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계획하다 / 일

박소령 퍼블리 대표

“밀레니얼 일잘러를 연구합니다”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일잘러의 정리법〉 〈일잘러들을 위한 이메일 가이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의 콘텐츠들이다. 퍼블리에는 날카로운 지적 자극을 주는 양질의 콘텐츠가 많은데, 그중 유독 ‘일잘러’ ‘사이드프로젝트’ ‘창업’ ‘퇴사’ 콘텐츠가 넘친다.
일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의 개념이었다면, 점점 ‘직업’에 가까운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 ‘어디에서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슨 일을 할 것인가’로 관심사가 옮겨지는 상황. 조직이 개인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기에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경쟁력을 다져나가야 한다.

퍼블리는 세상의 변화를 기민한 촉수로 읽어내는 실력자들을 찾아 모은다. 남들보다 반보 앞서 트렌드를 읽는 이들을 찾아내 원고 청탁을 하기도 하고, 거꾸로 저자 지원을 받기도 한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우리 콘텐츠에 반응하는 고객의 공통분모는 변화를 기민하게 좇는 사람들”이라며 “공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고,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 직원이라도 신사업이나 마케팅 부서 직원들은 퍼블리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중소기업, 스타트업 종사자들 중에도 고객이 많다.

왜 밀레니얼은 ‘일잘러’에 관심이 많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다.

첫째, 밀레니얼의 라이프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 중에는 사생활의 천재들이 많다.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확실하게 노는 ‘취향족’들이다. 이들은 영민하게 일한다. 퇴근 후 취향 공동체에서의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하는 동안 최대의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둘째, 일자리의 양극화 때문이다. 박소령 대표는 “최고의 스펙을 구비한 고학력자들은 쏟아지는데, 이들이 갈 곳이 많지 않다 보니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을 한다. 더 준비해야 하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스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기조에서 자란 밀레니얼은 윗세대보다 조로한 경향이 있다.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급변하는 사회구조를 겪으면서 생존법을 일찌감치 터득해나가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10년 후에는 없어질 수 있고, 내가 몸담은 조직이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생애를 설계한다. 30대에 벌써 ‘남은 70년 뭐 하고 살지?’를 설계하는 밀레니얼이 많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박 대표의 팁은 분명하다. “조직을 분석하고, 나를 분석하라”는 것.

“일잘러의 정의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강조하듯, 먼저 ‘나의 강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논리적 사고가 강한지, 실행력이 강한지, 기획력이 강한지 등을 먼저 알아야 하죠. 강점을 인정받는 조직에 가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조직에서는 일잘러였지만, 다른 조직에 가면 아닐 수 있거든요. 일잘러는 어떤 일을 누구와 하느냐에 연동돼 있기 때문입니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박소령 대표의 tip 5

글 : 박소령 퍼블리 대표


1. 망원경과 현미경

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망원경이 필요한 일과 현미경이 필요한 일. 미래를 상상하며 어떻게 하면 그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전략을 궁리하는 일에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한편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일들을 실수 없이 정교하게 처리하고,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은 현미경을 써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은 현미경을 쓰는 일이다. 당장 펼쳐진 일들에 손이 먼저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투두 리스트(To do List)를 쌓아올리고 완수할 때마다 하나씩 제거하는 것은 성취감도 준다. 하지만 현미경에만 맞춰 살다 보면, 투두 리스트에서 해결한 이 수많은 일들이 종국에 어디를 향해 가는가, 라는 질문은 잊기 쉽다. 일의 방향을 점검하고 일의 의미를 지금의 나와 연결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망원경을 써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망원경과 현미경은 서로 다른 근육을 요구하기에 일부러 시간을 분배해서 사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2.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 = 나를 정의한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가 2012년에 쓴 에세이 《나는 무엇인가》를 추천한다. 쉽게 잘 읽히고 깨달음을 주는 멋진 책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문장이다.

“누구를 어떻게 사귀느냐에 따라 당신 안의 분인 구성 비율이 변화한다. 그 총체가 당신의 개성이 된다. 10년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다르다면, 그 까닭은 교제하는 사람이 바뀌고 읽는 책이나 사는 장소가 바뀌어서 분인의 구성 비율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려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이 누구인지 보면 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내가 되고 싶은, 닮고 싶은 사람들과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만족도가 높다면 현재 자리에서 더 잘하는 것을 목표로,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조직을 모색할 때다.


3. 회고는 이렇게 - Keep, Problem, Try

2016년 미국 프로 야구팀 시카고 컵스는 무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철저한 과정을 거치면 설령 실패해도 복기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고, 사장 부임 5년 만에 컵스는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야구 감독과 바둑 기사가 시합을 끝낸 후 복기를 하듯이, 우리가 하는 일에도 ‘회고’가 필요하다.

회고를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KPT’를 추천한다. 이번 업무 주기에 잘 진행됐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은 Keep, 반대로 문제로 나타난 것은 Problem, 그리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 업무 주기에 시도해야 하는 것은 Try로 구분한다. KPT 방식을 적용해서 개인 단위의 회고를 진행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팀과 함께 KPT에 따른 솔직한 대화를 하면서 이를 문서로 축적해두는 것이야말로 회고의 백미다.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Try가 실제로 잘 실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 일을 잘하기 위한 핵심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전의 회고에서 결정한 Try를 제대로 지키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4. 뇌처럼 일하고, 질 높은 의사결정을 하라

최근에 나온 두 권의 책은 ‘한국에서도 이런 비즈니스 콘텐츠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일하는 방식을 기록한 《초격차》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일하는 방식을 담은 《그로잉 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전문경영인들이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지금 크고 작은 조직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면, 혹은 언젠가 리더 자리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다음의 말을 꼭 기억해두자.

“항상 상황에 대비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뇌의 역할입니다. 이와 같은 비유를 경영 원칙에 적용해본다면, 조직의 리더는 ‘뇌처럼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뇌가 간접적으로 장기의 기능을 미래 지향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의 미래를 위해 시스템을 잘 구축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_《초격차》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결정의 퀄리티가 중요합니다. 한 수 한 수의 질이 중요합니다. 1이냐 0이냐, 하느냐 마느냐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리더입니다. 결정을 하되 질이 높은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결과를 낼 거면, 10페이지씩 하지 말고 한 페이지짜리 심플한 프로그램을 짜야 합니다.” _《그로잉 업》


5. Life-long learner로서의 삶

세계 최고의 부를 일궈낸 워런 버핏은 1930년생으로 89세지만, 지금도 매해 초여름 오마하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여섯 시간 이상 거뜬히 Q&A를 진행한다. 체력도 놀랍지만, 예리한 지력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버핏은 하루 500페이지 이상 책과 리포트를 읽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읽는 데 보낸다고 한다. 버핏은 “내 직업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사실과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에 불과하며 간혹 이들이 행동으로 연결되는지 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1세기도 어느새 20년이 지나가고, 새로운 10년을 맞이한다. 학교에서 배우고, 직장에서 일하며, 은퇴 후 노년은 쉬면서 죽음을 기다리던 20세기 패턴은 수명을 다했다. 평생에 걸쳐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시대가 시작됐고, 한동안 유행이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에서 벗어나 이제는 워라인(Work and Life Integration·일과 삶의 통합)이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이어야 할까. 일에 대한 관점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겠지만, 버핏과 같은, Life-long learner로서의 삶에 가치를 두고 일하는 동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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