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제주살롱

광고쟁이가 꾸린 ‘나다운 공간’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사방이 오름(기생화산)으로 둘러싸인 제주 송당리 작은 마을에 서점과 북카페, 북스테이를 겸한 ‘제주살롱’이 있다. 복잡한 서울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꿔온 주인장 이재호 씨가 아내와 함께 구상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책을 매개로 한 ‘살롱’이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식과 삶을 바라보는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2길 7-1 | 인스타그램 jejusalon | 11:00~18:00(수·목 휴무)
“우리는 소진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삶을 풍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학과 예술이 필요합니다. 책 한 권을 팔아도 누군가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해요.”

평소 책 읽기를 즐기는 이재호 제주살롱 대표. 그에게 인문학과 예술은 선망과 위로의 대상이었다. 오랜 기간 광고업에 종사하며 피폐해진 몸과 정신을 책과 음악, 영화로 채워나갔다.

“‘나를 찾는 과정’을 다루는 인문학 책을 읽다 보니 현실의 나와 자꾸 충돌했어요. ‘이 길이 진정 내가 찾던 길인가’ 고민했죠.”

마흔 중반, 직장에 올인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인 순간. 더 이상 각박한 도시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모두 접고 아내와 함께 제주살이를 결심했다. 이후 3년간 위치 선정부터 공간 조성에 세세하게 공들이다 2018년 6월 제주살롱의 문을 열었다.

이 대표가 공간에 ‘살롱’이라 이름 붙인 건, 책이나 커피를 사고파는 이상의 교류를 이끌어내고픈 바람에서다.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철학을 나눌 공간으로 책방을 키워가고 싶었다.


3층 다락방에서 북스테이를


제주에서도 한적한 중산간 마을 송당리.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3층짜리 하얀 집 제주살롱이 있다. 부부는 1층에 서점을 겸한 북카페를, 2층에 부부의 살림 공간을 뒀다. 또 3층 다락방에는 북스테이를 만들어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인문예술 서점을 표방하는 공간이지만, 주인장은 책의 콘텐츠에 더 집중한다. 책은 단순하게 읽는 게 아니라 생활로, 삶으로 끄집어내야 한다는 철학에서다.

“독서는 각자 읽는 행위지만, 그걸 다시 말로 뱉어내다 보면 새로운 시선이 생겨납니다. 이 책이 내 삶과 어떤 연관이 있고, 타인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는 과정은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교류해야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의 힘이 커집니다.”

이를 위해 비정기적으로 북살롱을 열고 있다. 북살롱은 예술가와 문인을 선정해 작가의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거장 에곤 실레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나 백석 시인, 헤르만 헤세 등 문화인들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북살롱에는 소설가 정여울, 박민정, 박연준 시인 등이 참여했다. 이 대표는 “바쁜 현대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제대로 바라볼 줄 모른다”고 말한다.

“자기가 원한다고 생각한 삶이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삶은 아니었는지요. 나답지 않은 모습을 나로 알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나답지 않은 모습을 버리는 과정,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그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인문예술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을 나누고 바라보길 원한다. 이를 위해 창작 클래스나 북 다이닝(책거리) 등을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각자의 삶의 의미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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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차윤철   ( 2020-03-24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1
축하합니다. 부럽습니다. 책 읽기를 통한 인생공부에 큰공감입니다. yoonccha@gmail.com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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