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홈스쿨링 2.0세대의 반란

인재시교(因材施敎). 각자가 가진 소질과 적성을 살려 교육한다는 뜻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가 지금의 공교육을 비웃는 듯합니다만, 놀랍게도 이 말은 수천 년 전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입니다. 인재시교의 메시지는 근래 들어 더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산업구조의 변화, 개인주의의 고도화가 외적 요인이라면, 이로 말미암은 시선의 변화는 내적 요인일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시선은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지고 있지요. 성공의 기준 역시 ‘훌륭한 어른’보다 ‘행복한 어른’으로 서서히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인생보다, 겉으로는 초라해 보여도 내적으로 충만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기점으로 늘어나는 것이 뚜렷이 감지됩니다.

이번 달 《topclass》 스페셜 이슈에서 만난 ‘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은 내적으로 충만한 이들이었습니다. ‘아침 해가 달로 변할 때까지 보이는 모든 것에서 배운다’는 12세 동화작가 전이수, 최인아책방의 인기 선생님 14세 신민주, 서핑에서 인생을 배우는 18세 함은세, 오디세이학교에서 새 길을 만난 19세 제준, 자퇴 후 꿈이 더 커진 웹툰 작가 버선버섯, 다 같이 홈스쿨링을 택한 제주도의 독수리 5남매, 그리고 자퇴 후 자퇴생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을 만든 송혜교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까지. 한 명 한 명이 꾸려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인터뷰 기자를 오래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데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언어를 가졌더군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알았고, 그 삶을 명징한 언어로 표현할 줄도 알았습니다.

홈스쿨링 2.0세대의 출현을 목격합니다. 과거 홈스쿨링은 극소수의 전유물이었지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나 공교육이 소화하지 못하는 영재들을 위한 대안교육으로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왜 모두가 학교에 가야 돼?”라는 의문을 품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성공적인 홈스쿨링의 여정을 밟고 있는 이들에게는 놀라우리만큼 비슷한 공통점이 눈에 띕니다. 첫째, 부모의 적극적 지지와 응원. 이들 부모는 당신 세대의 성공 잣대로 섣불리 재단하지 않고, 자녀를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아이들의 선택을 지지해줬습니다. 둘째,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은 아이들. 단순히 학교가 싫어서, 공교육에 대한 반발로 홈스쿨링을 택한 이들은 없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한 효율적 수단으로서 홈스쿨링을 바라봤지요. 셋째, 철저한 자기관리와 높은 집중력.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자신의 속도로 할 줄 아는 이들이더군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학교 부적응자가 택한 홈스쿨링이 아닌, 스마트 공부법으로서 택한 홈스쿨링 2.0세대가 열어나갈 길이 말입니다. 일찌감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과감히 택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요? 이들이 사회 주류층이 되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까요? 또 이들이 부모가 되면 어떤 교육철학을 갖게 될까요?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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