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라이프

세계 최초의 로봇 카페 ‘스토랑트’ 이동배 비전세미콘 연구소장

제조부터 서빙까지 로봇 점원이 다 합니다!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인공지능의 발달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업에도 진출해 지난 5월 대전에서 세계 최초의 로봇 카페 ‘스토랑트’가 문을 열었다. 바리스타 로봇과 세 대의 서빙 로봇이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로봇 카페’는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로봇 카페 ‘스토랑트’가 자리한 대전시 유성구 문화원로 일대는 대전에서 가장 활발한 상권 중 하나다. 인근에 충남대가 있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24시간 불야성을 이뤘다. 비전세미콘이 세계 최초의 로봇 카페 1호점을 이곳에 낸 이유다.

“저희는 원래 반도체 후처리 공정을 위한 플라즈마, 오븐 등의 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2014년부터 신사업의 하나로 ‘스마트 팩토리’ 연구를 시작했어요. 기존의 공장 자동화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개념인데,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공장 전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동안 자동차, 가전, 화장품 등 여러 업종의 생산 라인에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이 기술을 좀 더 대중화하기 위한 아이템을 찾던 중 바리스타, 서빙 로봇을 생각했습니다. 마침 올 2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서비스 로봇 실증 국책사업에 선정돼 실제로 카페를 내게 됐고요. 연말까지 매장을 열 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동배 연구소장은 1호점을 내기 이전인 지난 10월부터 이미 실험과 연구 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사이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대중의 반응을 살폈다.

“이 사업을 위해 유명 커피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레시피 연구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커피 머신도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것을 썼는데 커피 맛에 불만을 표하는 고객들이 있어서 스타벅스에 공급하는 기기로 바꿨습니다. 메뉴도 조금씩 늘려 지금은 30여 가지에 이르고요. 앞으로는 건강음료나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서빙 로봇 ‘토랑이’ 세 대, 바리스타 로봇 한 대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는 모습. 중앙관제시스템이 로봇 바리스타 밑에 탑재돼 있다.
스토랑트는 ‘스마트 오토매틱 레스토랑’의 준말로, 서빙 로봇들은 ‘토랑이’로 불린다. 매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바리스타 로봇과 세 대의 서빙 로봇이 손님을 맞는다. 1층 165㎡(50평), 2층 396㎡(120평) 규모의 공간은 시원한 개방감이 특징이다. 서빙 로봇들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테이블 간격을 넓게 뒀기 때문이다.

주문 방식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키오스크나 테이블에 있는 QR 코드를 이용해 원하는 메뉴와 테이블 번호를 입력한다. 주문과 동시에 바리스타 로봇은 음료를 만들기 시작하고, 서빙 로봇이 자연스럽게 그 앞으로 이동해 대기한다. 음료 제조가 끝나면 바리스타 로봇은 서빙 로봇의 컵 홀더 안에 정확히 음료를 채운다. 서빙 로봇 한 대당 최대 네 잔까지 담을 수 있다.

서빙 로봇 ‘토랑이’. 한 대당 네 잔까지 담을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안에도 많은 첨단 기술이 숨어 있다. 서빙 로봇은 천장에 달린 수십 대의 카메라들을 길잡이 삼아 방향을 정하고, 테이블을 찾는다. 카페라테, 카푸치노, 카페모카 등 우유가 첨가돼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비슷한 메뉴들을 한꺼번에 주문하는 경우, 일반 카페에서는 컵에 표시해 주지만 서빙 로봇은 고객이 음료를 꺼내 들면 곧바로 이름을 말해준다. 음료 전달 임무가 끝나면 로봇은 충전 도크로 돌아간다.

“바리스타 로봇 밑에 전체 상황을 모니터링해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중앙관제시스템이 탑재돼 있어요. 마치 사람이 전체 상황을 보면서 일을 지시하듯, 중앙관제시스템이 그 역할을 하는 거죠. 저희가 이 로봇 카페를 ‘세계 최초’라고 얘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리스타 로봇이나 서빙 로봇은 단품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 공간 안에서 오차 없이, 정확히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어요.”


24시간 오픈, 야간에는 무인 운영

천장에 달린 수십 대의 카메라가 ‘토랑이’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로봇 바리스타가 만든 음료는 언제나 균일한 맛을 낸다. 물론 이것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커피의 경우 ‘진하게’ 혹은 ‘연하게’라는 주문은 할 수 없다. 로봇이 컵을 들고 각각의 디스펜서로 이동하며 음료를 제조하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제빙기, 우유 스팀 추출기를 비롯해 각각의 시럽, 원액 등이 담긴 10여 개의 디스펜서를 분주히 오가며 서너 잔의 음료를 뚝딱 만드는 모습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매장에는 로봇 바리스타 외에 제빵 담당 직원이 상주한다. 베이커리 카페를 겸하고 있어 매장 안에서 직접 생지를 구워 빵을 만든다. 24시간 운영이라 직원은 밤새 판매할 분량의 재료를 디스펜서에 채워놓고 오후 7시면 퇴근한다. 베이커리는 키오스크에서 주문 후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는다. 야간에는 모든 것이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5월에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로봇 카페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최근엔 교육계의 문의가 많아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2~3년제 대학에 스마트팩토리학과나 로봇자동화학과가 많이 생겼는데, 저희 로봇 카페에 들어간 기술과 다 관련된 것들이에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이 이슈가 되면서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저희도 교육 현장에 적용할 비즈니스 모델을 따로 만들고 있고요. 졸업 후 곧바로 프로젝트에 투입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아주 좋은 일이죠. 대전 한밭대와는 빠르면 다음 학기부터 교육 과정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이 소장은 “우리가 가진 기술 자원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더 훌륭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도록 도울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산업 현장에 사용한다면 기업과 교육이 상생하는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로봇 카페 best 4
로봇 바리스타가 최적의 맛을 찾아드립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비대면(언택트)은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비즈니스도 급부상하는 중이다.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주는 로봇 카페도 그중 하나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이기도 한 로봇 카페는 전자동 방식을 비롯해 핸드드립 커피, 칵테일 제조, 디저트 레터링까지 다양하게 진화하며 카페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비트(b;eat)
주문부터 음료 수령까지 2분, 시간당 120잔 제조

