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 저자 19세 제준

오디세이학교에서 새 길을 만나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오디세이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1년을 보내고 지금의 학교로 돌아오니 몇 가지 결핍이 느껴집니다. 학교의 배움은 제가 원하는 배움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이 꿈을 학교 밖에서 찾아보고자 자퇴를 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자퇴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제준은 자퇴를 결심하고 30여 명의 학급 친구들과 담임선생님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입학식은 거쳤지만 자퇴를 결심한 그에게 졸업식은 없을 터였다. 자퇴식이라고 이름 붙인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의 삶을 브리핑했다. 입시가 아닌, 또 다른 길을 개척해보겠다는 그에게 친구들은 박수를 보내며 그의 미래를 응원했다.

이야기는 제준의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중학교 3년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공부에 관심 없는 건 차치하더라도, 학교에선 선생님 눈을 피해 졸고,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우르르 PC방에 몰려가 게임하기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슬슬 고민이 시작됐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전에 느껴보지 못한 위기감이 찾아왔다.

그때 아버지가 오디세이학교를 권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는 입시보다 자신과 세상을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열려 있는 위탁 교육과정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오디세이학교를 선택하면 고등학교 1학년을 그곳에서 보내고, 2학년부터 일반학교로 돌아가는 전환 학년 시스템이다. 물론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받는다. 제준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였다.


입시보다 자신과 세상을 공부하는 곳

오디세이학교는 3교시로 운영된다. 9시 30분, 선생님과 학생이 간단한 근황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1교시는 10시부터, 점심시간이 지나고 1시부터 3시까지는 2교시, 3시부터 5시까지는 3교시가 진행된다. 이때 수업은 교과목 외에도 글쓰기, 자치활동, 여행, 인문학, 예체능 등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이 더해진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학생들이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다. 제준은 심리학과 인문학 수업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오디세이학교에서 1년을 보내고 일반고 2학년으로 복귀한 제준은 처음 한 달은 즐거웠다.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그러다 점차 학교가 답답해졌다. 시간마다 교과목이 바뀌고 모든 과정을 점수로 평가받는 게 힘들었다. 질문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변화가 필요한 지점들을 이야기해봤지만 그들은 이미 규율에 익숙했고, 제준은 견고한 틀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장 학교를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어요. 학교와 무엇이 안 맞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행동할 건지 스스로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먼저 자퇴를 권하셨어요. ‘인생을 현명하게 살길 바란다.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니라 너만의 길을 가서 최고가 돼라’고 하면서요.”

자퇴 고민을 털어놓자 친구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오디세이학교 친구들은 “네가 원한다면 괜찮지 않겠어?”라는 반응이 주였다. 반면 일반고 친구들은 “정신 차려” “지금 그럴 때 아니다” “인생 망하려고 그래?”와 같은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제준은 고등학교 2학년, 두 달의 학교생활을 끝으로 자퇴서를 냈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자 해방감이 몰려왔다. 부모도 “놀고 싶을 때는 놀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신나게 놀았다. 단, 독서를 권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함께 서점에 가고 독서모임에 나갔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에세이로 접근한 독서 영역은 자연스레 자기계발, 경제, 환경 등으로 확장됐다. 사고의 폭도 유연해졌다. 제준은 그해만 200권의 책을 읽었다.

“제가 글을 쓰고 싶어 하니까 아버지가 접근 방법을 달리하신 것 같아요. 그전에는 책 한 권 읽지 않던 제가 스스로 책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신 거죠. 아버지가 로드맵만 그려주시면 큰 틀에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방법이었어요.”


자퇴 후 찾아온 공황장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이 찾아왔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현실은 생각과 너무 달랐다.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불안감에 심장박동은 더 빨라지고, 답답함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공황장애였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고통스러웠지만 돌아보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죠.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평소 외향적이고 말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것에 예민하고 쉽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오죽하면 공황장애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싶었죠. 그럴수록 생각했어요. 나는 누구인지, 뭘 해야 하는지,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인지, 이런 생각이 왜 계속 이어지는지.”

제준은 떠오르는 생각을 물고 끝까지 따라가다 불완전한 ‘나’와 마주했다. 심연의 끝에 있는 나의 존재는 완벽하고 온전함을 추구하면서 자신을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모습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심해질수록 균열이 드러나 공황장애로 찾아온 것이었다. 제준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했다. 실체 없는 두려움이 진짜가 아니라는 연습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예전에는 공황장애 밑에서 당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위에서 공황을 조정하고 있다”라고 말할 만큼 강해졌다.

지난해 제준은 자퇴 후 보낸 시간을 글로 정리해 《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를 펴냈다. 누군가 그의 책을 읽고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2년 전 “인생 망하려고 그래?”라고 자퇴를 만류하던 친구들도 이제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제준은 다른 친구들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른에 입문하고 있을 뿐이었다.

놀기 좋아하던 아이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이 됐다. 그의 학력은 여전히 ‘중졸’이지만 그게 자신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말하는 여유도 생겼다. 지금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괜찮다. 필요하면 그때 가서 생각할 참이다. 공황장애로 1년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걱정을 했지만 결국 현실로 이어진 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살고 싶어요. 글을 쓰고 노래를 듣는 것,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이 모두 행복해요. 남들이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또 한 가지 꿈은 제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세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는 거예요. 스물다섯 살에 재단을 만드는 게 목표인데, 사업으로 자금을 모을 생각이에요. 안 되면요? 그때 가서 생각하죠, 뭐.”



제준의 자퇴 후 시간 활용법

1. 빈 시간 만들기
자퇴하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소중한 것을 놓치기 쉬운데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통해 나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자. 빈 시간은 평소와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내게 오는 시간이다.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2. 혼자 여행 떠나기
여행을 떠나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은 더 많은 일들과 마주한다. 불확실함이라는 선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추억을 쌓으며 이전과는 다른 꿈들을 꾸게 된다. 새로운 추억, 친구, 세상은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

3. 독서하기
(‘아재’ 같지만) 독서는 대화다. 한 사람의 깊은 인생을 볼 수 있는 수단이다. 책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관점을 새롭게 바꾸고, 인생에 필요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서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나고, 더 나은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정현지)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팀 페리스)는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길을 내딛게 도와준 책이다.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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