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고수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밀레니얼을 위한 진짜 여행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6년 만의 재회였다. ‘마이리얼트립(myrealtrip)’은 2012년 이동건 대표가 대학 동기와 단돈 1000만 원으로 설립한 여행 스타트업이다. 《topclass》 2014년 3월호는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인 마이리얼트립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예상은 적중했다. 직원 두 명의 스타트업은 어느새 110여 명 규모로 커졌다.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마이리얼트립은 거래액 기준 2017년 470억 원, 2018년 1250억 원, 2019년 3600억 원을 기록해 매년 세 배씩 성장해왔다. 2020년 목표 거래액도 지난해 대비 세 배인 1조 원이다.

마이리얼트립은 무엇보다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꿈을 이뤘다. 과거 여행의 대세는 깃발을 따라 그룹 단위로 박물관을 구경하고, 버스에 올라 식당으로 우르르 이동하던 패키지투어였다. 이 대표는 여행보다 관광에 가까운 기존 여행 서비스를 ‘진짜 여행’으로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이리얼트립의 강점인 가이드 투어와 액티비티(체험·레저)를 통해서다. 이제 자유여행을 가서 이탈리아 가정식을 만들어 먹고, 파리 골목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대만 예스진지 버스 투어를 혼자서도 즐기는 여행이 가능해졌다. 원하지 않는 박물관은 갈 필요가 없어졌다.

마이리얼트립 앱 캡처 화면
이 대표가 여행 서비스를 시작한 건 벤처 투자회사로부터 여행 사업을 제안받으면서다. 투자사는 여행 산업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데 반해 전통 여행사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대학교 3학년 때 한 차례 창업 실패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먼저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기존 여행사에 대한 불만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가장 큰 불만은 현지 일정에 있었다. 여행지에서 왜 이런 식당을 가는지, 박물관은 왜 두 시간이나 가야 하는지, 교통수단을 변경할 순 없는지 등등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전통 여행사는 현지 일정을 외주로 돌릴 만큼 관심이 낮았고, 돈이 되는 항공에 열을 올리기 바빴다. 이 대표 눈에는 여행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틈새로 보였다.

독일 교환학생 시절, ‘베를린 포스트’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이 대표는 그곳에 현지 가이드 모집 광고를 올렸다. 독일을 잘 아는 교포 3세, 공강을 이용한 박사과정 유학생, 다른 패키지투어 가이드 등이 지원했다. 여세를 몰아 프랑스의 ‘프랑스 존’, 영국의 ‘04UK’ 등을 활용해 유럽 가이드 투어의 기반을 다졌다. 온라인 광고, 현지 설명회로 모집 창구도 다양화했다. 몇몇 가이드 투어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입소문을 탔다. 전업으로 활동하는 교민도 늘어났다.


세계 710개 도시, 소속 가이드 3200팀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가이드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객과의 일대일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 마이리얼트립
현재 마이리얼트립에는 세계 710개 도시, 3200팀의 가이드가 소속돼 있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사보다 여행 중개 플랫폼에 가깝다”고 했다. 가령 파리에서 유학하는 미술 전공자가 에펠탑에서 그림 그리는 피크닉, LA에서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와 함께하는 야구 관람, 세계 명문대 재학생들이 캠퍼스를 구경시켜주는 투어는 모두 가이드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프로그램들이다. 이 과정에서 가이드 개인은 브랜드화됐고, 가이드가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평가받으니 스스로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 이는 프로그램 이용률로 이어지며 여행의 품질도 높였다. 여행객은 자유여행을 하면서 경험하고 싶은 일정만 취향대로 골라 담을 수 있고, 마이리얼트립은 가이드와 여행객을 이어주고 수수료를 받을 뿐이었다.

가이드 투어의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마냥 저렴하진 않다. 인기 상품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를 예로 들면 가격대는 4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다양하다. 4만 원짜리 상품에 여행자가 몰릴 것 같지만 이 대표의 설명은 다르다.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가이드가 가우디투어를 한다면 여행객은 기꺼이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취향을 중요시하고 경험 소비에 관대해지는 트렌드가 흐르고 있다. 7만 원짜리 특가 항공편으로 홍콩에 가도 15만 원짜리 식사비용은 아끼지 않는 패턴이 나온다.

“여행자들이 100원 단위로 비교하며 최저가만 선호한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100원 단위로 비교하는 건 맞아요. 가령 A 항공사 티켓은 어디서 예매하든 똑같은 품질이니까 100원 단위로 비교하겠죠. 하지만 투어는 달라요.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깊이 있는 가이드에게 안내를 받고 싶을 수 있어요. 경험에 투자하기 때문이죠.”


몽마르트르 그 카페 가봤어?

2012년 두 명이 시작한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직원 11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이동건 대표(윗줄 오른쪽 세 번째)와 직원들 모습.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 여행의 포인트도 달라졌다. 마이리얼트립 이용자를 보면 같은 지역을 재방문하는 패턴도 늘고 있다. 홍콩에 처음 간다면 남들이 가는 곳을 찾겠지만, 두 번째 여행부터는 다르다. 밀크티 맛집, 야시장 쇼핑 등 개인의 취향에 집중해서 코스를 정한다. “파리 다녀왔어”라고 했을 때 과거에는 “좋았어?” “부럽다”의 반응이었다면 요즘은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그 카페 가봤어?” “에펠탑 뒷골목에서 파는 빵 먹어봤어?”라는 답변이 나오는 것처럼 세분화된 취향이 반영돼 있다. 이 대표는 “진짜 여행은 개인화된 여행”이라며 “다르게 표현하면 내 취향을 녹인 것”이라고 했다. 진짜 여행객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여행 경험을 추구하는 요구가 더욱 많아진다는 의미다.

“현재 항공·숙소를 제외한 마이리얼트립의 투어와 액티비티는 2만 660개예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저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5만 개까지 확장할 겁니다. 무리한 계획 같다고요? 런던에서 하는 뮤지컬만 해도 무수히 많은데 저희 플랫폼에 다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 개념을 레스토랑 메뉴, 버스 투어 등에 세분화해 적용하면 엄청나게 늘겠죠. 경험에는 끝이 없잖아요.”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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