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환경하다

up-cycling

재활용 아닌 새활용, ‘업사이클링’

2019년 7월 한국은 마른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전선이 남쪽에 머물며 올라오지 못해 중부 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2018년 전국 폭염 일수는 29.2일로 1907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폭염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크게는 모두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 고기압, 해수면 온도 상승, 극지방의 제트기류 변화 등이 이변을 일으킨다. 올해 세계는 관측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다. 프랑스는 6월 말 기온이 45.9℃까지 올랐고, 인도의 수도 델리는 48℃를 기록했다. 6월 한 달 동안 인도에서 고온으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5000명에 달한다.

업사이클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94년 독일 디자이너 리너 필츠다. 그는 이를 “낡은 제품에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단순히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더한 개념이다. 덴마크의 디자이너이자 업사이클 아티스트인 토마스 담보는 날마다 버려지는 수많은 폐목재로 ‘숲속에 사는 거인들의 이야기-트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트롤은 덴마크의 오랜 전설이다. 그는 “버려진 자원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인류가 당면한 환경 문제를 알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H&M, 폴로, 버버리…
지속 가능한 패션에 동참


SPA 브랜드란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제조부터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브랜드를 뜻한다. 다른 말로 ‘패스트 패션’이라 부르는데, 회전율이 빠르다 보니 그만큼 많은 양의 옷을 빨리, 싸게 내놓는다.

SPA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세계 옷 소비량도 늘었다. 2016년 미국의 맥킨지&컴퍼니 발표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두 배로 늘었다. 현재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 전 세계 폐수의 20%, 탄소 배출량의 10%는 옷을 만드는 중에 생긴다.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이 발표됐다. 2030년까지 패션업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30% 줄이자는 내용인데, 이 헌장에 버버리, H&M 등 43개의 글로벌 패션기업이 서명했다. H&M은 서명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2019년 S/S 시즌에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로 만든 옷, 천연 가죽 대체재인 피나텍스, 녹조류로 만든 발포 고무인 블룸폼, 오렌지주스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한 실크 소재 느낌의 오렌지 섬유 등이다.

폴로 랄프 로렌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 ‘어스(earth) 폴로’ 셔츠를 출시했다. 대만의 업사이클링 단체인 퍼스트마일과 협업해 플라스틱 병에서 추출한 화학섬유로 셔츠를 만들었다. 어스 셔츠는 한 벌당 열두 개의 재활용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로는 어스 폴로를 출시하면서 2025년까지 최소 1억 7000만 병을 업사이클링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2025년까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면을 개발하고, 100% 재활용할 수 있거나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주얼리 브랜드 오에이스튜디오
버려지는 가죽으로 목걸이와 반지를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자재를 원래의 형태로 되돌리는 공정 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실용성에 미학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기 때문에 디자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8년 6월 문을 연 오에이스튜디오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에 선정됐다. ‘버려지는 가죽을 주얼리에 이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면서다.

2019년 오에이스튜디오는 크라우드펀딩 텀블벅으로 업사이클 주얼리 브랜드 ‘오에이스튜디오 레더(oa Studio Leather)’를 론칭했다. 박정우 오에이스튜디오 대표는 “오에이스튜디오의 oa는 ‘one around’의 약자로, 우리 주변에 둘러싸인 것들을 의미한다”며 “가까이에 있는 소소한 것들을 모아 일상 속에서 포인트가 되는 주얼리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작업에 사용하는 가죽은 가죽 의류나 잡화류 생산 후에 버려지는 것들이다. 의류나 잡화에서 해결할 수 없어 잡동사니 취급을 받던 미세한 단위의 자재를 주얼리로 변신시켰다.

텀블벅을 통해 선보인 오에이스튜디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반지에 천연 소가죽을 결합한 주얼리다. 실버 소재 안에 가죽의 색과 질감을 덧대 천연 가죽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텍스처를 그대로 살렸다. 박 대표는 “세계 최초의 업사이클 주얼리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갖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도 얼마든지 돋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현재 오에이스튜디오는 반지뿐 아니라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을 만든다. 모든 제품은 주문 제작의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가격은 소재에 따라 5만 원대에서 9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현재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오에이스튜디오 주얼리를 구입할 수 있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KOOK
폐어망이 탄탄한 ‘그물가방’으로


EU에서도 주목하는 가방이 있다. 썩지 않는 폐어망을 활용한, 여름에 유용한 그물가방이다. 브랜드 KOOK은 한양여자대학교 강동선, 강희명 교수 창업 브랜드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디자인 지향 브랜드다. KOOK 은 민·관·산·학의 협업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솔루션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그중 어촌마을의 폐그물을 업사이클링한 그물가방(NET BAG) 시리즈는 2017년 해양수산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시작됐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제품으로 만들어내기까지는 2년 정도 걸렸다. 이들은 어촌과 도시를 오고가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디자인을 구상하기 위해 분투했다.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제작을 진행해 어촌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대량 생산이 아닌 소규모 수작업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어촌에 마을기업을 만들어 폐그물을 수거하고 세척해 가방의 소재가 될 재단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 마을의 복지와 소득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버려진 폐어망은 쉽게 썩지 않아 어촌의 골칫거리였지만, 업사이클링한 그물백은 그 덕분에 내구성이 단단해졌다.

‘KOOK’이란 상표로 판매되는 그물백은 지난 2월 ‘숲과 나눔’ 재단에서 주최한 미국의 환경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Chris Jordan)의 작품전 〈아름다움 너머〉에도 소개됐다. 또한 유럽연합에서는 KOOK 브랜드 가방 및 액세서리 제품의 사회적 가치와 디자인에 관심을 보여 납품을 제안하기도 했다. 산학협력단을 이끄는 강동선·강희명 교수는 “KOOK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고 더 많아지면 소외된 지역의 환경 복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KOOK의 그물백도 진정성 있는 디자인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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