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 전성시대

7개 키워드로 읽는 수제 맥주 전성시대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놀랍다.
2012년 주세법이 바뀌며 슬슬 워밍업을 시작한 수제 맥주 시장은 5~6년 전부터 매년 30~40%씩 성장하고 있다.
2012년 7억 원대이던 규모가 지난해 400억 원대로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
미국 맥주 시장에서 수제 맥주 비율이 13% 정도인 데 반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성장 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미국이 한 자릿수 초반에서 10%대에 진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5~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향후 5~6년 새 수제 맥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제 맥주 시장이 팍팍 성장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 또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 치맥은 옛말…피맥, 책맥, 야맥, 낮맥, 홈맥, 혼맥
‘맥주의 ‘맥’이 들어간 두 단어는?’이라는 질문에 ‘치맥!’만 떠올렸다면 당신은 수제 맥주 덕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치킨과 맥주의 조합을 뜻하는 치맥은 이제 2002 월드컵 시절의 유행어에 가까운 말이 됐다. 피자에 맥주를 뜻하는 ‘피맥’,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책맥’, 밤에 마시는 ‘야맥’, 낮에 마시는 ‘낮맥’ 등 맥주를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집에서 즐기면 ‘홈맥’, 혼자서 마시면 ‘혼맥’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넷플릭스 등 랜선 놀잇감이 늘어나면서 혼맥과 홈맥이 새로운 음주 문화로 부상했다. 북바이북이 시작한 책맥은 이제 하나의 카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카페 창비는 카브루에서 만든 고전 맥주를 판다. 괴테 헤페바이젠, 셰익스피어 스타우트, 디킨스 IPA의 수제 맥주가 구비돼 있다. 북티크 서교점, 시집전문서점 ‘위트앤 시니컬’에 나란히 붙어 있는 카페 파스텔, 만화책이 벽을 꽉 채운 에디토리얼 카페 B+, 복합문화공간 백색소음 등에서도 책맥을 즐길 수 있다.


2 홈 브루잉, 나만의 맥주를 집에서 제조
가장 맛있는 맥주는 뭘까?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경험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끄덕이는 정답이 있다.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는 것. 갓 담은 신선함이 맛의 보증 수표가 된다. 이 지점에서 맥덕(맥주 덕후)들의 소망이 피어난다. 나만의 맥주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홈브루는 캡슐형 수제 맥주 제조기로, 맥덕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기기다. 캡슐 형태의 맥주 원료를 물과 함께 기기에 넣으면 발효부터 숙성, 보관, 추출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홈 브루잉 기기의 대표 주자는 LG 홈브루다. 5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쳐 출시됐으며, 세계적 몰트 제조사인 영국 문톤스가 캡슐형 맥주 원료 패키지 제작에 참여했다. 영국식 페일 에일, 인도식 페일 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등 5종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5ℓ의 수제 맥주를 완성하기까지 최소 2~3주 정도 걸린다. 300만 원 정도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 10만 원대 수제 맥주 키트도 꽤 출시돼 있다.


3 셀프탭 비어, 지부지처
원하는 맥주를 직접 부어 마시는(지부지처) 셀프탭 맥주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수도꼭지를 틀면 맥주가 쏴~ 나온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전자 칩이 내장된 팔찌를 차고, 원하는 맥주를 고른 후, 팔찌를 이용해 기계에 탭을 하고, 세척한 맥주잔으로 원하는 만큼 직접 따라 마시면 된다. 맛의 특징, 알코올 도수 등 스펙이 자세히 적혀 있어 취향대로 고르기 쉽다. 가격은 10㎖당 150~500원으로 천차만별. 주유소에서 기름을 주유하듯,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셀프탭 비어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 성수동에 본점이 있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여의도 힛더스팟퀴진, 브롱스 등이 대표적. 연남동 롱타임노씨는 알볼로 피자와 협업을, 방이동과 논현동에 있는 꼭그닭은 빠네치킨과 협업 메뉴를 선보인다. 강원도 고성 문베어브루잉, 인천 구월동 가라지훵크, 광주 트레비어 등에서도 셀프탭 비어를 맛볼 수 있다.


