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책방의 인기 선생님 14세 신민주

동물원을 탈출한 호랑이처럼…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서울 선릉로에 있는 최인아책방에서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수업이 열린다. 14세 교사와 50대 학생이 1:1로 진행하는 수업. 교사는 학교 대신 책방과 책에서 세상을 배우는 신민주, 학생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다. 이 독특한 수업의 이름은 ‘신민주의 민주적 대화’. 애초 김호 대표는 신민주에게 수업을 제안하면서 이런 기획안을 썼다.

“민주적 대화는 최인아책방에서 열리는 선생 신민주와 학생 김호가 하는 대화 실험이다. ‘생각의 숲’에는 유명한 사상가와 학자, 전문가라는 커다란 나무도 있지만, 서로 다른 시선(아직은 작은 나무)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다. 신민주와 김호 학생은 많이 다르다. 나이 차도, 성격도, 경험의 질과 양도, 독서의 스펙트럼도. 선생님이 훨씬 더 젊다는 것과 풍부한 독서 능력을 가졌다는 점!”

수업 방식은 간단하다. 선생 신민주가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선정하면, 학생 김호 대표가 읽어 온다. 그리고 약 두 시간 동안 해당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비율은 8:2. 선생 민주의 분량이 8이다. 그동안 헤로도토스의 《헤로도토스 역사》,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등을 다뤘고, 다음 수업에서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로 진행할 예정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 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수업해요. 제가 대표님께 과외해주는 수업인데, 하다 보니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아요. 대표님도 저 덕분에 그동안 안 읽은 책을 읽게 됐다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수업시간에는 책과 연관된 제 생각을 말해요. 해보고 싶은 일, 바꾸고 싶은 부분을 주로 얘기하는데, 부모님과 가족 빼고 이런 제 생각을 가장 먼저 들어주시는 어른이죠. 감사해요.”

만 열네 살 신민주. 원래대로라면 중2 나이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그는 홈스쿨링을 택했다.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심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학교가 아닌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안 순간 가슴이 뛰었고, 그 길을 가보고 싶다고 일찌감치 마음을 정했다. 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중학교를 아예 가지 않는 선택을 하기란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쉽지 않다. 그 길을 가보지 않은 어른들은 자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니?” “불안하지 않니?”라고 캐묻지만, 민주 입장에서는 그런 질문들이 오히려 이상하다.

“왜 똑같이 학교를 가야 하는지가 더 궁금해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이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초원에서 얼마나 뛰어놀고 싶겠어요. 맘껏 놀아야 하는데, 동물원에 갇혀서 생기를 잃어가는 호랑이를 보면서 학원 공부에 치인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호랑이나 학교의 아이들이나 잘 짜인 환경에서 점점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어린이 책읽기’ 인기 선생님

민주는 독서광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어머니가 목이 터져라 책을 읽어줬고, 초등학교 입학 이후 무섭게 동서고전을 섭렵해나갔다. 박물관과 도서관을 수시로 다니며 열린 공부를 했고, 다양한 독서클럽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민주가 참여하는 독서클럽의 멤버들은 거의 다 성인이다. 그가 홈스쿨링을 하면서 지난 1년간 읽은 독서 리스트를 보자.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앨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과학》, 안현배 《안현배의 예술수업》, 프란스 드 발 《침팬지 폴리틱스》,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김한민 《아무튼 비건》,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지난 1년은 책을 많이 못 읽었어요. 홈스쿨링 초반에는 생활 패턴이 잘 안 잡혀서 힘들었고, 6개월 후부터는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니콜라이 고골의 《감찰관》이에요. 사회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의 러시아 희곡인데요, 다른 러시아 책처럼 어렵지 않고 되게 재밌어요.”

민주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최인아책방에서 책읽기 수업도 진행한다. 수업 목적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주 1회 진행하는 수업에서 민주는 책방의 인기 강사로 자리 잡았다. 책 읽기 수업에서 민주는 선생님보다 언니, 누나의 역할을 자처한다.

“최근엔 삼국시대 역사 수업을 하고 있어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하려 노력해요. 삼국의 문화를 다룬 첫 달은 다 같이 무덤을 만들어보기도 했고요. 둘째 달은 한강을 둘러싼 삼국의 전쟁 이야기라서 전쟁을 게임식으로 꾸며보려고 해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잠시 중단됐지만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가고 싶어요”

민주는 요즘 검정고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중졸검정고시, 내년에 고졸검정고시 패스가 목표다. 이후에는 자신의 관심사, 공부법과 잘 맞는 외국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한다. 미국과 영국 학교를 알아보고 있는데, 진학 목표 대학도, 앞으로의 꿈도 조금씩 바뀐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세인트존스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학과와 전공의 경계가 없이 주어진 독서목록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 방식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영국 대학에 관심이 쏠려요. 꿈이 좀 큰데요, 옥스퍼드대학에 가고 싶어요. 정치외교와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고요.”

민주에게 홈스쿨링 현실화의 일등공신은 부모다. 두 분 다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단다”라며 민주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줬다. 홈스쿨링 내내 엄마는 민주의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세 끼 따스한 밥을 차려내면서 성장기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서 공부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민주는 “저는 괜찮은데, 엄마가 힘드시죠”라고 입버릇처럼 답한다. 하루 다섯 시간 집중 공부 시간이면 엄마도 식탁에 민주와 마주 앉는다. 딸은 검정고시 공부를, 엄마는 책을 읽는다. 서로 자꾸 말을 걸게 돼서 중간에 칸막이를 세워뒀다고 한다.

중졸검정고시를 패스하면 민주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10대를 위한 인터뷰를 하는 것. 10대가 10대를 대상으로 인터뷰해서, 그 글이 10대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어른들에게 가 닿길 원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미숙하고 어리다고 여겨요.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저마다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어른들을 위한 나라 같아요. 국회의원만 봐도 50대 중년 남자들로 뭉쳐 있잖아요. ‘인심 썼다,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해도 20대까지인 것 같아요. 10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친구든, 평범한 학생이든 저마다의 목소리를 담아보고 싶어요.”



홈스쿨링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신민주의 세 가지 질문

1. 미친 듯이 열심히 할 자신이 있나요?
홈스쿨링은 해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굳은 결심으로 체계적인 과정을 성실히 실천해나가지 않으면 망할 수 있어요. 무엇이든 정말 열심히, 미친 듯이 할 자신이 있는 친구라면 홈스쿨링을 추천합니다. 그게 예술이든, 학교 교육이든, 독서든 말이에요.

2. 다양한 도전을 할 용기가 있나요?
단순히 공교육이 싫어서, 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 홈스쿨링을 하고 싶다면 반대예요. 자신이 꼭 하고 싶은 분야를 찾지 못했다면, 홈스쿨링은 실패할 확률이 크답니다. 홈스쿨링을 준비하고 있다면 먼저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하다 보면 나한테 맞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걸 찾았다면 홈스쿨링을 위한 절반의 준비는 끝!

3. 친구 폭이 좁아져도 괜찮아요?
학교를 그만두면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확 줄어요. 편하게 연락 주고받는 친구들이 반 이상, 아니 그 이상 뚝 떨어져 나간답니다. 그러면 외로움과 허전함이 몰려오죠. 그걸 참을 자신이 있나요? 하지만 의외의 장점도 있어요. 진정한 친구, 평생 남을 친구가 가려지거든요.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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