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고수들

강재현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는 또 다른 시선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강재현 

1. 이제까지 총 ( 33 )개국 ( 68 )개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2. 나를 변화시킨 여행지는 어디며, 이유는요?
마다가스카르,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배운 곳입니다.

3. 여행이 고플 때는 언제인가요?
방문했던 나라들이 그리워질 때.

4. 길을 잃었을 때 어떤 마음인가요?
이집트 여행 중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 있어요.
간신히 탈진 직전에 길을 찾았는데, 멘붕 상태였죠.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 이런 경험도 재밌게 기억되네요.


5. 여행 관련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요.
박완서 작가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6. 당신에게 여행이란?
초콜릿 박스를 여는 것.
강재현 사진작가는 20대의 대부분을 한국이 아닌 마다가스카르에서 보냈다. 마다가스카르의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버스로 달린 거리만 1만 5000㎞가 넘는다. 올해로 13년째, 이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마다가스카르는 바오밥나무와 은하수의 아름다운 풍경 너머로 전쟁 같은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라다. 프랑스 식민 지배의 경험이 있고, 독재 속에 고통을 겪어왔다. 우리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한 마다가스카르. 봉사활동을 위해 마다가스카르를 처음 방문한 강재현 작가는 그곳 풍경과 사람들에 이끌려 2년 반을 머물렀다. 이후 10여 년간 마다가스카르의 사회 문제와 역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조사해 사람들의 삶을 주제로 사진 작업도 하고 전시회를 열었다. 또 마다가스카르에 ‘화장실 만들기’ 소셜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2018년부터는 마다가스카르의 청년들과 여성, 보육원 아이들을 돕는 ‘공정여행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과 바오밥나무의 장엄한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나고, 누군가는 변화의 시점에서 ‘쉼’을 얻기 위해 여행한다. 강재현 작가에게 여행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이들과 부대끼며 행복의 가치를 나누는 일, 그가 오늘도 배낭을 싸는 이유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의 첫 기억은 어땠나요?


“어려서부터 해외에 나가 살아보고 싶었어요. 대학 2학년이던 2004년, 우연한 계기로 마다가스카르에 한 달 동안 봉사활동을 가게 됐고, 그곳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목가적인 풍경도 좋았고, 무엇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이 좋았어요. 한창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였어요. 저에겐 낯선 나라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게 행복이었죠. 이듬해 대학을 휴학하고 2005년부터 2년 반 동안 살았어요. 마다가스카르 외에도 태국과 북인도, 미얀마 등에서 NGO 활동을 하며 20대 청춘을 보냈습니다.”


마다가스카르를 알리기 위한 사진전을 열기도 했는데요.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예요. 전 세계 8종의 바오밥나무 중 6종이 마다가스카르에 있습니다. 또한 여우원숭이 같은 희귀동물도 만날 수 있고요. 방송에서 보이는 마다가스카르는 천국이죠. 하지만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달라요.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다가 1960년 독립한 역사를 가졌고, 독재를 겪으며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예요. 의료시설도 낙후돼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요. 처음 방문했을 때 알게 된 친구 투주가 맹장염으로 치료도 못 받고 죽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사진전을 연 것은 마다가스카르의 자연 풍경을 전시하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삶을 알리고 돕고 싶었어요.”


전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작업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방문했던 지역의 문제점들이 보인 거죠. 마다가스카르 남동쪽 끝에는 병원이 없어요. 어떤 곳엔 물이 없고, 또 어떤 데는 학교가 없어요. 그때 처음 공정여행단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죠.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바오밥나무를 보여주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와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거예요. 봉사에 대한 강요는 없어요. 다만 여행을 즐기는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거죠.”


여행을 즐기는 다른 시선이라면.

“마다가스카르는 많은 이들이 여행 버킷리스트로 손꼽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혼자 가기에는 멀기도 하고 선뜻 여행지로 선택하기도 쉽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즐길 기회를 주면서 봉사도 함께 권할 수 있는 여행이 바로 ‘공정여행단’이에요. 공정여행이라 하면 사람들이 ‘봉사가 목적인 여행’이냐고 물어요. 저는 ‘이 여행의 목적은 여행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공정여행단으로 동참하면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죠.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 지점에 있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공정여행단은 언제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나요?

