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제주도 독수리 5남매의 웃음 일기

“홈스쿨이요? 홈스 쿨(Home’s cool)이죠. 쿨하게 멋진 집!”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찬하, 아빠 이인욱 씨, 도하, 준하, 예하, 민하, 엄마 김정아 씨(왼쪽부터).
제주도에 ‘독수리 5남매’가 산다. 이인욱·김정아 부부의 자녀들, 예하·찬하·준하·도하·민하가 그 주인공. 만화 속 독수리 5형제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의 조직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면, 이들 5남매는 지구의 안위 따윈 전~혀 관심 없다. 마냥 해맑게, 걱정 없이 하루를 산다.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놀고 싶을 때 놀고, 먹고 싶을 때 또 맘껏 먹는다. 모였다 하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다섯 남매. 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집으로 등교한다. 아이들은 이를 두고 ‘홈스쿨’이라는 말 대신 ‘홈스 쿨(Home’s Cool)’이라 말한다. ‘집=학교’가 아닌, ‘쿨하게 멋진 집’이란 의미다. 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예하·찬하·준하·도하·민하 5남매를 제주도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카카오전문점 ‘카카오패밀리’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곧 저 골목에서 보일 거예요.”

엄마 김정아 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깔깔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쭉 빼고 보니 다섯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쌍둥이 남매 예하와 찬하, 곱슬머리의 셋째 준하, 동그란 안경을 쓴 도하, 그리고 찬하의 자전거 뒷자리에서 눈만 ‘빼꼼’ 내민 막내 민하다. 아이들은 8자를 그리며 신나게 자전거 바퀴를 이리저리 굴렸다. 50m도 안 되는 골목을 빠져나오는 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가게 옆에 쪼르르 자전거를 세운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타를 꺼내 들었다. 큰형 찬하가 먼저 기타 줄을 튕기니 그 옆으로 셋째 준하가 앉아 반주를 맞춘다. 형들에게 질세라 넷째 도하도 달려와 노래를 부른다.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로이킴의 ‘봄봄봄’ 한 구절을 합창하는 아이들. 봄날의 파란 하늘만큼이나 아이들의 목소리가 청아하다.

“1호 열일곱 살 예하와 2호 찬하입니다.”

“3호 준하고요. 열네 살.”

“저는 도하입니다. 엄마 나 몇 살이지? 아! 열 살!”

“이민하입니다. (손가락 여섯 개를 펴며) 여섯 살.”

다섯이 쪼르르 앉으니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사이좋은 남매다. 첫째 예하와 찬하는 이란성 쌍둥이다. 아이들이 학교 대신 홈스쿨링을 선택한 건 멕시코에 거주하던 9년 전. 일찍이 과테말라로 이주한 부모는 멕시코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 교과서로 아이들을 직접 교육했다. 매일 두 시간씩 공부했는데, 얼마나 수업에 열심이었는지, 3개월 만에 1년 치 정규 과정을 다 마쳐 나머지 9개월 동안은 실컷 놀았다. 이들 가족은 넷째 도하가 태어나기 3개월 전인 2011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쌍둥이 남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다.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초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전교생이 50명인 자그마한 학교라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당시 일곱 살이던 준하는 교내 병설유치원에 입학했다.

“멕시코에 살면서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본 적이 없어요. 학교에 처음 갔을 때는 낯설기보다 친구들이랑 놀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신났어요.”(찬하)

예하와 찬하는 초등 과정만 수료하고 중학교로 진학하지 않았다. 초등학생인 준하와 도하도 쌍둥이 남매를 따라 최근 자퇴했다. 아이들에게 홈스쿨링을 먼저 권한 건 엄마 김정아 씨다. 그는 매해 아이들에게 ‘학교에 갈지, 말지’를 물었다. 아이들이 정해진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며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엄마가 학교에 갔을 때와 가지 않았을 때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학교에 가지 않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도 후회하진 않아요. 학교 가기 싫다고 불평하는 친구들을 보니 딱히 부럽진 않고요.”(예하)

“종종 교복 입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과 마주쳐요. 친구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저를 부러워할 때마다 같이 홈스쿨링하자고 권하면 ‘부모님이 반대해서 안 된다’ ‘혼자서는 공부를 못 한다’라고 해요. 물론 저도 처음부터 혼자 공부하라고 했으면 못 했을 거예요. 부모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죠.”(찬하)

예하와 찬하는 홈스쿨링을 시작한 첫 해에 검정고시로 중등 과정을 끝냈고, 준하는 최근 검정고시로 초등 과정을 마쳤다.


