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한낮의 여행자들

제게는 열 개의 버킷리스트가 있는데요, 그중 두 개가 여행과 관련된 것입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바오밥나무 보기,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여름 오로라 보기. 그 두 곳의 가장 근사한 사진을 즐겨찾기 화면에 두고, 속이 시끄러울 때마다 꺼내 봅니다. 그러면 지끈지끈한 두통이 가시면서 희미한 행복감이 피어오르곤 합니다. 일종의 도피이지요.

“풀리지 않을 때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는 김영하 작가(《여행의 이유》)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많습니다. 여기에서 ‘도피’는 무책임하거나 비겁한 도망과는 다릅니다. ‘관점의 이동’에 가깝습니다. 정면으로 부딪힐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선을 옮기면 오히려 명료해지는 순간이 있지 않나요.

여행이란 그런 것이지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루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합니다. 잊으면 안 되지만 잊고 사는 것들, 잃으면 안 되지만 잃어가는 것들을 소환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여행자들은 어느 정도 철학자입니다.

이번 달 《topclass》가 만난 여섯 명의 여행 고수들도 그렇습니다. 20~30대 청춘인데도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이 분명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방향의 삶을 추구하고, 그런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가 분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생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이들이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의 행복을 찍는 강재현 사진작가는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기 위해 공정여행단을 이끄는 여행가가 됐고, 상위 1% 블로거이자 여행 크리에이터 김은지는 여행하는 삶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환상을 걷어낸 직업 여행인으로서의 치열함을요. 과정의 여행담을 담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트래블러〉 최창수 PD는 알고 보니 스물다섯 살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1년 5개월간 지구별 곳곳을 유목민처럼 누볐더군요. 20대의 배낭여행가 안시내는 여행을 통해 어리고 여렸던 자신의 틀을 깨고 세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법을 배웠고요.

연남동 여행 책방 ‘사이에’를 운영하는 조미숙 대표의 이야기는 결이 좀 다릅니다. 여행 고수들의 고수라고 할까요. 여행지의 숨은 매력을 잘 아는 작가를 발굴해 소규모의 내밀한 여행 상품을 꾸립니다. 여행 스타트업의 신화가 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야말로 여행의 고수입니다. 진짜 여행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분석해 그런 여행을 실현해주는 여행 플랫폼으로 대박 났으니 말입니다.

스페셜 이슈의 제목을 ‘여행의 고수들’이라고 다소 밋밋하게 내세웠습니다만, 애초 기획회의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제목은 ‘한낮의 여행자들’이었습니다. ‘한낮’은 중의적 표현입니다. ‘시간’과 ‘온도’의 의미를 담은. 한낮은 정중앙입니다. 가장 뜨거운 시기이고요. 바로 청춘이지요. 떠나본 사람들은 압니다. 청춘의 여행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그 방황과 탐색의 시간들이 자신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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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삿갓   ( 2020-02-11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옐로나이프의 여름 오로라. 그것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름엔 보기 어렵습니다. 전 3월 초에 옐로나이프 가서 4박을 했는데 오로라 보지 못했습니다. 이후 화이트호스에 가서 3박을 했지만 역시 실패했습니다.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날짜별로 오로라 세기 통계내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것 믿지 마십시오. 엉터리입니다. 오로라 생각만큼 보기 쉽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아야 합니다. 저 고도 구름이 시야를 막으니까요. 그나마 확률을 높이려면 추울 때 가야 합니다. 캐나다의 경우 화이트호스보다 위도가 높은 옐로나이프가 확률이 높습니다. 옐로나이프보다는 차라리 더 위도가 높은 알래스카가 낫지 않을까 싶군요.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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