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계획하다 / 몸

몸 챙김 전도사 문요한

“쉬어도 피곤하다면, 당신은 소진 상태입니다”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심리학 분야에 ‘바디풀니스(bodyfulness)’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몸 챙김’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마음 챙김’의 의미인 ‘마인드풀니스’와 대별되는 개념이다. 몸을 느끼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몸과 함께 살아가자는 제안이면서, 몸과 마음을 만나게 하자는 제안이다.
“몸요한으로 불러주세요.”

정신과 의사 문요한은 마음보다 몸을 챙기는 전도사가 됐다. 심리학 관점에서 몸을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의 통합을 위한 ‘치유 걷기’와 ‘몸 챙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엔 《이제 몸을 챙깁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문요한 원장의 “이제야 몸을 챙깁니다”라는 한마디 고백에는 숱한 맥락이 숨어 있다. 40대 초반, 그는 속도 중독자였다. 몸을 남들보다 더 멀리, 더 빨리 가기 위한 도구로 여겼다. 잘 돌보지 않았고, 마음과 머리의 부속물처럼 취급했다. 머리로 사는 삶이었다. 가분수 같았다.

40대 중반,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신호는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졌다. 위장 장애가 심해졌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치솟았으며, 가슴 격통 때문에 숨쉬기 힘든 순간이 잦아졌다.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휴식으로 충전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피곤’이 아니라 ‘소진’ 상태였다.

“쉬어도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피곤과 소진은 달라요. 피곤은 잘 쉬면 완충이 되지만 소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소진돼버리면 아무리 쉬어도 충전이 안 되죠. 우리 몸이 가진 긴장과 이완의 항상성이 깨져버렸기 때문이에요.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가 아니라, 고장나버린 상태라고 할까요.”

그는 자발적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긴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마음’이 아닌 ‘몸’에 집중하는 시간을 살았다. 서서히 변화가 느껴졌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살아왔던 삶이 서서히 통합되는 느낌이랄까.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더니, 급기야 하나로 만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머리가 잠잠해지고 몸이 깨어났다. 그러자 삶의 속도가 조절되면서 삶의 현재성을 찾게 됐다. 진분수 같은, 몸으로 사는 삶이었다.

“몸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소마(soma)와 바디(body). 소마는 몸의 내부 감각을 통해 자신의 몸을 자각하는 상태예요. 마음과 연결된 몸이죠. 주체로서의 몸이자 몸과 마음이 통합된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소마의 상대어는 바디예요. 객체로서의 몸이죠. 뚱뚱하다, 다리가 길다,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머리가 크다 등은 바디 차원이에요. 소마로서의 몸의 감각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자존감’ ‘자기 존중감’을 강조하지만, 문 원장은 ‘자기 존재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존재감은 머리가 아니라 몸의 감각에 기반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고 행동하는지를 나의 신체감각에 기초해서 알아차리는 것.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몸 챙김이야말로 진정한 나로 사는 첫걸음입니다.”



몸과 마음의 통합을 위한 문요한 원장의 tip 5

정리 : 김민희 기자


1. 호흡 - 내 숨에 집중하기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숨을 느껴보자. 신체 자각의 기본 훈련이다. 자각 이외의 어떤 의도도 없이 호흡 자체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숨을 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올바른 호흡법을 의식적으로 할 필요도 없다. 내 숨이 드나드는 곳에 주의를 기울여본다. 몸의 어디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코의 입구, 코끝이나 콧구멍, 쇄골과 어깨, 갈비뼈와 늑간근 등 다양한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손을 코밑이나 복부 등에 가만히 대어본다.

화가 났을 때는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이때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일까, 몸을 느끼는 것이 먼저일까.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떻게 숨 쉬고 있는지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길어진다. 호흡이 길어지면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편도체의 흥분을 감소시키고 몸이 안정된다. 다시 말해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의식을 변화시키거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 몸을 통해 마음에 접근하는 것이다.


