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고수들

김은지 여행작가·크리에이터

1분 만에 완판시키는 상위 1% 여행 인플루언서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제공 : 김은지 

1. 이제까지 총 ( 33 )개국 ( 87 )개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2. 나를 변화시킨 여행지는 어디며, 이유는요?
베트남 하노이. 첫 해외여행이자 출장이었어요. 첫 해외여행을 추억하고자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직업으로 데려다주었네요.

3. 여행이 고플 때는 언제인가요?
다른 사람들의 여행 사진을 볼 때.

4. 길을 잃었을 때 어떤 마음인가요?
길을 잃으니 이런 것도 볼 수 있네?

5. 여행 관련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요.
김영하 작가 《여행의 이유》.

6. 당신에게 여행이란?
내 20대의 전부.
닉네임 ‘허니블링’으로 활동하는 김은지 여행작가의 콘텐츠를 보면 백조가 떠오른다. 수면 위로는 유유자적 평화롭지만, 수면 아래서는 한시도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이는 백조. 여행하는 직업인이란 농부와 닮아 있다. 농사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골 내려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제대로 농부가 돼본 사람은 안다. 시골과 자연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노동이라는 고달픔의 무게를.

여행도 그렇다. 사람들은 쉽게 선망하면서 부러워한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돈까지 버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여행하는 직업인의 삶 또한 간단치 않다. 선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치열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은지 작가는 그 치열한 무대에서 인플루언서로 영향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하는 일도 많다. 여행사 직원, 여행 인솔자, 여행 광고 모델, 여행 앱 에디터, 게다가 여행 크리에이터에 여행 작가까지. 어릴 적부터 여행하는 직업을 꿈꿔 항공관광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여행사에 들어가 5년 동안 차곡차곡 전문성을 쌓아왔기에 가능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부지런한 여행자 김은지 작가의 삶을 만나본다.


인터뷰 일정을 논의하다 보니 빡빡하더군요.
어떤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요.



“감사하게도 연말 연초에 일복이 터졌어요. 1월에는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으로 광주 여행을 다녀오고 광고 촬영으로 사이판, 그리고 허니블링투어로 라오스를 갑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란 업체와 콜라보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가장 큰 수익이 나는 부분이에요. 또 제가 여행 크리에이터로도 활동을 하다 보니 여행 영상 모델로 출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사이판은 여행사의 모객 활동을 위한 영상 제작 모델로 가는 거고요, 허니블링투어는 모두투어에서 ‘컨셉투어’라고 해서 인플루언서와 함께 여행하는 상품으로, 구독자분들과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컨셉투어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라오스는 두 번째로 진행한 허니블링투어인데요, 1·2차 모두 상품 모집 공고 후 1분 만에 마감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이라는 테마로 작가 외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루트로 일할 수 있는 점이 이 직업의 최고 장점 같습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려면 자신만의 분명한 일의 원칙이나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 점점 원칙과 기준을 세워나가고 있어요. 우선 매일 밤 다음 날 일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그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체크리스트를 만듭니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나면 체크하고 바로 다음 일정을 시작해요. 이렇게 정리해두면 까먹지 않고 모든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의 원칙 중 하나는 ‘꾸준함’입니다. 하루 쉬다 보면 나태해질 수 있죠.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닌 이상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이나 자기계발을 하고 있어요.”


여행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혹은 배워야 할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정말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보는 것이에요. 저는 사진 촬영부터 보정, 편집까지 모두 인터넷을 보면서 배웠어요. 처음엔 미숙하더라도 계속해서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더라고요. 그러면서 콘텐츠가 쌓이고, 콘텐츠를 발행하면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고, 피드백을 받다 보니 내 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감이 점점 잡히는 것 같았어요.”


많은 이들이 ‘여행으로 먹고살기’를 꿈꾸지만 실제로 여행으로 먹고사는 분들은 많지 않죠.
이를 위해 필요한 자세나 자질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세 가지라고 봐요. 꾸준함, 기획력, 제작력. 그중에서도 꾸준함이 80% 이상,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요즘 유머 삼아 하는 직장인 2대 허언이 ‘퇴사할까’ ‘유튜브 할까’라고 하죠. 그만큼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이들은 많지만, 정말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영상 한두 개 올렸놓고 생각만큼 기대한 반응이 없기 때문이죠.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고, 콘텐츠가 쌓여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준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기획력인데,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무엇보다 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해요. 많은 크리에이터 중 살아남기 위해선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그 매력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제작력. 영상을 지루하지 않게 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자질을 키우기 위해 다른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영상을 최대한 많이 볼 것을 추천해요. 영상을 보면서 어떤 순간에 내가 빨리감기를 눌렀는지, 어떤 섬네일을 보고 클릭했는지를 생각해보는 거죠. 영상 편집을 못해서 유튜브 시작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도 영상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해본 적은 없어요.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했죠. 요즘은 무료 강의 영상도 많으니 유튜브를 보면서 제작력도 키울 수 있을 거예요.”


걸어온 길을 보면 ‘꾸준함’과 ‘끈기’가 읽혀요.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죠?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유튜브를 연재했어요. 영상 편집하는 데 밤새우면 2일, 퇴근 후 편집하면 한 편에 7일 정도 소요되거든요. 그래서 주말에 온전히 쉰 적이 그닥 없는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면서 영상을 올리려다 보니 주로 주말에 편집을 몰아 했으니까요. 최근에는 매일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큰 목표 두 가지는 유튜브 연재 날짜를 정해 더 꾸준히 업로드하기, 바디 프로필 촬영하기입니다.”


‘잘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열심히 하는 것’ =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 =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게 되는 것.”


상위 1% 블로거로서 이 분야의 롤모델 중 한 명이 됐지만, 슬럼프와 위기도 있었을 테지요.

