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카카오패밀리 김정아·이인욱 부부

제주도 작은 마을에서 자라는 카카오의 꿈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카카오패밀리는 제주도 구좌읍 세화리에 문을 연 카카오 전문점이다. 초콜릿의 원재료가 되는 카카오를 원산지 과테말라에서 직접 들여와 카카오닙스나 캐러멜, 라떼 등으로 각종 카카오 제품을 만들어 판다. 카카오패밀리의 주인장은 오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정아・이인욱 씨 부부.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마야인의 전통 음식인 카카오를 알리는 게 이들의 목표다.
초콜릿 가게, 하면 상상하는 그림이 있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천장에는 고급스러운 샹들리에, 온통 금빛 번쩍번쩍한 세련된 공간 말이다. 제주도 북동부의 작은 마을 세화리에서 카카오를 파는 카카오패밀리는 그 상상을 한 방에 깨부순다. 남미의 한 시골 상점에 들어온 듯 투박스러우면서도 소박한 공간, 통창으로 따사로운 봄볕이 새어 들어오는 가게에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카카오나무 사진이 가득하다.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에는 마야식 전통 맷돌을 비롯해 카카오 열매, 카카오 씨앗 등 갖가지 카카오 제품이 쌓여 있다. 벽에는 카카오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초콜릿 가게라기보다 박물관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딸랑’ 종소리를 내며 문을 열자, 카카오패밀리의 ‘콩장’, 김정아 대표가 제주 바다를 닮은 쪽빛 치마를 입고 손님을 반긴다.

“카카오는 고대 마야의 전통 식자재입니다. 우리는 카카오 하면 초콜릿을 떠올리고, 초콜릿 하면 벨기에나 스위스를 생각하지만, 유럽에는 카카오 열매가 자라지 않아요. 유럽에 카카오를 전해준 이는 마야인들이에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탐험하던 중 온두라스에서 카카오 열매를 처음 봤죠. 교역을 위해 온 콜럼버스에게 마야 원주민들은 황금이 아닌 ‘카카오’를 줬다고 해요. 마야에서 카카오는 전사들의 음식이었어요. 힘이 나게 하죠. 그게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왕실이나 귀족들의 디저트로 변모했어요.”(김정아)


긴 타원형의 카카오 열매를 가로로 반을 뚝 자르니 귤 모양으로 씨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세로로 길게 자르면 꼭 옥수수 같다.

“감귤나무는 가지 끝에 열매가 맺히는데, 카카오는 기둥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죠. 열매 안에는 과육 상태의 씨앗이 들어 있어요. 과육이 굉장히 달아요. 커피도 원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듯이 카카오도 나라별 품종별로 모양과 맛이 다릅니다.”(이인욱)

카카오 원산지는 마야 문명의 발상지와 루트를 같이한다. 에콰도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이곳은 커피가 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해발 300~800m 지역에서 재배되고, 그보다 높은 곳에서는 커피가 난다고 한다. 카카오패밀리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 열매를 중남미에서 직접 들여와 한국에 소개한다.

부인 김정아 대표가 매장을 관리 운영하며 카카오를 이용한 요리법을 개발하고 카카오를 콘텐츠화하는 데 공들인다면, 남편 이인욱 이사는 카카오의 역사와 효능, 활용법을 연구한다. 또 현지에서 좋은 카카오를 들여오거나 현지 농장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플루티스트 아내, 대기업 출신 남편


부부가 제주도에 카카오패밀리의 문을 연 지 3년 차. 이들은 10년 전 과테말라에 살면서 카카오 열매를 처음 마주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정아 대표는 1987년 시골 음악 목회를 계획한 부모를 따라 제주도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하고 제주시립교향악단에 들어가 상임 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인욱 이사는 LG전자와 미국계 반도체 회사에 다니던 중 사업에 뜻을 품고 해외 이주를 결심했다. 마침 과테말라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부모님이 이들 부부를 불러들였다. 그곳에서 한국 NGO 단체의 파송 선교사로, 공정무역 커피 담당자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카카오나무를 접하게 됐다.

