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챙김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

심신을 깨우는 맑고 깊은 목소리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제공 : 요가소년 

AI(인공지능) 성우의 음성에 온기를 입힌다면 이런 목소리가 아닐까.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의
음성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23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이 채널은 요가소년의 꿀성대의 힘이 크다.
중저음의 맑고 깊은 음성에 정확한 발음과 표현. 덕분에 두 눈을 감고도 지시하는 대로 동작 구현이 가능하다.
요가의 본질인 ‘심신 수련’에 최적화된 셈이다. 미국 중부 미시건주에 사는 그와 전화로 만났다.
요가소년(본명 한지훈)은 소년이 아니다. 1985년생으로 올해 35세인 그는 누가 봐도 소년의 외모와는 거리가 있다. 민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안정감 있는 목소리. 그래서 구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왜 요가소년인가요?” 하는 것이다. 요가삼촌이나 요가아재, 요가형님이나 요가중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장난 섞인 댓글과 함께.

“3년 전쯤 아내의 일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됐습니다. 미국에 살다 보면 옷차림에 신경을 안 쓰게 되는데요, 유튜브를 시작한 즈음이었어요. 반바지와 슬리브리스 차림의 제게 아내가 ‘시골에서 막 뛰어노는 소년 같다’고 했어요. 그 표현에 꽂혔습니다. 그래서 요가를 좋아하는 시골소년, 줄여서 ‘요가소년’이 됐죠. 예전에 어떤 이가 ‘누구나 소년소녀 시절을 거쳤다’고 한 말도 가슴에 박혀 있었습니다.”

소년소녀.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시절, 그 시절에 대한 동경의 의미를 담은 요가소년은 초심을 중시한다. ‘모두가 각자 즐겁고 안전하게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는 채널’이 그의 지향점이다. 3년 전쯤 시작한 요가소년 채널에는 무려 320여 개의 영상이 탑재돼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10분·20분·30분·1시간 요가 등 시간별 요가부터, 소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요가, 목·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요가, 뻑적지근한 몸을 깨우는 모닝 요가 등. 목·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요가의 경우, 영상 재생 수가 100만 회에 달한다.

코로나19로 홈트족이 증가하는 요즘, 요가소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구독자 수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 때문에 요가원이 문을 닫아서, 코로나를 이기려면 면역력을 길러야 할 것 같아서 오게 됐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신 수련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요가소년 영상에 자막이 없는 이유

요가소년의 영상에는 자막이 없다. 소리에만 집중해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청각에만 의존하는 것과, 청각과 시각을 함께 쓰는 건 다르다”고 했다. 공감각을 쓰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소리만 듣고도 어떤 동작인지 100% 이해시키기 위해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표현을 쓰려 한다.

“안내가 정확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어요. 화면을 바라보다가 잘못된 동작을 하게 돼 부상당하기 쉽죠. 예를 들어 다운독이라고, 아도무카스바나아사나 자세를 하면 앞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발끝을 봐야 하죠. 그런데 잘 이해되지 않아서 화면이나 요가 선생님을 보게 되면 목이나 주변부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요.”

요가는 심신을 수련하는 일이다. 몸을 움직여 체력을 증진하는 것만큼 마음을 보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마음 챙김이 빠진 요가는 요가가 아니다. 그저 스트레칭이나 체조에 불과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저마다의 수련’이다.

“‘모두 각자의 수련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그래서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적극적으로 말을 못 해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는 동작은 다 다르니까요.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매트에 오르기 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1000여 회 진행

그가 요가를 처음 접한 건 2008년 인도 여행 중에서다. 한국에서 요가는 여성들의 종목으로 인식돼 있지만, 요가의 본고장인 인도에서는 아니다. 주로 남성들의 수련 수단이다. 인도에서의 짧은 요가 체험은 그에게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요가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건 5년 전쯤, 아내의 힘이 크다. 요가를 하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아내를 보며 그도 따라서 요가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막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목표를 향해 매진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보살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망가져갔죠. 면역력이 약해져 한번 다치면 오래 앓았고, 서른 살 무렵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어요. 이유 없는 우울감과 감정의 동요가 심했고요.”

요가를 시작한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우선 무릎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신체를 단련한 덕도 있지만,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무릎이 아픈 이유를 알게 됐다. 노트북과 무거운 책 등을 지고 다니면서 신체를 학대해온 것. 마음도 치유돼갔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평정심과 평상심을 찾아가자,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마음 근육을 갖게 됐다.

요가 일을 하기 전, 그는 목소리 관련 일을 했다. 성우 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대학 때부터 책을 읽고 추천해주는 방송을 오래했다.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를 1000회 이상 진행하는 등 내공이 깊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책 추천 편집자로도 일했다. 그 스스로는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직장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지 못한 시간들”이라고 했지만, 애쓴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여 지금 요가소년 운영의 자양분이 됐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오프라인으로 만난 분들과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 책에서 만난 숱한 이들의 메시지도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시간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하다 보니 청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진행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탐구한 시간들이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요가소년의 바람은 소박하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 성장이나 발전보다 영속성과 지속성에 관심이 많다. 그 꾸준함의 힘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지리라는 것도 안다.

“오랫동안 채널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채널이고 싶습니다. 지금 요가소년의 톤, 태도, 에너지가 바뀌거나 줄지 않았으면 해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서 구독자분들과 좋은 것을 나누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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