“그럼요. 5년간 다닌 여행사를 퇴사한 후 1년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했어요. 상위 1% 블로거라도 사실 블로그의 로직이 한순간에 변화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 없이 프리랜서 블로거로만 활동한다는 것이 불안했어요. 블로그 로직이 변하는 순간, 제 직업도 잃는 것이니까요. 또 프리랜서일 때는 수입이 불안정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오기도 했고, 스물한 살에 취업해서 5년간 월급을 받다가 프리랜서가 되니 고정수입이 없는 현실이 더 불안하게 다가왔죠.”


지금은 어때요?

“현재는 프리랜서로도 많이 찾아주시고 어느 정도 수입도 유지됩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인지, 크리에이터로 도전하는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는 아직도 고민이에요.”


수익은 어느 정도 되는지요.
어떤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시점의 바로 한 달 전, 2019년 12월 수입으로 말해볼게요. 12월에 총 여섯 루트로 수입이 들어왔는데, 12월까지 다닌 여행 앱 회사의 월급, 허니블링 유튜브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허니블링 유튜브 애드센스 수입, 담양시 홍보영상 모델, 광주문화재단 강연 수입, 인플루언서 콘텐츠 제작 수입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한 수입을 말하긴 어렵지만 대기업 임원급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매달 그렇진 않아요. 평균적으로 대기업 회사원 월급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행하는 삶을 꿈꿨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여행을 동경했습니까?

“스무 살 때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가봤어요. 형편상 갈 수 있는 사정이 안 됐죠. 그래서 생각을 바꿔 꿈꾼 것이 여행하는 직업이었어요. 내 사정으로는 갈 수 없으니 직업을 통해서나마 동경하는 해외여행을 경험해보고 싶었죠.”


‘여행 크리에이터’와 ‘여행 오퍼레이터’ 직업에 대한 소개 부탁해요.

“여행 크리에이터란 여행 콘텐츠를 스스로 기획, 촬영, 편집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와 교류하는 직업입니다. 여행에 관련된 내용을 글과 사진, 영상 등을 이용해 구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주 업무이고, 주로 1인 미디어 체제를 기반으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가장 뜨는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국내외 여행지를 소개하고, 여행 관련 앱 추천, 해외여행 준비물, 쇼핑 리스트 등 여행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행 오퍼레이터란 여행객이 국내외 여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여행 상품을 기획 개발하며, 여행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 및 알선해주는 직업입니다. 여행사 직원, 여행 상담사, 여행 상품 기획가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여행박사, 투어2000, 참좋은여행과 같은 대형 여행사뿐 아니라 지역 대리점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모두 여행 오퍼레이터라고 볼 수 있어요.”


여행으로 먹고살기. 밖에서 보는 직업과 실제 직업의 온도차가 클 것 같아요.

“‘넌 여행 가는 거잖아, 부럽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여행이 일이 되면 온전히 즐길 수 없어요. 출발할 때부터 캐리어 반은 촬영장비로 차 있고요. 남들은 공항에서 가장 설렐 텐데 크리에이터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촬영을 시작합니다. 또 여행지에서도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해요. 사람 없을 때 촬영해야 하거든요. 맛집에서도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요. 메뉴판 촬영부터 음식이 나올 때마다 촬영을 해야 해요. 남들이 노을과 야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때도 타임 랩스 촬영을 해야 하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백업하는 일로 제대로 쉬지 못해요. 출장이 보통 단거리는 4일, 장거리는 7~10일 정도인데 여행지에서 담아 와야 할 것도 많고, 해외라서 재촬영이 쉽지 않다 보니 여행 기간 내내 촬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다녀와서는 또 편집을 해야 하고요.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전 세계를 여행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찾아와요. 제가 다양하게 경험하는 걸 좋아해서 힘든 점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많습니다.”


떠나기 전과 후, 마음이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아직도 해외여행 가기 전날은 설레요. 그게 출장이더라도요. 다녀온 후엔 편집해야 해서 마음이 무겁죠.”


우리에게 왜 여행이 필요할까요?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소가 됩니다. 매일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잠들던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고 즐기는 며칠. 이 며칠의 기억과 에너지가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김은지 작가의 여행 꿀팁


1. 가기 전 최대한 알아볼 것!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내가 알아보고 간 만큼 여행지도 더 친숙하게 느껴진답니다. 또 미리 최대한 알아보고 가야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어요. 티켓만 해도 현지 구매와 사전 온라인 구매는 가격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저는 여행 가기 전 유튜브에서 여행지 관련 정보를 틈틈이 살펴봅니다.

2. (자유여행일 경우) 일정은 최대한 여유롭게!
한 번뿐인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일정은 최대한 여유롭게 세우세요. 낯선 곳에선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데, 빡빡하게 일정을 세우면 실행하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클 수 있으니까요. 최대한 여유롭게 세운 일정에 우연히 하나를 더 발견했을 때의 큰 행복감을 느껴보세요.

3. 여행 계획 세울 시간이 부족하고, 경비도 아끼고 싶다면?
패키지여행 추천해요!

20대 친구들 중에는 패키지여행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패키지여행은 연령대 높은 사람만 가는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여행한다? 물론 그런 패키지 상품도 있어요. 그렇지만 찾아보면 자유일정도 넉넉하고, 패키지이기에 자유여행보다 경비가 훨~씬 저렴한 상품도 많답니다. 거기다 내가 계획을 세울 필요도, 이동수단이나 호텔 예약도, 의사소통도 모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제가 전 여행사 직원이어서 추천하는 게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에 맞춘 구성 좋은 패키지 상품이 정말 많아요. 저도 요즘 개인 여행을 갈 때는 편하고 가이드 설명도 들을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종종 이용한답니다.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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