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必에 대하여

글쟁이로 살다 보니 언어의 결에 민감합니다. 비슷한 의미의 언어라도 글자의 생김과 발음에 따라 전해지는 온도가 사뭇 다르지요. ‘의미’와 ‘뜻’이, ‘생김’과 ‘모양’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이번 달 〈topclass〉에서 스페셜 이슈 ‘必환경하다’를 다루며 더욱 절감했습니다. 한 자의 글자가 가진 힘을 이토록 강하게 느낀 적도 없습니다. ‘반드시 필(必)’. 마음(心)에 꽂히면(ノ) ‘반드시’ 한다는 결기가 상형문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트렌드와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제는 ‘환경’도 ‘필(必)’이 수식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親)환경’이라는 용어가 대세였습니다. 이젠 ‘친(親)’으로는 부족합니다. 친환경을 넘어 바야흐로 필환경 시대가 닥쳤습니다. 환경 보호는 하면 좋은 ‘선택’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가 되어버린 시간을 살고 있는 겁니다.

서경리 기자가 제주도 섭지코지 해변에서 찍은 화보 보셨는지요. 해변에 나뒹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큼지막하게 ‘SAVE OUR SEAS’를 썼습니다. 가기 전, 혹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어서 모양이 안 나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더군요. 분해되지 않은 형형색색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변 전체에 널려 있어서 글자 재료(?)가 넘쳐났답니다. 80kg 용량의 포대 자루 하나를 쓰레기로 채우는 데 얼마 걸렸는지 아십니까? 단 5분이라고 합니다. 믿기지 않지요. 저 역시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되물었습니다. 맞답니다. 두 개의 자루를 채우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고요. 해변 정화 요원이 있어도 쉬지 않는 파도에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앞서 필환경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썼습니다만, 이를 증명하는 통계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문명의 종말’을 운운하는 믿기 어려운 수치들도 있더군요. 지난 5월 호주국립기후복원센터가 내놓은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보도하면서 언론들은 “기후 변화로 30년 뒤 인류 파멸”이라는 충격적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전 지구적 관심과 실천’이라는 뻔한 구호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합니다. ‘의도적 불편함’ ‘자발적 번거로움’과 같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이 다양한 양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상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운동 ‘웨이스트 제로’, 구매 전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는 ‘프리 사이클링(pre-cycling)’, 소재부터 제조까지 친환경적인 공정을 거쳐 생산된 의류 ‘컨셔스 패션’ 등. 마감을 하고 보니 주변의 플라스틱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적어도 저희 부원들에게 공부 효과 하나는 확실한 듯합니다. 저 역시 생각만 하던 ‘텀블러 사용’에 동참했습니다. 저처럼 미루는 분들이 계시면 지금이 그때입니다. 必!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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