. 내가, 우리 가족이, 내 친구들이 작년에는 쓰지 않았는데 올해는 많이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찾아보세요. 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상장회사라면 1단계는 성공입니다. 물론 사업 가치를 계산하는 공부가 돼 있어야겠죠.”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트렌드에 비춰볼 때 해줄 조언이 있다면요?

“주식을 비트코인처럼 여기는 젊은 투자자가 많은 것 같아요. 기업 본질에 대한 공부 없이 재무 상황 대비 과도한 금액을 추세에 따라 매매하거든요. 비트코인은 교환수단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화폐를 액면가 이상으로 거래하진 않잖아요? 그럼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내리는 건 투기에 가까운 매매 패턴 때문인데, 비트코인을 대하듯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운이 좋아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때 투자해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공부하지 않고 투자하면 결국 손실을 입을 거예요. 가끔 보면 신문이나 경제 유튜브 구독을 투자 공부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전문가는 신문이나 유튜브에 있을 확률이 적어요. 결국 스스로 공부해야 돼요. 본인의 투자 기질을 파악하고 기업과 투자의 본질을 터득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동료들에게 본인의 경제 상식을 뽐낼 수는 있지만 돈을 벌긴 어려울 겁니다.”



김현준 대표의 좋은 펀드 고르는 tip 3가지

최소 3년 이상 장기 성과가 좋은 펀드를 고른다
펀드는 등락률이 심한 편이므로 장기 성과가 중요하다.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펀드별 수익률을 볼 수 있으니 비교 분석 후 선택하자.

펀드매니저의 손바뀜 여부를 확인한다
펀드의 수익률은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실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3년 이상 성과를 내는 상품이라면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봐도 좋다. 반대로 매니저가 바뀌면 이전 수익률은 별 의미가 없다.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의 ‘삐끗’ 타임을 노려보자
장기적으로 운용 수익률이 좋은 펀드매니저인데 최근 1년 이내의 실적이 유독 안 좋다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 항상 잘할 수는 없다. 실력파 펀드매니저가 실수하는 시기에 들어가면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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