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송혜교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

학교 밖으로 난 길, 순탄해지도록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말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고. 비록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을 걸 알면서도 시인은 더 걸어야 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인생을 길에 빗댄 프로스트의 시처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에 놓인다. 특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할 경우 어떤 난관을 만날지 예측하기 어려워 불안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송혜교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는 자퇴라는 길 앞에 선 청소년들에게 “자퇴 역시 학교 밖으로 난 하나의 길”이라며 “그들의 길이 순탄해지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홈스쿨링생활백서는 학교 밖 청소년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2017년 2월부터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 채널 등에서 자퇴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검정고시나 입시 정보는 물론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고, 학교 밖 선배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홈스쿨링생활백서는 3년 만에 2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탄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별도의 수입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30여 명의 활동가가 참여하고 있다. 모두 학교 밖 청소년을 응원하는 같은 마음으로 임한다. 팀원 대부분이 자퇴생 출신, 홈스쿨링생활백서를 이끄는 송혜교 대표 역시 중학교 시절 학교 밖 길을 선택한 8년 차 자퇴생이다.


중학교를 중퇴했다고요? “중학교 2학년 4월에 학교를 그만뒀어요. 중학교는 의무교육 과정이어서 자퇴를 하면 정원 외 관리자로 분류돼요. 자퇴서를 제출하니 선생님도 이런 사례를 처음 겪으셨는지 당황해하시더라고요. 저는 사고를 친 적도 없고 성적도 좋은 모범생으로 보여 더 그랬나 봐요. 선생님은 ‘지금 성적이면 인근 명문고에 진학할 수 있는데 왜 험한 길을 선택하느냐’고 물었어요. 저는 ‘제 목표는 그 고등학교가 아니라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언니도 자퇴했다고 들었어요. “언니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명문고에 다니고 있었어요. 제가 홈스쿨링을 하며 만족도가 높은 걸 보고 언니도 자퇴를 했는데요, 그 학교 최초의 자퇴생이 됐대요. 남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제 발로 나온 거죠. 이후 언니는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해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곳 생활이 좋았는지 지금은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자퇴 이후의 시간이 궁금합니다. “우선 검정고시부터 보기로 했어요. 검정고시는 매년 4월, 8월 두 차례 있는데 자퇴하고 6개월이 지나야 접수할 수 있어요. 중2 때 자퇴하고 나서 만 16세에 고졸검정고시까지 통과했죠.”

혼자 공부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 “다행히 저는 홈스쿨링에 잘 맞는 스타일이었어요. 학교에 다닐 때도 사교육 없이 독학했거든요. 처음에는 시간표를 짜서 생활해볼까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방학 중 생활계획표를 잘 지키지 못하는 학생처럼요. 대신 일정한 틀은 만들어놨어요. 스톱워치를 사용해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집중했어요. 앉아 있는 시간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중요했으니까요.”

공부 외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흔히 자퇴생은 사회성이 부족할 거라 생각해요. 학교에 있으면 어떻게든 친구와 교류를 하는데 홈스쿨링을 하면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저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려고 애썼어요. 언어교환모임에 나가 직장인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만나고, 신촌 물총축제 스태프로 참여해 대학생 친구도 사귀었어요.”

그들은 대부분 20~30대였을 텐데요. “맞아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만 만나는 게 아쉬웠거든요. 관심 주제를 두고 또래끼리 생각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어딜 가든 10대는 저 혼자니 다들 잘해주더라고요. 대화를 나누며 생각하는 폭도 넓어지고 융통성도 생겼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알차게 보냈군요. “그런 편이에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어 썼어요. 그러다 문득 저와 같이 자퇴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보였어요. 자퇴를 하고 막막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포털사이트에는 검정고시 광고가 대부분이고 정보나 후기는 적더라고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어요.”


홈스쿨링생활백서 네이버 블로그(왼쪽), ‘학교 없는 졸업식’ 행사에서 자퇴생에게 졸업증서를 전달한 모습(오른쪽).
홈스쿨링생활백서가 시작된 건가요? “그전에 친구들과 함께 ‘자퇴설명회’를 열었어요. 자퇴한 청소년들의 경험담과 고민을 직접 들려주는 자리였죠. 이 행사가 다음 날 신문 1면에 실리면서 일이 커지더라고요. 그 후에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다가 홈스쿨링생활백서를 만들었어요. 우선 자퇴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정보부터 정리하고 싶었어요. 검정고시를 어떻게 응시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청소년이 알아보기 쉽게 카드뉴스로 제작했죠. 자퇴를 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면에서 학교 밖 청소년 입시설명회도 반응이 뜨거웠죠.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학교 없는 졸업식’이에요.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면 축하받는 일이 드물거든요. 서울시교육감이 졸업증서와 꽃다발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처음 단상에 올라온 분이 울더라고요. 졸업식은 아예 마음을 비웠는데 고맙다고 했어요.”

학교 없는 졸업식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홈스쿨링생활백서 활동은 대부분 제 경험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요. ‘아, 나도 자퇴할 때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걸’ ‘왜 검정고시는 축하받지 못할까?’ 아쉽기도 했고, ‘자퇴생을 위한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교육청, 정부기관 등의 자료를 잘 찾아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겠죠. 그런데 정작 청소년은 익숙하지 않은 경로잖아요.”

