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웹툰 〈학교를 떠나다〉 작가 버선버섯

학교를 그만뒀으니 꿈이 깨졌냐고? 천만에!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버선버섯 

만 17세에 우리나라 최연소 웹툰 작가가 된 버선버섯.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2개월 만에 자퇴하고 2015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학교를 떠나다〉를 연재하면서 그의 웹툰 인생이 시작됐다. 자퇴생의 하루를 소소하게 풀어낸 이 작품에는 학교 밖 청소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이 녹아 있다. 눈앞에 놓인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고 생각을 정립해가는 과정은 기특하기까지 하다. 버선버섯은 “10대가 하는 고민을 풀어낸, 그때만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공감한 건 비단 10대만이 아니다.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 등 다양한 팬층이 생겨났다.


가장 사랑받은 에피소드는 ‘선생님의 말씀’이다. 자퇴생은 교사와 관계가 좋지 않을 거란 선입견을 해소해줬다는 평가를 받은 일화다. 내용은 이렇다. 초등학교 시절 암 판정을 받은 시인 선생님이 퇴직을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다. 교단에서 보낸 수십 년이 박스 하나에 정리되는 모습은 어린 눈에도 씁쓸하게 비쳤다. 선생님은 버선버섯에게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해서 행복한 어른이 돼라”고 하셨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서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기억이다. 버선버섯은 지금도 훌륭한 어른이 아닌, 행복한 어른이 되려는 마음을 깊이 새기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 ‘지금 이 순간’ 역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에피소드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큰 꿈만 이루려다 보니, 그 뒤에 가려진 일상 속 작은 것들을 놓치는 자신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이후 그는 여덟 시간 이상 잠자기, 잠시 제쳐뒀던 글쓰기 등 사소한 일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넣었다. 이 밖에도 아르바이트를 지원할 때 “자퇴생은 끈기가 없어서 안 돼”라며 거절한 사장님, 평일 낮에 돌아다니면 “왜 학교를 안 갔냐”는 반복되는 질문, 자퇴생이라고 밝히면 한심하게 보는 시선의 변화 등 경험담을 담아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보다 더 큰 불안한 심리 상태도 종종 묘사하고, 일상 속 자퇴생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저는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제 경우를 보고 자퇴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는 염려가 많았는데요, 저는 자퇴를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아요. 그저 ‘나는 이랬다’를 보여줄 뿐이죠. 자퇴를 해도, 자퇴를 결심했다가 학교에 돌아가도, 분명 각자가 있는 곳에서 얻는 게 있을 거예요.”


“학교에 모든 아이가 맞을 수는 없잖아요”

그는 어려서부터 학교 가는 게 싫었다. 유치원 시절부터 “유치원 가기 싫어”라고 말하면 부모는 “초등학교까지만”,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까지만”,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는 들어가자”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심정의 아이들이 체념하고 정해진 길에 발을 딛는 것과 달리 그는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었다. 그러고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 부모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만 던졌을 뿐이다.

“저는 단체 생활이 잘 맞지 않았어요. 1교시가 수학 시간이면 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도 다 같이 수학을 해야 하잖아요. 그게 답답했어요. 학교라는 시스템에 모든 아이가 맞을 수는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아이들이 느끼는 것도, 성격도 다양한데 모두가 획일적인 규칙을 따를 수 있다는 기대가 안 맞는 거죠. 더욱이 요즘 같은 세상에요!”

자퇴를 하자 학교 밖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니 세상이 고요하게 다가왔다. 매일같이 걷던 동네도 신선했다.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기쁨도 있었다. 계절 변화에도 무디고 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주변의 풍경, 공기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느껴졌다. 그는 “온전히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니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게 새삼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겐 학교를 그만둔 후 계획이 있었다. 남들보다 빨리 학위를 취득해 범죄심리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검정고시를 보고, 경찰대를 목표로 입시학원에 등록했다. 마음이 급했던 걸까, 잠시 찾았던 여유가 다시 입시의 굴레에 갇혀버린 것 같아 초조해졌다. 이 길이 맞는 건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두려웠다.

그때 그를 지켜보던 친구가 권했다. 일상 다이어리를 생활툰 형식으로 그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평소 공상을 즐기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그림은 생각도 못 해봤다. 그렇게 버선버섯이란 필명으로 자퇴생의 공개 일기를 쓰게 됐다. 부담 없이 시작했는데 〈학교를 떠나다〉가 덜컥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최연소 웹툰 작가가 됐다. 이후 그는 1년 반가량 총 60편의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20대가 되어 《이십툰》

웹툰 작가가 된 버선버섯은 남들보다 빨리 세상과 마주했다. 아직 서투르지만 크고 작은 문제를 본인의 속도에 맞춰 하나하나 해결해갔다. 그는 또래보다 먼저 경험한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를 모아 《이십툰》으로 발간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출간한 이 책은 목표액을 229% 초과 달성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아직 어리지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10대 때는 자퇴를 해서 친구들과 고민 지점이나 공감대가 달랐죠. 20대가 되니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비슷해지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분명 그 안에서 느끼는 점이 다르고 각자의 결정대로 살아가잖아요.”

어느덧 그는 스물두 살이 됐다. 매주 소재를 골몰하고 마감에 허덕이는 여느 웹툰 작가와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2년 전부터는 독립해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와 살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옷을 사고 여행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직 응석을 부려도 되는 나이인데 괜히 독립했나’ 싶다가도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면 잘했단 생각이 든단다.

5년 전 우연히 웹툰의 길에 들어선 버선버섯. 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부단히 웹툰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그림체를 만들기도 했다. 꼬박 3년이 걸렸다. 학교를 떠나기 전 원했던 범죄심리학자의 꿈은 이제 범죄 스릴러 작품을 만들며 다르게 풀어갈 생각이다. 그에겐 웹툰이란 자산이 생겼으니까. 혹자는 학교를 떠나기 전 꿈이 조각난 게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학교 밖에서 그의 꿈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웹툰 작가로서 자산을 쌓으며 버선버섯은 행복한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큰 고민 없이 시작한 웹툰처럼 ‘버선버섯’이란 필명은 정말 장난처럼 지었다. 웹툰 그리던 날 먹은 된장찌개에 버섯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하지만 웹툰 장르에 따라 ‘피멍피망’이란 필명으로도 활동하는 걸 보면 은근 만족하는 듯하다. 그는 올해 들어 아직까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간 적 없는 극단적인 ‘집순이’면서도, 쾌활하게 대화를 나누고 꺄르르 웃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웹툰 캐릭터로 자신의 모습을 대신했다.


버선버섯의 마인드컨트롤 팁

1. 걱정하지 말자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줄어들면 우울해질 수 있다. 이때가 기회다. 어차피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일. 우울함을 컨트롤할 수 있는 때로 삼자. 우울함이 길어지면 자연히 걱정도 늘어나는데 그럴 필요 없다. 앞으로의 일에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지만 자퇴생도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2. 계속 움직이자
자퇴를 하면 학교 다니는 친구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다. 학교 밖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산책, 게임, 독서 등 사소한 것도 좋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계속 몸을 움직여야 심적으로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3. 강박관념을 버리자
자퇴생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다. ‘자퇴생’ 하면 꿈에 매진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 천재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들처럼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면 마음이 더 어려워진다. 자신의 속도대로 길을 가면 된다.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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