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환경하다

미국 시애틀에서 본 동물 친화적인 삶

글·사진 : 서경리 기자  / 글·사진 : 최지인 동물 구조 활동가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앞 반려동물 놀이터. 아마존은 1998년부터 매년 반려견과 출근하기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평소에도 800여 마리의 반려견이 보호자와 함께 출근한다.
미국 시애틀은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기에 이상적인 도시다. 시내를 걷다 보면 동물을 데리고 산책하는 시민들을 종종 마주치는데, 오가는 사람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점 앞에는 물그릇을 두어 언제든지 길을 지나는 동물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거리 곳곳에 배변봉투를 비치한 점도 인상적이다.

시애틀 거리에 비치된 물그릇과 배변봉투.
지난 6월 동물 전문 웹사이트 로버(Rover)는 미 전역에서 가장 반려견 친화적인 도시와 직장으로 시애틀과 아마존을 각각 선정했다.
가장 흥미롭게 본 건 아마존 본사 앞에 마련된 ‘반려동물 놀이터(Off Leash Dog Area)’와 ‘동물 전용 공원’이다. 도심 한복판 빌딩 숲에서 동물이 목줄 없이 뛰어노는 공간이라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 이곳에서 동물은 사회성을 익히고, 사람 또한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동물은 또 하나의 지구 가족’이라는 한국 동물권 보호단체의 슬로건이 이곳 시애틀에서는 생활이 되고 있다.


시애틀 동물보호소,
매년 4000마리 유기동물 구조



시애틀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애틀 동물보호소’는 1년에 4000여 마리의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2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이곳을 거쳐 갔다. 보호소는 동물 구조와 입양 주선 외에 동물 관련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사법권을 가지고 있다. 동물을 학대, 방치하는 사람을 처벌하고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견주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아나 그레이브스 소장은 동물 구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동물의 ‘중성화’와 ‘사회화’를 꼽는다. 보호소는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도 담당한다.

시애틀 동물보호소는 개나 고양이 외에도 새, 기니피그,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구조한다.

시애틀 휴메인,
기부자의 후원으로 운영



기부자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시애틀 휴메인’는 시애틀 사설 보호소 중 제법 규모가 크다. 58,000㎡ 부지, 3층짜리 건물에는 동물 관리인과 입양 인계 담당자, 마케팅 업무 등을 포함해 140여 명이 근무한다. 또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임시 보호 등의 업무를 돕고 있다. 휴메인의 가장 큰 스폰서는 빌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다. 건물 입구의 벽돌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누구든지 1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면 벽돌에 이름을 새겨준다. 휴메인 동물보호소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유기견들의 사회성 교육이다. 행동 교정이 필요한 동물들에게는 후각놀이나 음악치료 등을 통해 버림받은 아픔이나 트라우마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병을 고쳐 입양을 지원하고 있다.

시애틀 휴메인에는 ‘동물 입양 카운슬러’가 상주하며 입양 전 충분한 시간 동안 동물과 입양자 간의 교감이 이뤄지도록 돕는다.

유기견 ‘루벤’의 견생역전, 시애틀 입양길에 동행하다

센 동물보호소에는 개와 고양이는 물론 멧돼지와 공작, 칠면조 등 갖가지 동물이 살고 있다.
퍽 추웠던 날, 루벤은 화성의 한 컨테이너 안에서 구조됐다. 어미는 죽어 있었고, 여덟 마리 강아지들은 쇠사슬로 묶인 상태였다. 루벤은 임시 보호 가정에서 5개월여 머물다 미국 시애틀의 한 가정집으로 입양됐다. 작은 크기, 순종의 강아지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루벤처럼 잡종에 덩치 크고 활달한 강아지는 천덕꾸러기나 다름없다. 입양하더라도 파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은 보호소에 머물다 안락사당하는 수순이다. 루벤의 해외 입양은 말 그대로 ‘견생역전’, 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식용개로 팔렸다가 구조돼 미국으로 온 상상이와 동동이. 센 보호소에는 한국에서 구조한 10여 마리의 개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루벤의 입양을 도와준 이는 개인 구조 활동가 샐리(Sally Elkus Newberry)다. 그는 미국 시애틀에서 한 시간 거리, 앨마에서 ‘센(SEN)’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한국의 ‘식용개’를 구조해 미국 현지로 입양시킨다. 지난 5년간 그의 노력으로 한국에서 식용으로 팔릴 뻔한 470여 마리의 유기견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갔다.

동물 구조 활동가 샐리. 그의 꿈은 센 동물보호소를 동물교육센터로 키우는 것이다. 가족과 아이들이 와서 동물과 어울려 놀며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유기견 루벤의 발견 당시(위)와 미국 입양 후(아래).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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