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워크 - 일의 미래

최필준 플링크 대표

리모트워크로 일하면서, 리모트워크 세상을 만들어가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일은 다 했다. 퇴근 시간이 30분 남아서 그렇지. 괜히 멋쩍어 문서 파일을 띄워본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참 더디다. 다시 인터넷을 뒤적인다. 5·4·3·2·1, 땡! 저녁 6시가 되자 빛의 속도로 회사를 나선다. 5분 차이가 ‘지옥철’을 좌우할 테니까. 오늘도 집에 도착하면 방전되겠지….

직장인의 흔한 퇴근 무렵 풍경이지만 플링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플링크는 1년 반 전 리모트워크를 도입했다. 그전만 해도 최필준 대표는 직원들이 정해진 근무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정시 퇴근하길 권장하는 부류였다. 출퇴근 시간을 엄격하게 따지는 편에 가까웠다. 그런데 일이 끝났는데도 억지로 앉아 있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불필요한 야근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딱히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회사에 앉아 있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든 운동을 하면 좋은데 직원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없잖아요. 주도적이고 역량 있는 직원을 뽑아놓고는 공장 같은 시스템에 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직원이 직접 집중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페이지콜’ 개발


2015년 창업한 플링크는 영상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다. 리모트워크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직접 실현하고 있다. 플링크가 만든 ‘페이지콜’을 이용하면 저마다의 장소에서 같은 업무 화면을 띄우고 실시간 메모와 대화를 나누며 회의를 할 수 있다. 내용은 영상으로 저장된다.

화상 과외 업체 ‘수파자’는 페이지콜을 활용하는 대표적 업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서울의 과외 선생님과 지방의 학생도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필기하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최 대표는 교육뿐 아니라 법률·세무 자문, 컨설팅 등의 영역에서 페이지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발달이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면서 리모트워크의 영역이 확장되는 셈이다.

리모트워크는 업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플링크는 직원 스스로가 업무량도 설정하도록 했다. 주 40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적정량을 직원과 대표가 사전에 협의하고 더 성취하면 보상을, 덜 수행하면 패널티를 부여하는 형식이다. 일하는 장소·시간부터 업무 유형까지 직원의 자율성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다만 플링크의 리모트워크에는 조건이 있다. 업무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것이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할지, 어디에서 근무할지 업무용 메신저에 적어둬야 한다. 직원들은 어디에 있든 출근하면 ‘ㅊ’을, 퇴근하면 ‘ㅌ’으로 상태를 표시한다. 실제 플링크가 사용하는 메신저를 살펴보니 회사, 자택, 코엑스, 헬스장 등 다양한 위치가 남겨져 있었다. 직원들은 각자 자유롭게 일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타운홀 미팅’에만 참석하면 된다.

“일하는 장소·시간의 선택권을 준 건 ‘편하게 일하라’가 아니에요. 오히려 ‘더 집중하라’는 뜻이죠. 이동시간에 낭비하는 체력을 절약해 업무에 사용하란 거예요. 저는 ‘워라밸’ 보장보다 ‘워크 앤 그로스(work and growth)’, 일하며 성장하는 개념을 더 중요시해요. 업무와 연관이 있으면 세미나 참석도 근무로 인정해요. 직원이 경력 관리에 집중해서 업무적으로 성장하면 그 열매를 회사가 취할 수 있더라고요.”


‘편하게’가 아니라 ‘더 집중하게’


놀면서 일하라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업무의 효율성 극대화가 목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면 해외여행을 다니며 일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데, 최 대표는 그럴 바에 휴가를 권한다. 여행지에서 하루의 절반은 여행하고 또 다른 절반은 일을 할 경우, 업무를 잘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 선택에 어긋난다고 판단해서다. 직원 가운데 ‘한 달 살기’를 하며 리모트워크를 한 사례는 있었다. 제주도, 베트남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직원들은 현지에서 공유 오피스 등을 활용해 업무를 순탄하게 해냈다.

플링크가 리모트워크를 시행하고 난 뒤 부수적 이익도 따랐다. 자율성을 보장하니 인재를 수월하게 유치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이들이 돈보다 자신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더 가치를 두고 퇴사한 경우다. 직원들은 자율성이 커진 만큼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며 책임감도 더 많이 갖게 됐다.

물론 모든 직원이 리모트워크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때문에 최 대표는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둔다.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리모트워크 문화에 적합한지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채우며 인정받는 곳에서 일하다가 새로운 환경에 업무와 시간을 스스로 조율하며 일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면접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자신한 지원자라도 리모트워크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전문성을 갖고 업무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나 신입직원은 금세 적응하더라고요. 오히려 3년 내외 경력자들이 이전 직장에서 일하던 습성이 남아 있어 힘들어했어요.”

프로젝트 매니저 이준민 씨는 “처음에는 하루에 해야 할 업무와 근무 형태를 정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면서 “두 달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니 점차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게 됐고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는 박세훈 씨는 “개발 업무는 집중하는 흐름이 있는데 내가 편한 곳에서 업무를 조절할 수 있다”며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 그 시간에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헬스장에 6개월간 거의 출석했다면서.


신뢰와 유대, 대표의 용기 필요

리모트워크는 회사와 직원 사이의 신뢰와 유대가 중요하다. 리모트워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최 대표의 지인들은 대부분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실패를 예단했다. 한번 풀어주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최 대표는 1년 반을 유지하면서 되돌릴 필요성을 못 느낀다. 지금도 서로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맞춰가는 단계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리모트워크를 위해서는 대표의 용기가 필요해요. 전면적으로 하기 힘들다면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해보길 권해요. 시간에 비례해 성과가 나오는 업종은 다르겠지만,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다양한 직종에서 리모트워크가 도입될 거라고 봅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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