4 비어 소믈리에, 탭스터
와인 소믈리에처럼 맥주에도 자격증이 있다. 국내에서 인정받는 비어 소믈리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종류다. 독일 도멘스(Doemmens) 아카데미의 비어 소믈리에(beer sommelier), 미국 시서론(Cicerone) 자격증, 맥주 대회 심사관이 될 수 있는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 등이다. 도멘스는 체계적 교육을 바탕으로 필기·실기 시험이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시서론은 ‘관광안내원’이라는 의미로, 총 4단계가 있는데, 최고 단계인 마스터 시서론은 전 세계 스무 명도 되지 않는다. 비어 소믈리에의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맥주 맛 평가는 기본, 브루 펍, 양조장, 맥주와 요리의 페어링 추천, 맥주 관련 교육 등에서 활약할 수 있다. 와인과 커피는 포화 상태인 데 반해 수제 맥주는 초기 단계라서 전망이 밝다. 생맥주를 최적의 맛으로 따르는 ‘탭스터’도 있다. 비어 마스터, 비어 스페셜리스트라고도 하며, 전 세계 100명 정도밖에 없는 전문가 집단이다.



5 로컬 비어, 서울 제주 찍고 동명항, 대포항까지
수제 맥주 붐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바로 지역 맥주(로컬 비어)의 폭발적 증가다. 일단 상표부터 로컬스럽다. 지역을 내세운 맥주만 어림잡아 50개는 된다. 서울, 제주, 전라, 평창, 여수 등은 애교 수준. 경복궁, 광화문, 남산, 해운대 등 랜드마크를 내세우기도 하고, 강남, 강서, 서빙고, 동빙고 등 점점 더 좁은 지역으로 좁혀 들어가기도 한다. 각 지역에서 해당 지역을 내세운 로컬 맥주를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속초 크래프트 루트에서는 속초, 동명항, 대포항, 갯배, 마바이, 청초호, 명량 등을,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는 즈므, 미노리, 하슬라 등을 출시했다. 즈므와 미노리는 강릉의 마을 이름이고,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다. 부산 로컬 맥주 이름은 ‘마!’다. ‘마! 이게 부산 맥주 아이가~’라는 뜻. 맥주 ‘전라’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슴이 뛰어분다 어째쓰까잉’. 로컬 비어는 세계적 조류다. 글로벌이 정점에 이르면 반대 급부로 로컬리즘이 부활한다. 세계로, 바깥으로 뻗어나가던 시선이 지방으로, 안으로 잦아들기 마련이다.


6 와이너리 투어 대신 브루어리 투어!
한국에도 브루어리 투어를 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제주 맥파이 브루어리 투어가 대표적. 맥아와 홉 등 재료에 대한 이야기부터 발효, 숙성 등 맥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안내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양조장에서 갓 지은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진행되며, 1일 4회로 운영된다.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유료지만 만족도가 높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문베어 브루어리는 2층에 130여 좌석의 탭 하우스를 갖추고 있어 최첨단 양조설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카브루 브루어리 투어는 주로 단체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외에도 제주맥주 브루어리, 충북 음성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 경북 문경 가나다라 브루어리, 울산 트레비어, 강원도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부산 송정 와일드웨이브 등에서도 브루어리 투어를 할 수 있다.


7 K-비어, 맥주도 한류
K-팝, K-뷰티에 이어 ‘K-비어’가 슬슬 현실화되고 있다. 카브루가 수제 맥주 최초로 홍콩과 미국에 수출 길을 열어젖힌 데 이어, 제주맥주와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도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GS리테일은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협업한 ‘광화문’과 ‘백록담’을 대만에 수출했고, 제주맥주는 ‘제주 위트 에일’을 인도, 대만,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했다. K-팝 등 한류 문화 붐에 힘입어 수제 맥주 수출은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 지역 색을 분명히 하고 수제 맥주 특유의 개성이 더해진 수제 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수출 길도 확장되는 추세다. 지난해 처음 열린 글로벌 맥주 박람회인 ‘대한민국맥주산업박람회(KIBEX)’는 수출 문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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