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챙김

‘왈이의 마음단련장’ 김지언·노영은 대표

밀레니얼 명상 커뮤니티

글 : 차지현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도심 속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이태원 소월길에 밀레니얼 세대가 찾아드는 곳이 있다.
퇴근길에 잠시 들러 마음 빨래를 하는 느낌으로 하루의 찌든 때를 빼고 집으로 돌아가는 공간.
왈이의 마음단련장은 명상을 중심으로 마음의 기술을 단련하는 밀레니얼 명상 커뮤니티다.
요가, 필라테스, 헬스처럼 몸을 챙기는 문화는 익숙하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돈을 내고 정기적으로 수업을 듣는 게 아직은 생소하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을 운영하는 김지언·노영은 공동 대표는 마음을 돌보는 일이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때가 돼서야 마음을 돌봐요.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듯 마음도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해요.”(김지언)

왈이의 마음단련장은 마음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과학적인 정신훈련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명상 클래스는 4주 차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헬스장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듯 기초 강의인 초심 클래스는 명상 초심자를 위한 필수 강의다. 숨, 감각, 자기 연민에 집중하는 클래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원데이 수업 등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수업은 회당 두 시간으로, 한 시간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머지 시간에는 명상을 배운다.

‘마음 챙김’의 아이디어는 두 대표의 출근길 경험에서 시작됐다. 같은 언론사에서 일했던 두 대표는 출근길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운 것을 보며 비슷한 고민을 나눴다. ‘뭐가 문제일까?’를 생각하던 중 자신들의 표정 또한 안 좋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매일 아침 시를 배달해 출근길 표정을 바꾸자는 서비스를 계획했다.

문장 배달 강아지 ‘왈이’도 이때 탄생했다. “공자 왈(曰) 맹자 왈(曰)” 하듯 문장을 들려준다는 의미에서 따왔다. 20대의 이야기를 우리 입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길 위의 20대 100명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한 명의 이야기를 진득하니 끝까지 들어주는 인터뷰였다. 마음 깊숙한 곳의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당시에 했던 마음의 이야기가 지금 왈이네 기반이 됐다.



2535세대가 만나, 과학적 명상을

노 대표가 먼저 김 대표에게 창업을 제안했다. 스타트업에서 1년 넘게 일하며 치열한 경쟁의 세계를 맛본 김 대표는 선뜻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함께 일하던 옆 팀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는 걸 보기도 했어요. 회사가 공고한 요새 안에 있는 느낌이라면 창업은 정글에 내던져진 느낌이었어요.” (김지언)

그럼에도 두 대표는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했다. 출근길 표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만남이 필요하다는 걸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왈’이 회사 일보다 재밌었던 것도 창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미디어 스타트업 ‘왈’을 만들었다. 오디오 콘텐츠와 직장인 대면 심리상담 연결 플랫폼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진짜 풀고 싶은 문제는 마음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넘어 오프라인 공간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왈이네다.

“명상을 배우러 가보면 종교적 수행법을 가르치는 곳이 많았어요. 또 명상 자체는 좋지만 고민을 나누기엔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아 아쉬웠고요. 이런 부분을 보완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가 만나 과학적인 명상을 배우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김지언)

초록 대문을 열면 왈이네의 마스코트이자 영업부장인 강아지 ‘자네’가 반갑게 맞이한다. 콘셉트는 한글을 못 쓰는 강아지다. 왈이의 마음운동은 명상이 아닌 ‘멍상’이라고 부른다.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무거운 명상에서 획 하나를 뺀 정도의 가벼움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은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얀색과 초록색으로 둘러진 공간, 뜨끈뜨끈한 온돌 위에 앉아 차를 마시다 보면 절로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수업을 할 때는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안아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더 좁게 모여 앉기도 한다. 나이나 직업을 밝히지 않고 ‘나’를 소개하는데, 자신의 특징을 살린 별명도 함께 이야기한다. 자주 깜빡해서 잊어버리는 일이 많은 노 대표는 ‘깜빡이’, 자비로워지고 싶은 김 대표는 ‘김자비’다. 멍상가들의 친구는 ‘멍친’으로 불린다.

