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워크 - 일의 미래

국내 1호 퇴사 컨설턴트,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 소장

“더 개인적이고 능력 우선주의로 변할 것”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에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50년 전에는 기업의 평균 수명이 60년이었는데, 2020년쯤이 되면 기업의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취준생을 벗어나면 ‘퇴준생’이 된다. 퇴준생은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한 경제지의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은 1년 이내에 30%가 퇴사하고, 3년 안에 70%가 이직을 준비한다. 설문에 참여한 2017명 중 1492명, 즉 74%는 ‘이직을 고민하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직장생활연구소를 운영하는 손성곤 소장은 조직의 일부로 살아온 교훈을 바탕으로, 국내 1호 ‘퇴사 컨설턴트’가 됐다. 입사 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3년 차 직장인을 위한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10년 차 직장인을 위한 《나 회사 너무 오래 다닌 것 같아》를 출간하기도 했다.

손 소장은 삼성그룹 공채로 제일모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규 브랜드 팀에 배치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일을 배우던 중 입사 한 달 만에 사수가 회사를 떠났다. 회사를 이직한 뒤에는 체중이 줄고 불면에 빠지는 ‘이직 후 외상증후군’을 겪기도 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입사’를 꿈꾸고, 들어온 후에는 ‘퇴사’를 꿈꾸는 아이러니. 현재 대한민국 상장기업의 평균 수명은 33세지만, 직장인은 최소 80세까지는 산다. 회사 생활은 점점 짧아지고, 회사 밖 인생은 길어진다. ‘회사의 운명이 곧 나의 운명’일 수는 없는 시대다.


‘직장 생활’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먼저는 제가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었고요.(웃음) 회사 안팎에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계기가 됐죠. 누군가는 잘 다니는 회사를 누군가는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를 듣고 직장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를 떠난 이후의 ‘진짜 삶’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서 퇴사와 그 후 두 번째 인생을 잘 사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최근 만나는 직장인들의 고민은 어떤 양상인가요?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처음 직장생활연구소 사이트를 열었던 2010년 초반에는 회사 안에서의 고민이 많았거든요. ‘회사의 이상한 사람 때문에 괴로워요’ 혹은 ‘업무를 맡았는데 너무 힘들어요’처럼요. 최근엔 관심을 회사 밖으로 향하면서 동시에 자신 안으로 향해요. ‘100세 시대에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어떤 일로 평생 먹고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이죠. 그 변화가 ‘퇴사’라는 키워드로 대변된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나이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도 최근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입사하자마자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퇴사를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아무래도 방향 설정하는 데 애를 먹죠. 반대로 최근에는 퇴사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여서인지 외부적인 영향 때문에 쉽게 결정하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미디어에서도 ‘회사 때려치우고 OO해서 OO의 돈을 벌다’ 같은 헤드라인이 넘쳐나잖아요.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트렌드에 뒤처지면 불안해하는 성향의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의 핸들을 돌려야 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로 덜컥 그만두기도 하죠. 매달 같은 날에 통장에 돈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끊기면 그 타격이 적지 않아요.”

때문에 손성곤 소장은 퇴사 준비와 직장 생활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본다. ‘줄만 잘 서면 된다’ ‘나서지 말고 중간만 하자’는 생각은 회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해롭다. 지금 자리가 안전해도 늘 무언가를 개선하고 갈고닦아 날카롭게 만들어야 하고,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지라고 권한다.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 아니지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의 주인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직장생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회사는 그의 연구의 좋은 텃밭이다.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건 뭘까요?

“지금은 퇴사가 커 보이지만 사실 퇴사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마치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타려고 내리는 것 같은 과정이지, 퇴사가 곧 확실한 변화이거나 종착점은 아닌 거죠. 자신의 커리어라는 긴 여행의 목적을 한 번 정도는 심도 있게 고민해보고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후에야 방황하고 방향을 찾기 시작한다는 거죠.”


각 개인에게 필살기를 가지라고 조언하는 이유는요?

“시야를 넓혀서 보면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말에는 ‘진입, 이동, 해고’ 세 가지가 모두 포함돼 있어요. 산업의 생성, 소멸 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빨리 시장에 진입해서 시도해보고 확대나 철수를 결정해야 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위한 인력의 신규 채용, 재배치, 해체의 빈도는 더욱 잦아질 겁니다. 모두가 안정성 높은 곳에서 일하고 싶겠지만, 이미 회사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사람의 능력치에 따라 재편될 겁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는 점차 사라질 거고, ‘정규직’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퇴색될 겁니다.”


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결국 앞으로는 ‘프리랜서’ 혹은 ‘직무 계약직’ 근로 형태가 더 많아질 거예요. 직장 문화도 더 개인적이고 능력 우선주의로 변할 겁니다. 회식 문화는 정말 10년 이내에 사라질 테고요.(웃음) 하나의 목적이 있는 프로젝트를 위해 능력과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이 팀을 이뤄 일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목표를 완수하면 해체하거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식의 조직이 많아질 겁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이력서에 ‘회사명, 직급, 직책, 근무 기간, 수행 업무, 성과’ 등에 대해 적는다면 앞으로는 ‘수행 프로젝트, 프로젝트 내 역할과 성과, 기여도’에 대한 수치를 중점적으로 적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현재를 사는 겁니다. 방향을 잡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불안은 현실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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