© 비트 인스타그램
비트(b;eat)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 브랜드 ‘달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로봇 바리스타다. 지난 4월 종영된 tvN 드라마 〈반의반〉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돼 모바일 기반의 음성 주문부터 취향에 따른 원두 선택이 가능하고, 시럽 양이나 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시간당 120잔의 빠른 공정을 자랑하며, 약 50가지의 고객 맞춤형 메뉴를 제조한다. 모바일 앱과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면 로봇이 해당 메뉴를 제조해 내놓는 방식이다. 주문에서 음료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분.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2000원으로 일반 카페의 절반 수준이다. 대형 가전매장, 아울렛, 리조트, 대학교, 대기업 내 카페테리아에 입점해 있으며 최근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진출했다. 올해만 20개 점포를 추가해 전국에 총 8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엔 수도권에 첫 DT(Drive Through) 매장도 개점한다.


라운지 엑스(Lounge X)
‘바리스’가 알고리즘으로 핸드드립을

© 라운지엑스 인스타그램
대부분의 로봇 바리스타가 전자동 방식으로 커피를 만드는 것과 달리 라운지 엑스(Lounge X)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바리스타와 로봇의 협업 카페로, 로봇은 원두의 특성을 반영한 핸드드립 알고리즘을 통해 커피를 제공한다. 고객이 ‘로봇 드립’ 메뉴를 주문하면 직원이 원두를 갈아 로봇 바리스타인 ‘바리스’에게 건넨다. 바리스는 드리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원두 종류에 따라 물을 붓는 방식, 물줄기의 굵기, 물의 양과 온도 등을 조절한다. 라운지 엑스의 운영사인 라운지랩은 “바리스타 로봇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사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핸드드립을 생각하게 됐다”라며, “사람 바리스타가 수많은 시도 끝에 찾아낸 원두별 최적의 드립 방식을 인공지능을 통해 학습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라운지 엑스에는 바리스 외에 직원이 태블릿 PC에 좌석 번호를 입력하면 테이블로 디저트를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 ‘팡셔틀’도 있다.


커피드 메소드
빌리! 에스프레소 추출부터 세척까지 부탁해

© sangwha 페이스북
커피드 메소드는 반자동 커피 머신에서 추출한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음료를 맛볼 수 있는 로봇 카페다. 주문이 들어오면 ‘빌리’로 불리는 로봇 바리스타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팔처럼 생긴 빌리가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받아 탬핑(분쇄된 커피를 다지는 것)한 후 머신에 장착해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 직원이 빌리와 연결된 태블릿 PC의 버튼을 누르면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제조한다. 첫 번째 팔이 에스프레소를 내리면, 두 번째 팔은 주문에 따라 우유, 얼음, 물, 시럽 등을 첨가한다. 그동안 에스프레소 추출 임무를 끝낸 첫 번째 팔은 원두 찌꺼기를 모으고, 필터 홀더를 세척하며 다음 주문을 준비한다. 음료 제조에서 후처리까지의 과정이 신속하고 깔끔하다. 주문 처리와 손님 응대, 우유나 휘핑크림 추가 등은 직원의 몫이다. 로보틱스와 미디어 융복합 기업 ‘상화’가 선보인 야심작으로 남산서울타워와 삼성동, 두 곳에 매장이 있다.


‘카페 봇’
커피 봇+디저트 봇+칵테일 봇=환상의 트리오

© 카페봇 인스타그램
지난해 8월 문을 연 카페 봇은 로봇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독특한 콘셉트로 오픈 직후부터 성수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카페 봇에는 각각 커피, 칵테일, 디저트를 담당하는 세 대의 로봇이 근무 중이다. 드립봇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일정한 온도와 정량 추출을 통해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중 하나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의 브루잉 커피를 편차 없이 완성한다. 디저트봇은 고객이 선택한 그림이나 메시지를 케이크 위에 그려준다. 드링크봇은 칵테일, 무알콜 음료 등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배합하고 사람 바텐더처럼 화려한 셰이킹 퍼포먼스를 선보여 특히 인기가 높다. 카페 봇을 운영하고 있는 ‘티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전문 업체로, 카페 봇을 시작으로 푸드 테크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앞으로 로봇이 만드는 메뉴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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