하루 네 시간 이상 공부하지 말 것!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첫째 예하(왼쪽)와 동그란 안경을 쓴 넷째 도하.
홈스쿨링을 시작하며 아이들은 스스로 하루 계획표를 짰다. 부모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되 단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하루 네 시간 이상 공부하지 말 것!’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는 게 부모님 생각이었어요. 빠르게 집중해서 끝내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거죠. 사실 계획표대로 꼭 움직인 건 아니에요. 확실한 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거예요.”(예하)

찬하는 공부를 마치고 나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봤다. 구하기 힘든 책은 서울의 중고서점을 돌며 직접 구하기도 했다. 매듭공예에 관심 있는 예하도 실이나 바늘 등 도구를 스스로 구입해 온종일 실을 짰다. 준하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 스스로 공부방으로 향한다.

“공부가 잘될 시간에 해야 머릿속에 잘 들어오니까 눈뜨면 바로 공부하러 가요. 의자에 앉아서 하기 싫어질 때까지 해요. 배고프면 내려와서 밥 먹고요.”(준하)

공부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홈스쿨링의 큰 장점이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안에 모든 공부를 끝내야 해요. 그 시간에 공부를 다 끝낸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잖아요. 하지만 다음 수업을 위해서는 모두 접어야 하죠. 집에서 공부하면 정해진 시간이 없으니까 제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해도 돼요.”(도하)

다섯 아이들은 한 몸처럼 움직인다. 한 명이 공부하면 조르르 가서 같이 공부하고, 누군가 놀면 또 뭉쳐서 논다. 경쟁이 아닌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공교육이 물들인 ‘학교 물’

홈스쿨링은 모든 면에서 자유롭지만, 자신의 수준이 가늠이 안 돼 조급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니까 친구들은 어디까지 공부했을지 궁금했어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이차방정식 배웠냐?’ 하고 물어보곤 했죠. 중등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나서야 조급한 마음이 사라졌어요. 이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찬하)

경쟁에서 밀릴까 봐 조급해하는 마음을 두고, 아이들은 “학교 물이 덜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와 경쟁해 이기고, 두루두루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바로 공교육이 남긴 ‘학교 물’이라는 거다.

“우리 중 가방끈이 가장 긴 준하는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지 못해요. 읽다가 잠들기도 하고요. 깊이 있게 보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1교시 수업하고 쉬고, 또 수업받는 반복된 학교생활에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아요.”(예하)

아빠 이인욱 씨는 “주어진 환경에서 누군가보다 더 잘해서 ‘넘버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급함을 부른다”고 말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이 돼라”고 조언한다.

“온리원이 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가야 해요. 지금 내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되죠. 아이들에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학교 물’에도 ‘디톡스’ 기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라요.”

예하와 찬하, 준하는 최근 홈스쿨링을 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책 읽고 영화 보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토론이 끝나면 술래잡기나 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나이는 다르지만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놀면서 사회성과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

“사람들이 학교에 가야 사회성을 기르고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집에서 형제들과 놀면서 배워요. 가족은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함께 있으니 든든하고 뭐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찬하)

문득, 아이들에게 제일 잘하는 게 뭔지 물었다.

“공부요.”(준하)

“공부 빼고 다 잘해요. 하하하.”(예하, 찬하)

“달리기요. 저 달리기로 형아 이긴 적도 있어요.”(도하)

“형이 져준 거야.”(준하)

제일 좋아하는 것도 물어봤다.

“자전거랑 공부요. 자전거 타고 내리막길을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신나요.”(준하)

“기타 칠 때?”(찬하)

“아침 준비하고 청소하고, 집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으면 행복해요.”(예하)

“에이~ 맨날 늦잠 자면서 무슨!”(도하, 준하)

서로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느라 바쁜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다. 가만히 아이들을 보다 보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아이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 걸까.

“글쎄요. 서로 얼굴만 보고 있어도 웃겨요. 그게 미스터리죠. 하하.”(아이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의 웃음에 나도 덩달아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고 보니 5남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웃음이 날 수밖에 없겠다. 하하하하하.



‘독수리 5남매’ 자발적 공부 노하우 TIP

1. 공부는 네 시간 동안 집중해서!
해야 할 것은 빠르게 집중해서 끝내고, 나머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도움이 돼요.

2. 죽치고 앉아서 문제를 파고드세요.
풀리지 않는 문제라고 그냥 넘기지 마세요. 이해가 될 때까지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어야 진짜 내 답이 돼요. 문제가 어려울 땐 머리를 하나 더 늘리는 것도 방법. 여럿이 모여 토론하면 답이 나옵니다.

3. 뭐든 하고 싶을 때 해요.
놀다 보면 어느 순간 공부하고 싶을 때가 있고, 또 공부하다 보면 놀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뭐든 마음이 내킬 때 해야 해요. 억지로 시간을 정해서 하려면 집중도 떨어지죠. 마음이 내킬 때, 마음 내키는 그 일을 하세요.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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