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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의 겨울서점은, 책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제공 : 유유출판사·조선DB 

북튜브는 역설적인 공간이다. 영상으로 활자를 읽는.
‘영상을 보는’ 세대는 ‘활자를 읽지 않으리라’는 게 단순하고도 슬픈 예감이다.
그런데 ‘겨울서점’에서는 책장을 넘기고 연필로 밑줄을 긋는 영상으로 책 읽는 기쁨을 소개하고, 나아가 그 기쁨에 동참하기를 권유한다. 그 권유에 응한 이들이 11만 명을 넘어섰다.
보이는 것은 오직 책장과 책과 책상, 들리는 것은 책 이야기와 종소리뿐인 한 서점에는 벌써 133개의 영상과 그만큼의 독서 기록이 쌓였다. 북튜브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장 김겨울은 최근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의 부제는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다.


“저는 겨울서점이 꿋꿋이 책 이야기를 하는 곳이어서 좋습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책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곳이라는 점도 좋고, 독서에 관심이 없던 누군가에게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좋습니다. 책에 비해 부족한 영상일지라도, 결코 겨울서점이 그 어떤 책을 뛰어넘을 수 없을지라도, 여전히 매주 영상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중



20년 차 책 덕후, 북튜버 되다


김겨울을 소개한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따르면 그는 “도서관이 훌륭했던 중학교에서 일본 소설, 판타지 소설, 우주물리학 책을 모조리 읽었고 고등학교 때는 고전문학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갔는데,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도서관 접근성이 좋지 않아 ‘돈 주고 사려니 좋은 책만 사야겠는데 가벼운 책은 못 사겠어서 책을 못 읽는 병’에 잠깐 걸렸었다”고 한다.

“제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에도 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요. 초등학생 때도 학교 도서실을 좋아했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책장부터 구경하는 어린이였습니다.”

별다른 꿈 없이 자랐지만 책과 글이 없는 삶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책을 좋아하고 라디오를 사랑했던 그는 ‘책을 이야기하는 라디오스러운 일’로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 채널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면서 그는 책에 대한 책도 쓰게 됐다.


그의 책 《독서의 기쁨》과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역시 책 사랑꾼의 절절한 러브레터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는 그의 인생 책으로 꼽는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도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해당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읽어나갈 수 있다. 김겨울은 책에 “우리는 모두 까마득히 다른 세계에 살지만 이따금씩 언어의 지평 위에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이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아주 가끔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읽고 쓴다”고 적었는데, 그의 독자와 유튜브 구독자는 바로 그런 순간을 공유한다.

그를 소개하는 다른 말은 싱어송라이터다. 직업적으로는 구분되지만, 그 안에서는 거의 동일하다. 어떤 글은 음악처럼 쓰기도 하고, 어떤 음악은 글에서 출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 다 모두 몸을 울려 무언가를 표현하는 방식이라 두 작업이 같은 샘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름 김겨울도, 음악을 시작하면서 쓰게 됐다.

“제가 겨울을 좋아하거든요.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코끝이 시립도록 추우면서도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안락함과 포근함이 공존하는 계절이라 한 해가 끝나갈 때의 멜랑콜리와 시작할 때의 활기가 함께 느껴져요.”


기획부터 편집까지 멀티 플레이


그는 책을 선정하는 일부터 영상 기획과 촬영, 출연, 편집과 자막까지 혼자 해낸다. 구독자와의 소통도 그의 몫이다. 모든 걸 독학으로 해낸 셈인데, 일단 시작해보자는 결단력이 주효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북튜버가 되어 있었다”는 게 농담은 아니다.

“책을 영상으로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지, 어떤 방식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매주 고민합니다.”

유튜브는 진입장벽이 낮아 시작은 쉽지만 지속하기가 어렵다. 고민은 또 있다. 구독자 수와 조회 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던 시절을 지나 북튜버로 얼굴이 알려지면서 영향력도 생겼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의 영상을 보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도 있다.

“유튜버로 유명해지는 일은 양날의 검입니다. 저는 이 검을 잘 사용하기보다 검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려 노력해요. 아무리 유명해지더라도 저를 규정하는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유튜버 김겨울’과 ‘인간 김겨울’로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유튜버는 거의 본능적으로 모든 걸 콘텐츠화하고 싶어 합니다. 24시간 내내 머리 한쪽에 기획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나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조각내어 팔고 싶어 하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욕심을 거부하고 온전히 저만의 영역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지난 5월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쓴 글에는 이런 다짐이 담겨 있다.

“요새는 세상에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해야 할 말보다 더 많은 말은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침묵과 은유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이것들은 시와 음악이 될까?”

말을 할 때의 표정과 숨결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영상은, 만든 이의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럴 때일수록 그는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책을 탐독한다. 다시 하고 싶은 말이 생길 때까지, 그 말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 때까지. 가장 최근에 올라온 겨울서점의 영상은 호텔 침대에 누워 말없이 세 권의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었다.

그의 영상을 본 10대 친구들은 이런 피드백을 남겼다. “언니 영상을 보면서 책을 읽는 여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언니처럼 많이 읽고 또렷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친구들에게 고요히 책장을 넘기는 영상은 말하지 않아도 책 읽은 기쁨을 나눠줄 것이다. 영상과 독서의 선순환, ‘겨울서점’에서는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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