홈스쿨링생활백서를 통해 만난 청소년들은 주로 어떤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던가요? “다양한 사례를 봤는데 한 가지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일은 드물어요. 공통적인 건 그들의 인생에서 학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거예요.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학교를 떠난 후에는 어떤 고민들을 하죠? “큰 틀에서는 부모님과의 관계, 입시, 미래에 대한 불안 등 학교 안 청소년과 비슷해요. 그렇지만 자퇴생의 롤모델이 없어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자퇴생 하면 서태지, 보아, 악동뮤지션 등을 떠올리는데 이들은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부류잖아요. 일반 자퇴생은 어떻게 사는지 보이지 않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자퇴하고 평범하게 잘 살고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거라고.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고, 사회에 잘 녹아들고 있어 특별히 자퇴생으로서 정체성을 갖지 않을 뿐이라고요.”

‘자퇴생은 공부하지 않는다’는 편견도 마음을 힘들게 할 것 같아요. “지난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수가 1만 2000명이에요. 학업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뀐 경우도 많은 거죠. 진학을 준비하는 자퇴생 대다수가 정시로 가지만, 검정고시 성적을 내신으로 환산해 수시로 입학하는 대학도 있어요.”

송 대표의 경우 자퇴생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요. “신분증이요. 자퇴하고 정부청사에 자문단으로 초청받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출입증을 발급해주잖아요. 저는 청소년증을 냈죠. 그런데 학생증을 요구하더군요. 청소년증은 2004년 도입된 정식 신분증인데도 출입 규정에 없다고 했어요. 결국 담당 공무원이 나와 신분증을 하나 더 맡기고 동행해서야 들어갈 수 있었어요. 또 평일 오전에 대중교통을 타면 ‘삐빅’ 소리에 꼭 잡혀요. 청소년증을 보여주면 ‘학생증은 없냐’고 묻고, 은행에서도 청소년증은 처음 봤다며 거절당하기 일쑤고요. 오죽하면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드디어!’ 하면서 환호했다니까요. 지금은 이런 문제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요.”

자퇴한 걸 후회하진 않았나요? “자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에요. 다만 자퇴를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아요. 저는 좋았지만 당신도 좋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요.”

좋았는데 권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충동적으로 자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퇴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닦인 길이 아니에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이뤄나가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죠. 학교 폭력 건으로 자퇴한 경우는 조금 달라요. 그 친구들에게 학교를 벗어나서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퇴를 생각한다면 고마운 일이잖아요.”

자퇴를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뭔가요? “꿈을 찾았을 때 학교 안에서 이룰 수는 없는지 생각해봐야 돼요. 학교를 그만두면 시간이 많아지고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죠. ‘지금은 공부를 못하는데 자퇴하고 열심히 공부를 할 거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학교 안에서 안 되던 공부가 학교 밖에서 갑자기 잘될 리는 없어요. 그럼에도 자퇴의 뜻이 확고하다면, 학교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내가 그런 역량이 있는 사람이란 걸 부모님에게도 증명해야죠.”

자기주도적 태도가 필요하겠군요. “홈스쿨링을 하면 아무도 떠먹여주지 않아요.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던 선생님의 조언과 정보도 사라지고, 모든 책임도, 결정도 내 몫이에요. 모든 일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결심이 필요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힘들거든요.”

학교를 떠나고 가장 크게 바뀐 건 뭔가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는 모두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브랜드,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으면 독특한 애가 되기 쉬워요. 그런 문화에서 벗어나니까 ‘나는 뭘 좋아하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은 이런 고민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 가기 바빠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청소년기에 해야 할 고민을 입시 때문에 놓치다 보니 뒤늦게 진로를 틀어버리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요.”

자퇴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대학에 진학해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지금 스물두 살인데 진로를 고민하면서 취업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대신 제 주장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저는 발표도 잘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이었거든요. 자퇴는 제 삶에 터닝포인트예요. 저의 10대는 후회가 없어요.”

홈스쿨링을 하려면 부모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아요. “홈스쿨링을 하면 24시간 365일이 방학이에요.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도 더러 봤어요.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청소년기에 가정에서 많은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모는 아이가 잘 못하는 것 같아도 늘 지켜봐야 해요. 저 역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날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채근하지 않고 믿고 지켜봐주셨어요.”

해외 홈스쿨링 실태는 어떤가요? “홈스쿨링 선진국은 미국이에요. 미국은 1993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홈스쿨링 법안이 전역에 통과됐어요. 미국은 홈스쿨링 가정 비율도 높고 주 단위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홈스쿨링이 합법은 아니에요. 저의 궁극적 목표는 홈스쿨링 합법화인데 아직은 국민 정서상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친구들에 대한 기본 인식, 차별 금지 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려고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요?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건 내가 확실히 바꿔놓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진 하고 싶어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시행착오를 줄여가길 바라니까요. 멀리 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은 계속할 것 같아요. 가치 있는 일이잖아요. 동시에 저 스스로를 잘 돌보는 사람이고 싶어요. 남을 위하고 나를 위한 일, 평생의 목표예요.”


송혜교 대표가 권하는, 자퇴 후 놓치지 말아야 할 일!

1. 청소년증을 발급 받아라
학교 다닐 때는 학생증이 있었지만 학교를 떠나면 청소년증이 신분증 역할을 한다. 청소년증은 검정고시를 볼 때도 필요하다. 발급신청서와 사진 1매를 준비해서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받으면 된다.

2. 꿈드림을 찾아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을 방문하면 청소년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알려준다.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편하게 받아오던 지원을 이제 직접 찾아야 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진로교육, 직업체험, 해외봉사활동 등 학교 안팎 제한 없이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3. 교류의 접점을 늘리자
학교를 안 가면서 사람 만나는 걸 미루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알바를 하니까 괜찮아’라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인간관계도 필요하다. 기존 친구들과 교류하거나 커뮤니티를 활용해도 좋다. 자퇴했다고 모든 관계를 리셋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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