“2018년 5월 시작했어요. 여행객들이 지불한 비용에서 10%는 현지인을 돕는 데 써요. 여성을 위한 면 생리대나 대안 생리대, 면 기저귀, 미혼모를 위한 영양제 등 필요한 물품을 사서 가죠. 또 집에 있는 학용품이나 안 쓰는 물건을 들고 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요. 여행 가이드는 제가 현지에 설립한 NGO 단체 소속 직원들이 맡아요. 여행 경비 중 일부가 그들의 월급에 쓰이죠. 여행단은 한 달 1회 출국을 목표로 해요. 어떤 달은 한 명만 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도 여행단을 유지하는 이유는 목적을 잃고 싶지 않아서예요. 적어도 나 혼자 먹고살기 위한 일이 아니니까요.”


공정여행단에 참여하는 여행객들의 면면이 궁금합니다.


“20대 초반부터 7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는데, 30대가 가장 많죠. 세계 일주 중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마다가스카르 여행에서 가장 바라는 건 바오밥나무와 밤하늘 은하수, 별 아래서 찍는 인생 샷이죠. 공정여행단으로 뜻을 둔 사람은 열 명 중 두 명 정도예요. 목적은 달라도 와서 함께 돕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참여하는 이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를 테지요.

“여행단을 운영하며 느낀 점은 모든 사람이 다 봉사에 뜻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다만 도울 수 있는 재능은 누구나 갖고 있어요. 마다가스카르 여행단은 ‘이타적인 목적’이 있고, 내가 경험했던 ‘행복한 마다가스카르’의 모습을 여행객들도 봐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인 거죠. 여행단을 운영하는 일은 힘들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마음이 예쁜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운영상 어려움은 없나요?


“이타적인 삶은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죠. 가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남을 돕고 싶진 않아요. 돈을 벌면서 도와야죠. 그래서 공정여행단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면 좋겠어요. 별 사진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걸 실현해주면 돼요. 세상에 다양한 여행이 있겠지만, 공정여행단도 분명 필요하다는 걸 알려야죠. 당신의 여행으로 누군가는 돈벌이가 이뤄지고, 누군가는 잠깐이나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길 바라요.”


올해 계획이 있다면요.

“올해는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안 하던 작당을 벌이고 있거든요. 마다가스카르 현지 의사를 한국에 데려와 교육하려고요. 아무리 물질적인 지원을 해봐야 그 순간뿐이에요. 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부분을 바꿔갈 수 있도록, 사람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는 거죠. 또 여성을 위한 화장실 건립도 추진 중이에요. 마다가스카르의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높은 출산율이에요. 무책임한 남자가 많죠. 일도, 육아도 여자가 해요. 남아선호 사상이 있어서 버려지는 여아들도 많고요. 성적인 학대도 빈번합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주기 위해 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제 죽을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요.”

강재현 작가의 마다가스카르 여행 Q&A


1. 마다가스카르의 날씨가 궁금해요.
“마다가스카르는 한반도의 2.6배 크기,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입니다. 해안선은 대체로 열대성 기후이지만 중앙지역은 고산지대라 연평균 기온이 24도를 웃돕니다. 해안지역은 1년 내내 덥고, 중앙은 15~25도까지 일교차가 큰 편이라, 여행할 때 따뜻한 재킷을 준비하면 좋아요. 1~3월 사이에 사이클론이 자주 오는 편이니 미리 확인하세요.”

2. 환전은 어떻게 하나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나요?
“한국에서 출발할 때 미리 달러나 유로를 준비하고, 마다가스카르 공항에 도착해 이곳 화폐로 환전하는 게 좋습니다. 도시별로 Bank of AFRICA ATM기가 있어서 출금도 가능합니다. 마다가스카르 화페 단위는 ARIARY이며, 보통 MGA로 표기합니다. 비자는 별도의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달짜리 관광비자가 37달러로, 현지 공항에서 비자 값을 지불하면 됩니다. 단, 잔돈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공항 직원들이 팁으로 달라며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기도 합니다. 또 입출국 신고를 할 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가끔 있습니다.”

3. 치안 상태는 어떤가요? 여행 시에 예방접종이 필요한가요?
“치안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입니다. 야간에 종종 절도나 강도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밤에는 이동하거나 외출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시내 중심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 예방접종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서부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말라리아 약 복용을 추천합니다. 말라리아 약은 국립의료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4. 마다가스카르에서 꼭 추천하는 여행지는?
“바오밥나무 군락지가 길처럼 형성된 무른다바의 바오밥에비뉴와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휴양지, 동부의 세인트마리섬을 추천합니다.”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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