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 전성시대

맥덕(맥주 덕후)들의 놀이터, 여기 어때?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맥지 순례’라는 말이 있다. 맛있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 성지를 찾아 이곳저곳 여행하듯 다니는 것을 뜻한다.

5~6년 전만 해도 수제 맥주 덕후들은 미국으로, 벨기에나 영국으로 맥지 순례를 다니곤 했지만 요즘엔 그럴 필요가 없다.

서울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 수제 맥주 성지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공간의 개성이 돋보이는 맥덕들의 놀이터 세 곳을 소개한다.



퇴근길 맥주 한잔 ‘유미마트’
서울 강동구 진황도로27길 4 / 02-483-5172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잠 안 올 때 어슬렁어슬렁 추리닝에 슬리퍼 질질 끌고 나와 즐기기에 딱 좋은 동네 가맥집이다. 겉모양은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슈퍼마켓인데, 입구부터 처음 보는 수제 맥주로 냉장고가 그득하다.


유미마트는 30여 년 된 동네 슈퍼마켓이다. 지금 가맥집 자리는 유미마트 사장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정육점이었다. 7년여 전 유미마트를 인수해 두 가게의 중간을 트고 1층부터 3층 옥상까지 앉아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겉으론 허름해 보여도 맥주 좀 마신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맥덕 성지’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 맥주를 찾아 헤매다 이곳에 정착했다는 이들이 많다. 한번 온 이가 친구를 데리고 오고, 그게 또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 200여 종의 수제 맥주와 병맥주, 6종의 수제 생맥주를 판다. 금액은 5000원부터 2~3만 원 선. 고가의 희귀 맥주도 있다.

© 블로그 ‘맥주에 대한 모든 것, 명품맥덕’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맥주로는 유미마트 사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강동구 로컬 맥주 ‘밤의문’이 있다. 산뜻하게 마실 수 있는 쾰시(kolsch) 스타일 맥주에 야관문을 넣어 숙성했다. 쌉쌀한 마무리가 일품. 강동구의 맥줏집 비어클라인(암사)과 휘스펍(둔촌) 그리고 유미마트에서만 한정 판매한다. 정육점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내오는 신선한 육회는 유미마트의 전매특허 안주.



어른이들의 놀이터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산포길 246-13 / 031-912-2463


맥주를 마실 때만큼은 어린 시절처럼 즐겁게!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Drink Better, Play Better’란 슬로건을 표방하는 ‘어른이’들의 놀이터다. 맥주 맛을 한층 깊게 만드는 건 서울을 벗어난 여유로운 분위기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넓은 논만 나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여기 맞아?’를 몇 차례 연발할 때쯤 도착한다.


플레이그라운드 맥주는 아홉 가지 정규 라인업과 두세 가지 시즌 메뉴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맥주는 그 특성과 부합하는 하회탈로 표현했다. 달콤한 체리 향의 밀맥주 ‘마담’은 부네탈이, 기분 좋은 쌉쌀함으로 맥주 시장을 뒤집으려는 ‘몽크’는 중탈이 더해진 식이다. 대표 맥주는 젠틀맨(양반탈). 일명 ‘소맥 라거’로도 불리는 젠틀맨은 알코올 도수 7.6%로 제법 강해 이름처럼 부드러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맥주는 캔으로 테이크아웃 가능하다.


이곳의 장점은 수준급의 맥주 페어링이다. 수제 버거부터 동남아 스타일의 파스타, 한우 타다끼, 가지튀김등의 메뉴를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출신 셰프가 선보인다. 맥주가 들어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면 하루가 완벽하다. 전용 잔, 티셔츠, 열쇠고리, 포스터 등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특색을 살린 굿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맥주 따라 유랑하면 어느새 당도하는 ‘서울집시’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07 / 02-743-1212


서울 종로구 종묘 담벼락 옆 작은 골목길에 간판도 없는 맥줏집이 한낮에도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만큼 붐빈다. 한옥 외관의 카페처럼 사람들은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 바쁘다. 커피 자리에 맥주가 있을 뿐.


서울집시는 ‘맥지 순례’를 한다면 꼭 거쳐 가는 맥덕들의 ‘힙플레이스’다. 별도의 브루어리 없이 여러 곳과 협업한단 뜻에서 ‘집시’란 이름을 붙였다. 맛 찾아 유랑하듯 맥주 리스트도 자주 바뀌니 그때그때 주인장의 추천을 받길 권한다. 단, 신맛이 강한 사워 에일 맛집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사워 에일은 서울집시의 이국적인 음식들과도 유쾌한 조화를 이루는데, 양고기 커리와 로띠, 사천식 라구 파스타, 베트남식 고수 치킨윙 등을 한옥에서 맛보는 묘한 재미도 있다.


서울집시의 맥주는 실험정신이 다분하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맥주를 굳이 우리까지 만들 필요가 있냐는 주인장의 뚝심 있는 철학 덕분이다. 그 독특함이 맥덕들을 파고든 포인트이기도 하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 독특한 맥주 맛을 보기 위해 찾는 해외 방문객도 적지 않다. 알코올 도수 4.5~6.5%의 약한 맥주가 많아 낮술을 즐기기에도 적격이다. 통창 밖 돌담 풍경이 마음을 살랑살랑, 취기를 돋운다.
  •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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