“당시에는 집에서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지 몰랐어요. 현지에서 원주민들이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데 맛은 쓰고 모양이 거칠고 투박해서 유럽인들에게 배워서 만든 줄 알았죠.”(이인욱)

이들이 살다온 과테말라가 카카오의 시작이자, 카카오를 전통 식자재로 사용했던 마야인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인지를 안 건 2012년 제주도로 돌아온 이후다. 귀국해서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 정착한 부부는 ‘바람 공장’이라는 교육회사를 설립해 커피와 카카오, 설탕을 테마로 한 직업 교육을 시작했고, 카카오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카카오는 디저트가 아닌 식자재


카카오패밀리는 카카오에 관한 기술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카카오 문화를 알리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김정아 대표는 ‘푸드테크 기업’이라 명명한 이유에 대해 “카카오가 단순히 간식의 재료가 아닌 이로운 먹거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라고 힘줘 말했다.

“카카오는 건강한 먹거리입니다. 피를 맑게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심혈관 질환에 도움을 준다고 해요. 또 체지방 분해 능력이 뛰어난 카테킨 성분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고요. 카카오솔트, 카카오슈가, 카카오티, 카카오닙스 등 원물의 성질만 알면 카카오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많아요. 최근에는 한의원에서 아이들 영양제를 만드는 데 카카오를 넣어보고 싶다고 연락 왔어요. 해외에서는 카카오의 효능에 대한 보고서와 특허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유럽의 디저트가 아닌, 마야 전통 식자재로서 카카오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소셜 다이닝을 열고 매달 카카오로 만든 30여 가지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씩, 카카오로 만든 열여섯 가지 음식을 먹으며 카카오의 역사와 문화를 주고받는 시간이죠. 카카오치즈나 카카오치즈로 만든 카카오피자, 카카오수프, 카카오멜젓소스 등을 선보입니다. 전문 셰프의 도움을 받아 개발했죠.”

카카오로 만든 음식이 달 거라 생각하면 착각. 씁쓸한 맛이 강하다. 이 씁쓸한 맛이 원재료의 풍미를 더한다.

“카카오로 음식을 만들어 보니 카카오의 맛이 부각되기보다는 다른 식자재의 풍미를 살리더라고요. 카카오버터 덕분이죠. 우리 기업도 카카오처럼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로부터 시작해 마을로, 제주의 작은 마을이 제주도로, 제주도가 한국을, 한국이 세계를…. 제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마야인의 카카오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이요.”


“제주 매장에서만 팔아요”


부부는 ‘왜 우리가 대한민국 변방인 제주도, 제주도에서도 변방인 구좌읍 세화리에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매해 그 해답을 찾으며 카카오패밀리도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시골에서 함께할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카카오패밀리의 슬로건은 ‘농민과 생산자, 소비자 우리 모두 한 가족’이에요. 생산자인 카카오패밀리와 농민이 함께 성장해야 하고, 이 둘의 성장이 곧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죠. 우리와 협력하는 것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개념이에요. 그래서 이들을 진정한 ‘패밀리’라 부를 수 있죠.”

실제로 이들 부부는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근방의 사업가들을 모으고 있다. 마을에서 6차 산업을 이뤄보자는 소박하고도 원대한 꿈에서다. 김정아 대표는 ‘성공적인 6차 산업이 뭘까’ 자문하고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자답한다.

“6차 산업이라고 해서 제가 직접 농사지을 필요는 없어요. 카카오캐러멜에 유지방 생크림이 들어가는데, 인근 목장에서 난 원유만 써요. 제주 목장의 젖소를 ‘패밀리’로 영입한 거죠. 지역에서 난 원유로 만든 캐러멜은 ‘프리미엄’이라 이름 붙이고 제주도 매장에서만 팔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제주도로 찾아오죠. 제주도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좋은 농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6차 산업의 성공 요건은 상품이 전부가 아니에요. 지역 생산과 지역 소비, 이것이 진정 성공적인 6차 산업이 아닐까요.”

김 대표의 시선은 항상 ‘남들과 다른 길’에 있다.

“어려서부터 새로운 것, 현대적이고 세련된 것, 앞서 나가는 것은 모두 도시에 있었어요. 그게 과연 바람직하고 건강한 방향일까요? 저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라며 자연의 결을 느끼고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웠어요. 진짜 건강한 정신은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다수가 좇는 길과 반대 방향에서,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길. 김정아 대표가 말하는 ‘제주살이’의 참모습이다.
  •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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