2. 자세 - 불안할 때는 ‘좋은 생각’보다 ‘바른 자세’를

우리 몸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려면 순간순간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카레이서가 되려면 평소 운전방식과 다른 운전법을 집중해서 익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세는 마음을 반영한다. 정신과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어깨가 움츠려 있다. 늘 긴장해 있기 때문에 방어 본능에서 본능적으로 웅크리게 된다. 마음이 불안할 때, 좋은 생각을 하려 애쓰기보다는 바른 자세를 취하면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 몸과 마음의 동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숨은 키가 2~3cm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자세가 바뀌면 마음이 달라진다. 이를 위해 하루 2분 바르게 앉기 훈련을 권한다. 척추를 펴는 수직적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진다.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줄고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늘어난다. 2분 바르게 앉기 방법은 이렇다. 1.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척추를 수직으로 세운다. 2.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양쪽 엉덩이의 좌골을 느껴본다. 3. 양쪽 좌골에 체중이 고르게 실리도록 한다. 4. 양 발바닥을 바닥에 밀착시킨다. 5. 어깨를 펴고 시선은 정면 15도 위를 바라본다. 6. 양손은 무릎을 감싼다. 7. 2분 동안 신체 내부 감각에 집중해본다.


3. 움직임 - 운동보다 일상 활동이 더 중요

돈과 시간을 할애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 그 강박이 오히려 정신 건강을 해친다. 운동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운동 시간 이외의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도 있다. 운동할 때만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양분화된 삶을 살게 된다. 일상생활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몸을 챙길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일상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운동복을 갖춰 입고 트레드밀을 달리거나 등산복을 입고 등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직장인들은 그럴 여유가 많지 않다. 아무리 운동량이 적다고 해도 누구나 하루 1000~3000보는 걷는다. 이때만이라도 걷기에 집중하자. 생각 속에 빠져서 무의식적으로 걷지 말고, 신체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발바닥과 땅이 충분히 잘 만나는지, 양쪽이 균형 있게 닿는지를 느껴보자. 발이 땅에 닿는 느낌, 발가락이 누르는 느낌, 발이 떨어지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걷는 것이다. ‘지금 여기, 지금 여기’ 혹은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식으로 구호를 붙이면서 걷는 것도 한 방법이다.


4. 먹기 - ‘혀의 앞 맛’ 말고 ‘몸의 뒷맛’을

몸의 감각이 깨어나면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가려내는 힘이 생긴다. 먹기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무엇을, 얼마만큼 먹느냐. 이 두 가지에 대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내 몸을 느끼면서 알아가야 한다. 혀에만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몸이 편안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입맛이 아니라, 뒷맛을 느껴보자. 뒷맛은 몸의 느낌이다. 속이 더부룩한지, 부대끼지 않는지를 알아채보자. 음식을 삼킬 때 신체 감각에 주목한다.

물도 마찬가지.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다 다르다. 물 부족도 문제지만, 물 과다 증세도 문제다. 전해질이 떨어지고 신장 기능이 안 좋은 경우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목이 마르거나 구강 건조감이 생길 때 마셔라. 소변의 색으로도 필요로 하는 물의 적정량을 판단할 수 있다. 연노란색이 최적이다. 소변 색이 샛노랗다면 수분 부족이고, 너무 맑다면 수분을 줄여야 한다.


5. 수면 - 기상 시간 통해 수면 시간 통제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잠은 의지로 되지 않는다. 자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수록 잠은 오히려 달아나는 경향이 있다. 잠자리에 드는 최적의 시간은 ‘졸릴 때’ 자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자는 습관은 오히려 좋지 않다. 정해진 기상 시간을 통해 수면 시간을 통제할 것을 권한다. 7시에 일어난다고 하면 반드시 지켜라. 기상 시간에 맞춰 졸릴 때 자는 것이 나의 적정 수면 시간이다. 매일 7시 기상인데, 밤 12시에 졸리다면 나의 적정 수면 시간은 일곱 시간이다.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있으니 억울해하지 말자.

불면증 환자의 경우, 억지로 누워 있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누워 있는 최대 시간은 15분 정도가 적당하다. 15분을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시 잠자리에서 나오자. 활동을 하다가 졸리면 그때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졸려서 누웠는데 또 잠이 달아났다면 15분 후에 또 나오자. 누운 후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생각을 말아야지’ 하면 오히려 생각이 더 활성화된다. 이럴 때 몸에 집중해서 바디스캔을 하면 좋다. 누워서 몸의 좌우 접촉면을 비교하고, 발바닥부터 다리, 허벅지, 복부 등 위로 올라오면서 감각을 느껴보자.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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