왈이네는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여성이 주로 찾는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지만 남성의 비율은 2% 정도. 퇴사를 앞두거나 퇴사를 한 여성이 많다.

“고민을 나누다가 발견한 흐름이 있어요. 우리나라 고등학생은 대학교라는 목표가 있고, 대학생은 취업이라는 목표가 있어요. 그러나 막상 취업을 하고 나면 목표가 사라져버리죠. 다시 찾아온 늦은 사춘기라고 할까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인 것 같아요.” (김지언)



명상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일

쉬는 법을 모르는 것도 ‘마음 고장’의 원인이다. 자투리 시간을 아껴 공부해야 한다고 배워온 이들은 잠시 멈추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쉬는 일에도 에너지가 필요해요. 누워 있다고 쉬는 게 아니죠. 번아웃(소진) 직전에 와서 스스로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려요.” (김지언)

명상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바로 화를 내지 않고 잠깐 기다릴 수 있는 것, 그 찰나의 순간이 명상의 힘이다.

마음 챙김 명상은 두 가지 근육을 단련한다. 하나는 ‘조절하지 않는 근육’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통제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근육을 말한다. 날씨처럼 바꿀 수 없는 영역까지 주도권을 잡으려 하면 고통이 발생한다는 걸 이해하고, 에너지를 덜 쓰는 법을 배운다. 다른 하나는 ‘다시 일어서는 근육’이다.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후회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나 가뿐하게 가는 것을 배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잡념이 생겨요.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났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시 숨을 쉬는 연습을 해요. 숨을 들이마실 때 마시는 것을 알아채는 연습을 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됩니다.” (노영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내 몸도 제대로 돌볼 수 있다. 명상을 하면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쓰느라 지나쳤던 나의 아픈 곳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마음 챙김이 몸 챙김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마음을 챙긴다는 건 기본적으로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을 돌보는 일에 섬세해지면 나에게 칭찬을 해줄 수도, 더 건강한 음식을 먹게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 돌봄은 삶의 연쇄 변화를 일으킨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에서 만든 ‘멍상 노트’. ‘멍상’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담았다.
너의 마음은 어때?

마음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가까워서 조심스럽고, 멀리 있는 사람이면 멀어서 다가가기 힘들다.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다. 판단받지 않는 공간, 내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 왈이네가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이다.

“꼭 왈이네가 아니어도 서로가 마음을 물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노영은)

실제 왈이네에서는 멍상가들이 주체적으로 모임을 열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자조 모임’도 있다. 게임 중독자 모임, 알코올 중독자 모임처럼 문제 행동에 대한 목표를 갖고 경험을 공유하고 지지하는 모임이다. 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문제를 개선해나간다.

출근길 표정을 바꾸겠다고 시작한 왈이네는 실제로 바뀐 퇴근길 표정을 실감한다. 퇴근 후 지친 얼굴로 들어온 사람들이 멍상을 하고 나서 환하게 웃으며 나갈 때 안도감이 든다. 김 대표는 “멍상가들이 칠렐레팔렐레 정신줄 놓고 놀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긴장감을 벗어던지고 천진하게 멍상을 할 때, 나다워질 때 모두가 행복한 순간이다.



‘왈이네’ 마음 챙김 3가지 tip

1. 몸에도 요요가 오듯, 마음에도 요요가 옵니다
한 번에 그치는 특별한 경험이 아닌 매일매일 마음 근육을 단련하는 게 중요하다. 마음을 챙기는 일이 일상에 스미도록 꾸준히 연습하는 게 마음 챙김의 첫걸음.

2. 연약한 것은 연약한 대로 내버려둬도 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면 고통에 압도되기 십상. 연약한 것을 받아들이고, 연약한 부분까지 모두 포용한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3. 마음을 글로 표현해보세요
왈이네는 매달 마음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어려운 귤 쓰기’ 모임을 연다. 귤을 까먹으면서 진짜 내 모습을 까먹는 시간, 마음에 담아뒀던 고민과 아픔을 글로 드러내는 시간이다. 쓴 글은 판단하지 않는다.
  •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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