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밤수지맨드라미

섬 속의 섬, 우도 책방

일몰 전에 배가 끊기는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 이곳에 독립출판물과 그림, 여행, 여성, 채식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로 빼곡한 책방 ‘밤수지맨드라미’가 있다. 이밤수지·맨드라미최(필명) 부부가 뚝딱뚝딱 손으로 꾸민 공간에는 책은 기본, 제주를 추억할 굿즈로 가득하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제주 바다에 사는 멸종 위기종의 산호초. 사람들이 책을 찾지 않으면 서점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잊혀가는 것들을 기억하고 지키자는 의미로 이름 지었다.

제주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530 | 인스타그램 bamsuzymandramy.bookstore | 10:00~18:00(비정기 휴무)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책을 읽게 되는 묘한 공간. 창밖으론 세찬 바닷바람에 파도가 넘실거리는데, 녹슨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시에 시공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바다에서 주워온 부표로 꾸민 낡은 문화공간 ‘밤수지맨드라미’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책을 많이 안 읽잖아요. 책을 사서 읽게 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책방을 열었어요.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호기심에 들어와 책을 볼 수 있도록, 책을 삶과 더 가까이 두고 싶은 거죠. 제주에서도 우도는 특히 관광지다 보니 카페나 식당은 많은데 문화공간이 부족해요. ‘누가 책방 하나 안 내주나?’ 생각하다 제가 필요해서 열었어요.”

부부가 우도에 들어온 건 결혼 직후인 2014년 봄. 캠핑을 좋아하는 부부는 전국을 떠돌며 사는 삶을 꿈꿨다. 그러던 중 어느 초가을 제주에서 보낸 기억이 오랜 여운으로 남아 제주행을 택했다. 신혼집으로 막연히 제주도를 생각했지만 제주 안에서도 20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속의 섬, 우도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적은 예산에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고 고르다 여기까지 왔다. 이왕 서울을 떠난 김에 아예 외딴곳에서 살아보자는 생각에 제주도 ‘우도살이’를 결심했다.

직장 생활 10년.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본격 시골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쉬엄쉬엄하자 했던 집 공사만 3년이 걸렸다. 집이 완성되고 책방을 열기까지도 또 몇 달. 2017년 여름, 바닷가 바로 앞에 책방 밤수지맨드라미를 열었다.


책 헤는 밤


낮은 천장, 사람 눈높이에 난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낮은 조도의 조명이 불 밝힌 책방.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공간에는 베스트셀러 대신 독립서적이나 드로잉북, 그림책, 채식, 젠더 관련 책 등 쉽게 구하기 힘든 책들이 메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간의 아트 디렉팅은 남편이, 책방 본연의 색을 좌우할 북 큐레이팅은 아내가 맡았다.

부부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꾼다. 지난해 11월에는 ‘책 읽는 밤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예술가와 함께하는 심야 책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일 동안 열린 행사에는 그림작가 황정원과 1인 출판사 북노마드의 윤동희 대표, 가수 요조 등이 각각 하루씩 맡아 공간을 채웠다. 책방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후로도 인디 가수나 사진작가가 참여하는 소소한 공연과 전시가 이어졌다. “재밌는 작당이 자꾸 떠오른다”며 부부가 활짝 웃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해요. 흐름에 귀가 밝아야 하고요. 고여 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려 해요. 안으로도 더 단단해지는, 문화 창고로의 확장을 꿈꿉니다.”

애써 무얼 하지 않고, 조용히 스며드는 삶. 스스로의 소신을 지키되, 세상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는 삶. 부부가 ‘제주 섬살이’를 지켜온 철학이다.
  •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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