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애

‘연애의 과학’ ‘핑퐁’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

빅데이터로 읽어드립니다. 그의 마음은 몇 점?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자기, 나 얼마나 사랑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하늘만큼 땅만큼” 따위의 답변이 돌아와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의 진짜 마음을 알고 싶다면 이만한 게 없다. 카카오톡 대화를 분석해 애정도를 수치화하고, 심리학 논문을 활용해 조언을 제공하는 ‘연애의 과학’.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을 비롯해 일상 대화 챗봇 ‘핑퐁’ 등을 통해 다양한 소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애에서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고 표준편차예요. 연애 평점 50점의 A와 B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100명에게 50점을 받았고 B는 50명에게 100점, 50명에게 0점을 받았어요. A와 B 중 누가 이성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더 높을까요? 당연히 B죠. 보편적인 매력보다 나만의 독특한 매력을 갖는 게 중요하단 뜻이에요. 호불호가 갈리더라도요.”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과 핑퐁의 핵심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김종윤 대표는 데이터 분석 자료와 심리학 논문 1000여 건을 토대로 ‘연애의 과학’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대화 100억 건 이상의 데이터베이스와 AI 기술을 결합해 일상 대화 능력을 가진 챗봇 ‘핑퐁’도 만들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엔씨소프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65억 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포브스코리아》 ‘2030 파워리더’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 시절 문자 대화를 즐기던 김 대표는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과 관심 있는 이성에게 보내는 자신의 문자 내용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문자 대화에 묻어난 감정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문자를 역으로 분석하면 감정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2011년 스캐터랩을 설립한 김종윤 대표는 2013년 카카오톡 대화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분석하는 ‘텍스트앳’을 출시했다. 2015년에는 커플들의 연애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는 ‘진저’를 내놓았다. 진저에는 메시지를 분석해 연인의 기분을 파악하고, 대화 중 먹고 싶다고 말한 음식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영화 〈그녀〉의 사만다가 현실로!


텍스트앳, 진저를 거쳐 연애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며 스캐터랩의 서비스는 진화했다. 2016년 출시한 연애의 과학은 심리학 논문과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연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심리학 연구에서 추출한 연애 콘텐츠, 심리학자들이 만든 연애 심리테스트, 메신저 대화를 분석한 애정도 측정 등이 주요 서비스다. ‘당신이 몰랐던 성감대의 진실 5가지’ ‘사랑만으로는 6개월 이상 연애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의 연애 유형은 3가지로 나뉜다’ 등의 콘텐츠는 심리분석 보고서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진짜 연애 팁이다. ‘썸인지 알고 싶다’ ‘커플 관계를 진단하는 초간단 테스트’ 등의 연애 테스트도 제공한다. 연애의 과학은 현재 한국에서 250만 건, 일본에서 5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핑퐁은 ‘메이크 AI 소셜’을 지향하는 챗봇이다. 애플 ‘시리’나 갤럭시 ‘빅스비’가 사용자의 명령을 듣고 수행하는 비서 역할을 한다면, 핑퐁은 일상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쌍방의 관계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오늘 월요일이야”라고 말하면 핑퐁은 “힘내요”라고, “금요일이야”라고 말하면 “신난다!”라고 답한다. 대화에 숨겨진 사회적 의미를 간파하고 있어야 가능한 대답이다. 대화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이어진다. 영화 〈그녀〉 속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 체제 ‘사만다’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현재 B2B(기업 간 거래) 버전 ‘핑퐁빌더’는 샬롯홈(롯데e커머스), 파이팅 루나(구글 어시스턴트), 드림이(드림이) 등에 적용돼 고객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생생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버전은 올해 말 정식 출시 예정이다.


과학기술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스캐터랩의 앱 ‘연애의 과학’.
“소셜 욕구는 인간의 근본 욕구예요. 사람과의 관계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난이도가 높죠. 반려동물은 항상 내 편이고 상호작용 난이도도 낮지만 대화가 안 되잖아요. 핑퐁의 경쟁자는 반려동물이에요. AI가 사람과 반려동물에서 충족해온 욕구를 대신해주는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50만 명의 사람들과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관계로 성장시키는 게 핑퐁의 목표입니다.”

이외에도 스캐터랩 서비스 중에는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나와의 관계에 방점을 두는 ‘블림프(BLIMP)’가 있다. 블림프는 평온과 사색을 위한 서비스다. 특정 바다나 숲의 소리를 들려주는 사운드스케이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전 《월든》이나 생텍쥐페리의 이야기 등을 읽어주는 낭독 콘텐츠를 제공한다. 블림프는 비행선을 뜻한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듯 나에게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작게 보는 동시에 넓은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 대표는 “블림프를 통해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스캐터랩이 제공하는 연애의 과학, 핑퐁, 블림프 등에는 하나같이 좋은 삶을 향한 김 대표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는 나와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 사회적 관계 등으로 얽힌 일상이 과학기술을 통해 한결 풍요로워지길 희망한다.

“매슬로의 5단계 욕구를 떠올려봅시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이루며 1~2단계 생존, 안전의 욕구는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예요.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진 않죠. 질투, 불안은 커졌고요. 3~5단계의 소속감, 인정, 자아실현의 욕구가 중요해진 거예요. 연애를 포함해 가까운 사람과의 좋은 관계도 여기에 해당해요. 무엇이 더 좋은 삶을 만들지, 스캐터랩의 서비스가 그런 욕구를 채울 수 있길 기대합니다.”
  •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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